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은임 기자
사진 조은임 기자

우리나라 재건축 아파트의 상징인 은마아파트가 사업을 추진한 지 19년 만에 서울시의 높은 벽을 넘었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인근 도곡동, 개포동의 아파트값이 오르내리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던 대치동은 오랜만에 맞은 호재에도 일단 담담한 모습이다.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후 돌아본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분위기는 ‘아직 거래가 되살아나기는 어렵다’였다. 문의가 늘고 호가를 올리려는 분위기는 관측됐지만 행동에 나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간 사업이 워낙 지지부진했던 탓에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좀 더 두고 보자는 의사가 강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3년 후 이주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와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10월 19일 열린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서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이 수정 가결됐다. 2003년 재건축 추진위가 생긴 지 19년 만이다. 28개 동(14층),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는 33개 동(최고 35층), 55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탈바꿈한다.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가 적용된다.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던 대치동 일대는 오랜만의 호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소유주는 “일단은 큰 고개를 넘었으니 단합해서 빠르게 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면서 “새 추진위가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면서 빠르게 일 처리를 잘해줬다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오래 사업이 지체됐던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은마아파트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한 주민은 “은마아파트는 대규모 단지라 사업 추진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주민 모두가 알고 있다”면서 “재건축을 진행하며 넘어야 하는 첫 단계를 넘은 정도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지지부진하던 은마아파트 사업이 속도를 내게 된 데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재건축 사업 추진 단지들을 중심으로 일대 사업이 다 같이 속도를 내게 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대치동 미도아파트의 한 소유주는 “대치동의 가장 큰 재건축 추진 단지인 은마아파트가 사업이 지체돼 답답했다”면서 “비슷한 속도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차후 신축이 들어설 때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의 가격 흐름을 살피는 공인중개업소에는 심의 통과 직후 매수 문의가 늘기 시작했다. 매도 호가에는 당장 변화가 있었다. 전용면적 76㎡의 경우 19억원이 최저점이었는데, 이보다 더 낮은 급매 가격을 제시하려고 준비했던 매도자들이 하나둘 19억원보다는 조금 올리면 어떠냐는 문의를 해왔던 것이다. 10월 31일 기준 대부분 매물의 시세가 19억5000만~22억원 있었다. 

다만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해 파급력이 크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은마상가 내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심의 통과 소식이 전해지고 문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여 있어서 당장 매수세가 살아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대치동의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매수자들이 꾸준히 관심을 갖는 지역이라 손님은 늘 있다”면서 “하지만 금리 인상 부담에 토지거래허가제로 인한 실거주 요건까지 있어 가격 하방 지지선이 생긴 정도의 의미만 있어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은마아파트의 건축 심의 통과가 당장 대치동 일대에 매수세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대치동은 현재 실수요자 아니면 진입할 수 없고, 은마의 경우 신규 진입해 거주하기에는 낙후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적극적으로 공급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은임 조선비즈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