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매매 편의성과 적은 변동성 매력

회사원 이지상(가명)씨는 지난 5월9일 한국, 일본, 중국 등 3국에 각각 30%씩 분산투자하는 ‘한중일인덱스펀드’를 해지했다. 수익률은 크게 불만스럽지 않았지만 당초 펀드 가입 목적을 충족시켜주는 더 좋은 상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덱스펀드보다 매매가 편리하고 거래세(0.3%)가 없는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서도 한·중·일 3국 증시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다. 동일한 투자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비용 절감과 거래의 용이성 때문에 ETF로 갈아타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그동안 한국 증시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중국과 일본까지 분산투자할 경우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모님께 미리 물려받은 결혼자금 5000만원을 한중일인덱스펀드에 투자해 왔다. 한중일인덱스펀드의 설정일인 2006년 11월2일에 5000만원을 가입했다. 5월9일 기준으로 이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30.08%로 투자 원금은 6500여만원으로 늘어났다.

이씨는 6500여만원을 환매해서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코덱스제팬ETF’와 ‘코덱스차이나ETF’에 각각 30%씩 분산투자할 계획이다. 나머지 30%는 ‘코덱스200(삼성투신)’, ‘타이거200(미래에셋맵스자산)’, ‘코세프200(우리CS자산)’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투자할 생각이다. 나머지 10%는 MMF나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운용하면서 저가 매수 기회를 엿볼 방침이다. 

지난 2월20일 상장된 코덱스제팬 ETF는일본 동경 증권거래소의 ‘토픽스100(TOPIX, Tokyo Stock Price Index)’을 대상지수로 하고 있다. 일본 증시의 최우량 종목 100개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보다 앞선 2007년 10월10일 홍콩 증시의 간판스타를 모아 놓은 ‘HSCEI(항셍중국기업지수)’를 대상지수로 하는 코덱스차이나ETF도 상장됐다. HSCEI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외국인 투자가 허용된 최우량 H주식 42개를 편입하고 있다.

이들 2개 ETF에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200을 따라가는 코덱스200, 코세프200, 타이거200 중 하나에 분산투자할 경우 한중일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오히려 매매비용과 거래 편의성에서는 ETF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ETF는 인덱스펀드와 달리 중도에 매도하더라도 환매수수료가 없다.

매도 시 개별 주식에 부과되는 0.3%의 거래세도 비과세된다. 펀드보수도 연 0.65%에 불과해 연 1.0~1.5%인 해외 인덱스펀드의 절반 수준이다. 또한 해외 펀드에 비해 환매 신청 후 출금기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대부분의 해외 펀드들이 환매 신청 후 7영업일 이후 출금할 수 있다. 반면 ETF는 주식처럼 매매 후 2영업일이면 돈을 찾을 수 있다.

박종태 증권선물거래소 유가시장본부 상품개발팀장은 “코덱스제팬ETF와 코덱스차이나ETF의 상장으로 국내 투자자는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를 통해 안방에서 한·중·일 3개국 증시의 우량주에 분산투자할 수 있게 됐다”며 “고도성장 수혜주인 코덱스차이나ETF와 낮은 변동성이 특징인 코덱스제팬ETF 그리고 한국 경제의 성장과 주가 흐름을 같이할 코덱스200 등에 분산투자할 경우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등에 모두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배재규 삼성투신 ETF운용본부장도 “지난해 중국 펀드 열풍이 불었지만 사실 이들 펀드 중에서 벤치마크를 상회한 펀드는 하나도 없었다”며 “소수 인력으로 홍콩이나 중국 상장기업을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ETF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수익성과 편의성, 비용 절감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브릭스ETF’ 등 다양한 ETF 상장으로 투자 기회 확대

바야흐로 ETF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펀드보다 매매 편의성이 높고 주식보다 변동성이 적어 새로운 간접투자상품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는 24개 ETF가 상장 거래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의 박 팀장은 “펀드와 주식의 장점을 겸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장되는 ETF의 투자 대상과 투자 지역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 향후 기관과 개인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중심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그룹도 ETF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는 지난 4월초 코스피200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 타이거200을 상장했다. 이에 앞서 미래에셋맵스는 지난 2006년 6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100개 대표종목으로 구성된 KRX100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타이거KRX100을 상장했다. 하지만 국내 간판지수인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가 있어야 한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추가 상장을 결정했다.

이태윤 미래에셋맵스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간판 운용사로서 코스피200ETF를 운용해야 한다는 상징적 측면과 연기금 대형 주식펀드 등에 대한 마케팅 필요성 때문에 상장했다”고 밝혔다.

