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 사진 윤진우 기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 사진 윤진우 기자
안재만 조선비즈 기자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안재만 조선비즈 기자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위메이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진이 남아 있던 2009년 12월 18일 상장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청약 경쟁률은 신통치 않았고, 상장 직후 주가도 부진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한 게임 ‘미르의 전설2’ 개발사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때만 해도 게임주는 실적 변동성이 높아 직상장이 거절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쨌든 위메이드는 금융위기 후폭풍 한가운데에서도 상장에 성공했다.

1세대 게임 명가(名家)로 통하지만, 그 어느 기업보다 카멜레온처럼 시장 변화에 잘 적응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중량감 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사답지 않게 2010년대 초반 모바일 게임 개발사로 전격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임은 PC로 해야 제맛이지, 모바일이 되겠느냐’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애니팡을 시작으로 한 카카오톡 게임 영향이 생각보다 막강하다는 점은 금세 드러났다. 2011년 초 1만원대 초반이었던 위메이드 주가는 ‘바이킹 아일랜드’ ‘리듬스캔들’ ‘카오스&디펜스’ ‘캔디팡’ ‘윈드러너’ 등 잇따른 흥행 성공으로 이듬해 6만8400원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 엔씨소프트는 20만~30만원대를 오르내리는 데 그쳤으니, 위메이드의 전성기라고 부를 만했다.

그래서일까. 위메이드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면 과감히 뛰어드는 사풍(社風)을 갖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블록체인이 중요하다는 식의 립서비스만 내놓던 것과 달리 적극적으로 위믹스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다소 위험해 보이는 시도를 했다가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만만치 않다. 실패의 후유증이 커도 너무 크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즉 위믹스 상장 폐지와 그 과정에 있었던 신뢰 상실은 오랜 기간 위메이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메이드는 부활할 수 있을까. 암호화폐 위믹스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에서는 상장 폐지됐지만, 국내 4위 거래소 지닥에 재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일단 가장 급한 불은 끈 셈이다. 전문가들은 부활은 쉽지 않겠지만, 위메이드가 공언했던 위믹스 기반의 생태계가 자리 잡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암호화폐 발행 기업들과 달리, 일단은 모체인 위메이드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다.



부활의 조건 1│게임으로 다시 인정받아야 한다

위믹스 생태계가 구축되려면, 무엇보다 위메이드 게임이 성공해야 한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논란이 있던 와중인 지난 11월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21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MS는 투자 배경에 대해 ‘아시아 최대 P2E(Play to Earn)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P2E란 게임을 플레이(play)하면서 소득을 얻는다(earn)는 개념이다. 위메이드가 2021년 8월 출시한 ‘미르4 글로벌’이 바로 대표적인 P2E 게임이다. 미르4 글로벌에는 필수 재화인 ‘흑철’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퀘스트를 완료하거나 광산에서 채굴해 얻은 흑철을 게임 내에서 코인으로 교환한 뒤 다시 위믹스로 전환해 출금할 수 있다. 즉 미르4 글로벌이나 차기작이 더 많은 유저를 불러들이고, 이들로 인해 위믹스 거래량이 늘어난다면 위믹스 생태계는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활용해 게임 플랫폼을 지배하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다른 게임사가 자사 게임을 위믹스 플랫폼에 올려두면, 유저가 위믹스로 게임을 결제하거나 아이템을 팔아 이득을 취하는 그림이다. 위메이드의 표현을 빌리면 위믹스는 블록체인 게임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는 셈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는 2022년 초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위메이드는 이제 게임 개발사가 아니라 게임 플랫폼 기업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이를 위해 지난해 100개의 게임을 입점시킬 계획이었고, 일부 게임은 실제로 입점했지만, 위믹스 신뢰 논란이 불거지면서 현재는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메이드는 미르M 글로벌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고, ‘레전드 오브 이미르’와 ‘나이트 크로우’란 이름의 MMORPG를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 가운데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미르의 세계관을 잇는 작품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경쟁사들이 위믹스 플랫폼에 성공 가능성 큰 대작을 실을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위메이드 신작의 성적표가 중요한 상황이다.


부활의 조건 2│신뢰 위한 필수조건…게임과 코인의 단절 필요

국내 거래소 단체인 닥사는 유통량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위믹스를 상장 폐지했지만, 사실 신뢰가 흔들리는 조짐은 전부터 있었다. 2022년 초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팔아 마련한 돈 1600억원으로 게임 개발사 선데이토즈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의 파트너 변호사는 “원래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면 조달 규모와 목적 등을 주주들에게 상세히 안내해야 한다”면서 “코인은 법제화가 안 돼 있고 그러다 보니 공개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상장회사라 누구보다 공시제도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야 할 위메이드가 다른 코인 발행사들처럼 투자자들 몰래 현금화해 실물 경제에 썼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위메이드에 필요한 것은 본사업과 코인의 단절이라고 볼 수 있다. 코인 발행 자금을 가져다 쓰면 쓸수록 코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유통량이 무제한으로 늘어난다면, 위믹스 가치는 존속될 수 없다.

암호화폐 위믹스의 가격은 2021년 한때 3만원 목전까지 올랐다가 2022년 12월 8일 오후 기준 100원대까지 추락했다. 5억원의 투자금이 100만원으로 줄었다는 피켓 시위가 등장한 배경이다. 위믹스 투자자들의 피해가 너무 큰 만큼, 신뢰 회복을 위해 경영진 퇴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가 사택으로 보증금 120억원인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에 입주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투자자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또 블록체인 기업으로의 전환 등 큰 그림은 위메이드 최대 주주 박관호 의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던 만큼, 전문경영인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와 투자자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위메이드는 거래소 협의체 닥사가 오판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 위메이드 내부에도 사측 대응에 실망한 위믹스 투자자가 많다. 이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위메이드 또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인력 이탈을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설령 모든 것이 잘 풀린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벤처기업들의 요람이었던 나스닥 시장은 닷컴버블이 붕괴하면서 2002년 10월 기준 2000년 고점 대비 78% 추락했다. 당시 수많은 투자기업이 무너졌고, 나스닥 또한 버블 천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지만 10여 년 뒤 애플과 아마존 등이 등장하며 재기했다. 위메이드란 기업이 견실하고 처음 내세웠던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입증된다면 위믹스 또한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반전이 나타날 수 있다. 위메이드는 빠른 반등을 기대하고 있겠지만, 파티는 끝이 났고 일단은 뒷정리부터 깔끔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