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서민들이 절대 다수인 한반도에서 부동산 정책은 대통령의 인기를 좌지우지하는 절대적 요소 중 하나다. 고향 봉하마을로 낙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민심과 멀어졌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을 잡겠다”는 대통령의 발언대로 참여정부는 육탄전을 불사하듯 온갖 정책을 쏟아냈다. 결과는 시장의 비웃음이었다. 주택 가격이 계속 치솟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정책이 집값을 올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6월3일이 출범 100일인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성적표는 어떨까. 김규정 부동산114 부동산컨텐츠팀 차장,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 등 세 명이 지난 5월8일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평가 및 신 투자전략’을 주제로 한 좌담회를 가졌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이 있다. 세 명의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 하나조차도 나오지 않아 평가나 전망이 어렵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한 게 있어야 평가를 하든 말든 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출범 100일이 다가오지만 이 대통령 5년 임기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가늠할 팩트(fact)가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노무현 정부와 비교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잘 했든 못 했든 일관성을 갖고 줄기차게 한 방향으로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이명박 대통령도 잠수함의 잠망경으로 수면 위만 살피지 말고 욕을 먹든, 반대에 부딪히든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 평가

김은경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아직 미비한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양도세와 종부세 등 세제완화가 인수위 시절부터 공론화됐지만 일시적 기대감에 편승해 집값이 자극받기 시작하자 이내 올 하반기나 내년으로 검토 시점을 미뤘습니다. 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건축과 재개발의 규제완화를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현재로선 용적률 완화나 층고 상향 조정 등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내용은 사실상 없는 상태죠. 그나마 지방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 해제 등의 규제완화 조치는 바람직했지만 현재 인구 감소와 지역 경제침체 등 심각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 시장의 경우 분위기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올 하반기부터 공공택지의 땅값을 20%가량 낮춰 공공주택의 분양 가격을 최대 35%까지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분양가에 반영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신혼부부용 주택은 연간 12만 가구에서 5만 가구 공급으로 줄었고 여전히 다른 일반 청약자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깜짝 정책으로 발표된 지분형 주택도 올 하반기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이긴 하지만 실제로 정착화가 가능할지와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아 현재로선 제도 시행 자체가 다소 불투명한 모습이죠.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거의 없는 가운데 오히려 서울시가 역세권 개발 등에 더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표명하는 모습이고, 특히 뉴타운 개발 등에 대해서 지자체와 엇박자인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어 정책적인 면에서 신뢰를 주지 못하는 부분이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이영호 이명박 정부는 사실 이렇다 할 부동산 정책을 내놓은 것이 없다고 평가됩니다. 그나마 신혼부부용 주택이나 지분형 주택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뿐이에요. 이중 지분형 주택의 경우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제 실행에 있어서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혼부부용 주택의 경우는 당초보다 공급 규모가 대폭 축소돼서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공급될 예정이죠. 그리고 앞으로지만 역세권 특별법 등을 통해 역세권을 개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서울시에서 밝힌 역세권 시프트 공급 등도 역세권 개발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규정 한 게 있어야 평가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부동산 정책 플랜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 동안 어떤 정책으로 주택·부동산 시장을 끌고 가겠다는 큰 그림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인수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신혼부부용 주택이나 지분형 주택 등 이외에는 부동산 정책 관련해 들어본 것이 거의 없습니다. 비난에 직면하더라도 가능한 빨리 부동산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 무엇을 하겠다는 결단을 내렸으면 합니다. 일시적 시장 불안과 네티즌 반응보다 중장기 부동산 정책에 따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실 이미 나왔어야 하는 거죠. 지금이라도 안을 내놓기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 시대 신 투자전략

이영호 이명박 정부에서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투자전략을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도심 재개발과 관련해서 역세권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특히 환승역세권 주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은 지 오래됐고, 환승역세권으로 저평가 돼 있는 아파트 등을 1순위 투자처로 꼽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수도권 2기 신도시나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미분양 아파트죠.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분양가는 저렴해졌지만 전매제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도심 재개발에 관심이 많다 보니 미분양 아파트가 이명박 정부 들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도 순환하기 마련입니다. 현재는 여러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기반시설이 체계적으로 구축되는 만큼 현재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2기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아파트는 관심 있게 봐 둬야 합니다.

김은경 앞으로 분양가가 최대 35%까지 낮아지는 공공택지 내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 아파트의 경우 청약자들의 최대 관심지가 될 전망입니다. 분양 계약 이후 10년간 전매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근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계약자는 시세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죠. 이로써 향후 수도권의 최대 유망 청약지로 꼽히는 송파신도시, 광교신도시 등의 청약 경쟁률은 더 치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의 최대 수혜자인 장기 무주택자들은 인근 시세의 65%선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들 물량을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또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결혼 5년 이내의 신혼부부라면 올 연말부터 선보일 신혼부부용 주택을 공략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종자돈 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이나 젊은층은 지분형 주택을 기다려 볼만합니다. 유주택자 등 가점이 낮고 새로운 분양가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요자들의 경우 사실상 유망 아파트에 당첨될 가능성이 더 낮아진 만큼 아예 청약통장 사용이 필요 없는 미분양 아파트로 눈을 돌려볼 필요도 있습니다.