타이거200은 상장 초기 시가총액이 2000억원을 갓 넘었지만 외국인과 기관들의 잇단 순매수로 5월9일 현재 8000억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맵스는 타이거200과 별개로 다양한 ETF를 연내 상장할 계획이다. 해외지수ETF를 포함해서 상품ETF, SRI(사회책임투자)ETF, 펀더멘털ETF, 액티브ETF, 블루칩ETF, 커머더티ETF 등이 순차적으로 상장된다. 이중에서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세계 각국 기업의 주식예탁증권(ADR)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해외지수ETF’ 상장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의 한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세계 각국 기업의 ADR를 묶어 이를 추종하는 ETF를 설계중”이라며 “빠르면 오는 6월 상장을 목표로 결제 시차 등 실무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브릭스 국가나 이머징 마켓의 ADR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여 ‘브릭스ETF’나 ‘이머징ETF’로 설계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재 주식으로만 기초자산을 구성하도록 한 현행 ETF 관련법규가 상품선물도 편입할 수 있도록 개정될 경우 금이나 곡물,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상품ETF’도 상장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SRI(사회책임투자)ETF’는 국민연금의 SRI펀드 투자 수요를, 펀더멘털과 블루칩 액티브ETF 등은 초우량 종목에 대한 국내 기관들의 자금을 겨냥해서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삼성투신도 설문조사를 통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초자산에 기반을 둔 ETF를 출시할 방침이다. 4월21일부터 5월18일까지 삼성투신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ETF를 상장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증권·조선·유통·건설·의약·보험·통신 등 섹터지수와 브라질·러시아·브릭스·인도 등의 해외지수, 에너지·원자재·농산물 등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형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운용사도 ETF를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운용 규모가 커지며 펀드가 지수 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됐다. 또한 대규모 거래에 따른 매매 어려움과 부작용을 줄일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의 대형 주식펀드에서 펀드 자산의 70% 정도는 ETF로 채우고 나머지 30%로 시장 초과 수익률을 올릴 경우 종목 매매에 다른 시장 충격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미국의 대형 뮤추얼펀드에서 선호하는 ‘핵심주변(Core&Satellite)’전략인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도 ETF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ETF에 대한 정보 교류 모임이 활발하다. 실제로 각종 인터넷 포털에는 ETF 카페 모임이 활발하다. 이중 대표적인 카페가 2006년 2월 개설된 ‘ETF Station’. 이 카페의 회원은 모두 75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업종별, 스타일별 유망 ETF에 대한 정보 교류와 ELS, ELW 등을 활용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 구축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카페지기인 왕희범씨(유진투자증권 압구정동지점 근무)는 ETF의 열혈 마니아다. 왕씨는 “ETF야말로 가장 경쟁력 있는 장기투자상품”이라며 ETF를 통한 장기투자를 권하고 있다. 특히 장기투자하는 펀드의 위력이 복리 효과에 있는 만큼, 비용 절감 역시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처럼 HTS를 통해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고 매도 시 세금(0.3%)을 내지 않는 점도 ETF만의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해외 ETF 총자산 7966억달러로 급성장

해외에서는 ETF가 ‘21세기 최고의 금융신상품’답게 급성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에 따르면 2007년 12월말 기준 전 세계 상장 ETF 숫자는 모두 1171개, 총자산은 7966억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말 대비 각각 41%와 64% 증가한 수치다. 채권, 금, 원유 등을 벤치마크로 하는 다양한 ETF가 잇따라 상장되면서 2011년에는 총자산이 2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심지어 인덱스펀드의 종가인 뱅가드그룹도 ETF 시장을 본격 공략중이다. 기관 투자가들의 펀드자산의 50%가량을 ETF로 채워 넣고 있다. 미국 뮤추얼펀드의 절반가량을 판매하는 FA(재무설계사)들이 개인 고객에게 ETF를 적극 추천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향후 5년간(2005~2010년) ETF의 연평균 성장률은 28%로 뱅가드그룹의 주력인 뮤추얼펀드의 성장률 연 10%에  비해 2배가량 높다는 전망이 ETF 시장 진출을 부추겼다. 뱅가드그룹의 2006년 말 현재 ETF 시장 점유율은 5%에 다소 못 미친다.

해외 거래소 중에서 ETF가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곳은 뉴욕 소재 아멕스(American Stock Exchange). 아멕스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ETF인 S&P를 추종 대상지수로 하는 바클레이즈 글로벌 인베스트먼트(BGI)의 ‘SPDR S&P 500’이 상장돼 있다.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240억달러로 4900만달러에 불과한 코덱스200의 490배에 달하고 있다(2007년 말 대비 최근 20일 평균 거래량).

증권선물거래소의 박 팀장은 “해외 거래소에서는 주가지수뿐만 아니라 채권, 금, 원유 등을 벤치마크로 삼는 다양한 ETF가 상장돼 뮤추얼펀드, 연기금, 기업연금, 개인 투자자 등 다양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펀드비용까지 투자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개인과 기관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성격의 ETF가 상장될 경우 향후 성장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라고 전망했다.

  용|어|해|설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

특정 주가지수와 동일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 특정 주가지수에 편입된 주식을 바스켓하는 인덱스펀드를 만들어 이를 토대로 발행하는 수익증권이나 뮤추얼펀드 주식을 바로 ETF증권이라 부른다. 운용사에서 ETF증권을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키면 투자자들은 일반 주식처럼 HTS를 통해 매매하게 된다. 기관 투자가들의 대량 주문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를 통해 신규 설정 또는 해지된다.

5월9일 현재 국내 상장 ETF는 모두 24개. 대상지수도 코스피200에서 업종별 섹터지수(자동차, 은행, 반도체, IT, 미디어통신), 스타일지수(중대형가치, 중대형성장, 중형가치, 대형가치, 순수가치), 해외지수(HSCEI, 토픽스100) 등으로 확대됐다. ETF의 시가총액은 5월8일 현재 3조2169억원. 이중 삼성투신운용의 코덱스200 이 1조3276억원으로 전체 순자산의 42%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미래에셋맵스의 타이거200이 7240억원으로 22%로 뒤를 잇고 있다.

박영암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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