부산 양정동에 들어서는 양정자이더샵SKVIEW 조감도. 사진 GS건설
부산 양정동에 들어서는 양정자이더샵SKVIEW 조감도. 사진 GS건설

올 하반기 들어 사전청약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3.0%대를 기록하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9월 이후 경기·인천에서 진행된 5건의 사전청약 중 4곳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경기도 수원 당수지구 D3 블록, 수원 당수지구 C3 블록, 인천 영종하늘도시 A41BL 한신더휴,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 A16BL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수백 대 일을 기록하는 곳도 있다. 위치가 좋은 데다 이른바 ‘안전 마진’까지 확보된 단지들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0월 12일 진행된 경기 과천시 갈현동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 5가구 무순위 청약에 4511명이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902.2 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D는 700.5 대 1, 전용면적 84㎡E는 1006 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99㎡의 경쟁률은 1098 대 1이었다. 같은 날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의 평균 경쟁률도 1364.7 대 1을 기록했다. 세 가구 모집에 4094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 경쟁률이 세 자릿수를 기록한 이유는 이번 청약의 분양가가 2년 전인 2020년 수준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7억9862만~7억9993만원, 전용 99㎡A는 9억1662만원이다.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8억288만~8억338만원이다. 인근의 과천푸르지오써밋이나 과천자이의 시세를 고려하면 약 1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과천자이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84㎡의 지난 6월 실거래가는 21억원이었다.

과천 인근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급매물 중심으로 매도호가가 다소 떨어졌지만, 최소 7억원의 시세차익은 보장하는 걸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과천 무순위 청약에만 사람들이 몰린 것은 아니다. 10월에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던 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경쟁률도 수백 대 일을 기록했다. 다자녀 특별공급으로 나온 전용면적 74㎡짜리 주택 한 채에만 14명이 지원했다. 일반공급으로 나온 전용면적 59㎡짜리 주택 한 채의 경쟁률은 866 대 1, 전용면적 74㎡짜리 주택 한 채의 경쟁률은 1865 대 1을 기록했다. 3년 전 분양가로 무순위 청약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몰렸다.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는 4억7700만원, 전용면적 74㎡의 분양가는 5억200만~5억3700만원 수준이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59㎡짜리 주택 분양권이 지난 9월 5억8000만원(4층)에 거래됐고, 전용면적 74㎡짜리 주택 분양권이 지난해 5월 6억2751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1억원 정도가 싸다.

부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후 처음 분양해 관심을 모은 ‘양정자이더샵SKVIEW’의 1순위 청약에도 3만1793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58.88 대 1이었다.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린 전용면적 84㎡A 타입(77가구 모집)에는 1만2874명이 접수했다. 경쟁률은 167.19 대 1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C는 7가구 모집에 1152명이 몰려 156.8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부산에서 앞으로 나올 청약 단지의 분양가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에 실수요자들이 청약에 몰린 것으로 풀이했다. 양정자이더샵SKVIEW는 조정대상지역이던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3.3㎡당 평균 분양가가 1802만원이었다. 부산은 지난 9월 말 비조정 지역으로 바뀌면서 규제가 완화됐다. 통상 비조정 지역일 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이 완화되므로 분양가를 다소 높게 책정할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양정자이더샵SKVIEW에는 무주택자와 인근 구축 아파트에서 갈아타려는 1주택자가 모두 청약에 나서면서 경쟁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양정자이더샵SKVIEW는 만 19세 이상 청약통장 가입 기간 6개월 이상, 예치금을 충족한 부산·울산·경남 거주자면 가구원 누구나 청약할 수 있었다. 주택 소유 여부, 재당첨 여부도 상관없다. 대출 규제도 풀렸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가 최대 70%까지 늘어났다. 다만 부산은 광역시라 전매가 3년까지 제한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지가 좋고 안전 마진까지 확보된 청약 단지의 경쟁률이 꾸준히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과천이나 수원, 송파, 부산 등 경쟁률이 높았던 단지들의 공통점은 입지와 안전 마진이라는 것이다.


서울 거여동의 ‘송파 시그니처롯데캐슬’ 투시도. 사진 롯데건설
서울 거여동의 ‘송파 시그니처롯데캐슬’ 투시도. 사진 롯데건설

10월 26일부터 이틀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롯데캐슬’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짜리 무순위 청약 일반공급 한 가구에 3만1780건이 신청했다. 송파 시그니처롯데캐슬은 2019년에 분양해 올해 1월 입주를 마친 단지다. 당시 분양가는 8억3500만~8억9700만원 수준이었는데, 이와 비슷한 수준인 8억7100만~8억9300만원에 청약 시장에 나오면서 지원이 몰렸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청약만 된다면 최소 4억원의 수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 시그니처롯데캐슬의 같은 평형 주택은 지난해 11월 12억9000만원(28층)에 입주권으로 거래됐다. 

그 밖에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서초구에 들어서는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 15차), 메이플 자이(신반포 4지구), 서울 강남구에 들어서는 청담르엘(청담삼익)의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꼽았다. 모두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있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곳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기 수요가 많은 강남 3구에 들어서는 아파트나 특정 지역에서 입지가 좋다고 평가받는 아파트에는 늘 대기 수요가 있다”면서 “입지가 좋은데 안전 마진까지 기대할 수 있는 단지라면 당연히 청약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지방 청약 단지는 옥석 가리기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부산은 고가주택이 소비되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면서 “다른 지방의 청약 단지들이 모두 양정자이더샵SKVIEW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모객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청약 단지가 많다”고 했다.

연지연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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