또 새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과 재개발의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뜨거운 감자인 재건축과는 달리 뉴타운 등 재개발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추진하던 것인 만큼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가점이 낮아서 사실상 신규 아파트 청약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게 된 수요자들은 새 아파트를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개발에 관심을 가져볼만 합니다. 단, 재개발 시장도 앞으로는 분양가상한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됨에 따라 조합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고, 최근 이상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만큼 지역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규정 지분형, 신혼부부용 주택 등을 염두에 두고 내 집 마련을 미루며 전세를 고집했던 수요자들은 무작정 대기하기보다는 기존 주택, 일반분양까지 염두에 두고 분양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지분형 주택정책이 초반부터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광교 등 일부 지역 외에는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계획 수정이 필요합니다. 신혼부부용 주택 역시 조건이 현실화되면서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고 물량도 5만 가구로 크게 줄어들어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무리수입니다.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을 고집할 경우 분양가가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주택을 노리면 좋겠습니다. 하반기부터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본격화되므로 내 집 마련이 시급하지 않다면 대기하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단, 유망 지역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은 경쟁이 치열해 당첨 보장이 어렵고 환금성이 낮습니다. 긴 전매제한 기간이 부담이죠.

수도권 미분양 중 금융 혜택, 플러스 옵션을 제공하는 아파트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참고로 노원 등 최근에 급등한 서민 주거지역에서 상투 매물을 잡지 않도록 주의가 요망됩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뒤여서 실제 가치보다 호가가 높게 매겨진 매물을 만날 위험이 있습니다.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마련 전략

김은경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시세보다 싼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무작정 기다리는 경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분양가상한제 인하 폭이 수요자들이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고, 주택 품질 여부도 현재로선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올인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이 불안정하고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면 그만큼 리스크도 크겠지만 수익은 더 큰 법이죠. 생각은 신중하게 하되 매수 결정은 빨리 할수록 좋습니다. 자신이 마음먹은 바로 그 때가 최고의 타이밍일 수 있다.

김규정 신혼부부, 특별공급 등 분양제도를 숙지해야 합니다. 내 집 마련 목표를 우선순위로 둔다면 어렵지 않습니다. 외곽이나 미분양 아파트를 노려볼만 합니다. 우선 내 집 마련 전략에선 타임 스케줄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자금 마련 계획 등, 꼼꼼하게 준비하십시오.

이영호 최근 부동산 시장은 과거와 달리 ‘소형 평형은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인식을 깨고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일정금액의 종자돈이 모이면 10평대 혹은 20평대 아파트, 재개발이 예상되는 곳의 소형 빌라, 다세대주택을 생활이 감당할 정도의 대출을 끼고 구매하는 것을 권합니다. 일단 작지만 내 집을 가지면 다음 목표가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됩니다.

이들은 유명 부동산 정보업체에 근무하는 특성상 주변에서 매입 적정시기를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때마다 난감하다는 것. 한 푼이라도 싸게 구입하고 싶은 심리는 알지만 너무 그것에 휘둘리지 말도록 당부했다. 또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주택 가격이 바닥, 무릎, 꼭지 여부는 지나고 나서야 안다고 털어놨다.  

모두 지금도 매수 타이밍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앞으로 주택 가격과 관련 일시적 조정은 가능하지만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또한 가격 상승 폭에 비해 떨어지는 폭은 아주 미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폭락 가능성에 대해 전부가 ‘아니오’이었다.

“은행이 바보가 아닌 이상 현재가 거품이라면 대출을 해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일 위험 징후가 보이면 오히려 회수하려고 난리치겠죠.”

이영호 팀장은 “대출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며 “집은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라도 빨리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김규정 차장은 “싸게 사서 비싸서 팔고 싶어 하는 심리는 당연하다”면서 “집은 살 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필요한 때가 따로 있는 거다”라고 했다. 김은경 팀장은 “주택은 주식처럼 휴지조각이 될 우려가 없는 실물가치이기 때문에 언제 싸게 살 것인지로 고민하기보다는 필요한 시점, 필요한 곳의 것을 구입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주공의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세 명의 전문가들 모두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한 민간기업과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문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분양원가 공개가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반면 민간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었다.

김 팀장은 “경제적 이윤 추구와 이윤 극대화가 목적인 민간기업의 경우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제도를 통한 통제장치가 있다면 나머지는 자율적인 태도와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이 팀장은 간단한 예를 들었다. “과자 만드는 회사에게 과자 제조원가가 얼마냐를 물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과자와 아파트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요, 결국 과자 제조원가든 아파트 제조원가든 회사의 똑같은 노하우인 만큼 존중해줘야 하기 때문에 전면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 차장은 결국에는 택지 공급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했다. “분양원가 공개의 최종 목표가 분양가를 저렴하게 해서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민간 쪽에서는 사실 공개한다고 해서 인하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실질 원인이 택지 공급 부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이나 연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아파트 브랜드를 물었다. 다른 요인들을 빼고 아파트 내부만으로 봤을 때 김 차장은 현대 힐스테이트와 대림 e-편한세상, 이 팀장은 동양고속 파라곤, 김 팀장은 현대 힐스테이트를 꼽았다. 이들은 “성별에 따라 선호가 다르다”며 “남성이 원하고 여성이 추구하는 스타일은 확연히 구분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고 주거 만족도가 반드시 높지는 않다”고 못을 박았다. 거품 많은 빅 브랜드로 두 개의 건설사가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거액을 배팅한 빅 모델의 광고로 쌓은 브랜드에 불과하다는 것. 내실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의 질이나 모래성을 떠나 브랜드가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건설사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거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동시에 보였다.

성강현 기자 / 사진 : 홍승모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