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공모주 대어들이 증시에 입성하며 IPO 시장 분위기를 살릴 전망이다. 사진 셔터스톡
2022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공모주 대어들이 증시에 입성하며 IPO 시장 분위기를 살릴 전망이다. 사진 셔터스톡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곧 종식된다는 낙관론과 그렇지 않다는 회의론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낙관론자도 회의론자도 2022년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전망에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점진적 축소)을 시작으로 통화 정책 정상화 정책이 다른 국가에서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장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줄어들면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이렇게 대외 환경이 계속 불안한 흐름을 보이게 되면 투자자는 위험을 헤지(hedge·위험 회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결국 위험자산보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크게 올라가게 된다. 우선 주식 시장을 향한 투자자의 공포와 불안감은 말할 것도 없이 당연하다. 통화 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코스피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 있다. 통화 긴축 국면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 압력 또한 높아질 수 있다. 테이퍼링 시행 속에 글로벌 경기와 물가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2022년 1분기까지 코스피는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금융시장 전반에 우울한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과 부동산 또한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늘고 있다. 특히 채권은 2022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투자 매력이 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 격인 공모주펀드는 올해 하반기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식으며 인기가 주춤했으나 여전히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품이다. 본질적인 공모주펀드의 매력은 결국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크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적은 금액을 펀드에 넣고 꼬박꼬박 수익이 나는 상품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귀한 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요즘에는 이처럼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를 노리고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증된 상품은 많지 않다 보니 공모주펀드는 계속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금융 시장에 아픈 상처를 남긴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까지 사모펀드 운용사를 중심으로 적발한 사례를 보면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와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들은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불법 중개, 해외 부동산 대출 사기 등 일반 개인 투자자가 처음 들어볼 만한 투자 자산을 내세우며 혹세무민의 사기를 저질러왔다. 시장에서는 중위험·중수익이 가능한 것처럼 상품 홍보를 하지만 실상은 온갖 불법 행위가 일어나는 온상이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2022년 IPO 시장 전망은 ‘맑음’

그렇다면 2022년 IPO 시장은 어떨까. 2022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공모주 대어(大魚)들이 증시에 입성하며 IPO 시장 분위기를 살릴 전망이다. 이차전지 제조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미 지난 6월과 9월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 기업들의 예상 공모 규모도 기대해 볼 만한 수준이어서 올 하반기 이후 얼어붙은 IPO 시장의 투자심리를 녹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가치가 75조원 이상, 현대엔지니어링은 10조원쯤으로 예상된다.

온·오프라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커머스 기업들도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커머스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각각 얼마쯤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SSG와 CJ올리브영, 오아시스, 마켓컬리, 무신사 등 유통 분야 대어가 대거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또 올해 ‘카카오그룹 공모주 불패’를 보여주었던 카카오 그룹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가 과연 2022년에도 IPO 성공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이런 IPO 대어뿐만 아니라 기관 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자금이 2022년도 IPO 시장 분위기를 여전히 띄워줄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하이일드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의 세제 혜택과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없어질 뻔했으나 이 혜택이 2022년 말까지 연장되며 기관 투자자의 공모주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예정이다.

공모주 균등배정제가 도입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모주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내년 IPO 시장 분위기를 다시 띄우는 데에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대중이 공모주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 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에도 훈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모주펀드 편리하지만 위험 구조는 꼭 따져야

이처럼 일반 투자자의 공모주 직접 투자는 대중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개인 투자자가 펀드를 택하는 이유는 일반 공모주펀드가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전문 펀드매니저가 공모주 운용을 대신해준다는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개인 투자자가 펀드를 통해 공모주에 투자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일반 공모주펀드의 배정 물량은 많지 않은 편이라서 공모주 투자만으로 고수익을 노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각 운용사와 펀드별로 공모주 물량 배정이 제한돼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수탁고가 큰 펀드가 있다면 운용사에 한정된 공모 물량을 큰 펀드 규모로 나눠 가져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또 펀드가 공모주 외에 다른 투자 전략을 함께 구사한다면 일정 비율만큼 주식 투자 등을 별도로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익과 위험 구조가 제각각이라는 점도 잘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집중 단속한 결과, 공모주펀드를 편법으로 운용해 이익을 편취한 사례가 줄줄이 적발됐다. 일부 운용사가 임직원 전용 공모주펀드를 만들어서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생각되는 ‘핫’한 공모주를 이 펀드에 몰아서 배정한 것이다. 이른바 ‘수익 몰아주기’로, 최근 공모주 투자가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를 방증해 주는 사례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이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펀드의 투자자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공모주펀드를 가입할 때 신중해야 한다. 공모주펀드 투자자는 운용사가 이런 불법 행위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이력이 있는지를 꼭 미리 확인해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