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학(52) 우리은행 강남중앙기업영업본부 기업영업지점장은 우리은행 내 RM의 대명사로 불린다. RM의 도입 작업과 실무를 계속 담당, 대표적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RM은 기업금융 전문가를 의미한다. Relationship Manager의 약자다. 김 지점장은 우리은행이 2002년, 기업영업조직인 RM제도를 도입할 당시 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이후 RM으로 일하며 물 만난 고기처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금융은 지점 위주의 영업 방식이 아닌 고객별 전담으로 이뤄진다. 김 지점장 역시 특정 그룹을 맡고 있다

“저렴한 코스트로 적기에 또 빠르게 제공”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지천명의 경지를 넘어선 김 지점장은 그야말로 소리 없이 강하다. 겉으로는 시끌벅적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속으로는 지칠 줄 모르는 창의력과 열정 그리고 실적으로 남들보다 앞서나간다.

지난 1월 우리은행 전국 지점장들이 모인 2008년 경영전략설명회에서 업적 평가 TOP10을 5회 달성한 우수 지점장으로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눈부신 성적표가 있어 가능한 결과였다.

그가 담당한 그룹의 마켓셰어(시장 점유율)는 전 금융기관을 포함해 2004년 12월말 7%에서 2007년 12월말 35%로 수직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 지점장이 해당 그룹을 맡게 된 시점이 2005년 3월, 은행권으로 한정하면 45%의 마켓셰어를 보였다는 것이 그의 조심스런 자랑이다.

자칫 오만방자하게 비쳐질지 모른다는 그는 “수치화 명시는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뒤 “지점장의 업적 평가에서 고객들의 지원으로 수차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공을 돌리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나 목표한 바를 이루지는 못하죠. 그 이상의 공부와 노력이 수반돼야 달콤한 과실을 맛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딜(deal)은 반드시 성공

김 지점장은 한눈 팔 수 없는 경쟁시대에서 “저렴한 코스트로 적기에 또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RM의 핵심 전략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으려고 애쓰던 그는 업무 관련 답변에서는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숨은 아우라가 느껴졌다. 특히 첫 거래의 성공 중요성 대목에서는 열기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첫 거래 성사 여부가 고객과 자신의 신뢰 구축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웃을 수만은 없는 법. 성공보다 실패했을 때가 더 중요하다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경우 반드시 다른 거래를 늘려 달라고 부탁하며 다음 거래를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타행과의 경쟁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밀렸다면 다른 거래를 반드시 부탁을 드리죠. ‘우리은행 신용카드를 더 사용해 주십시오’, ‘수출입 실적을 좀 더 올려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려요. 대부분 그 부탁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RM이란 용어가 생소한 사람들을 위한 설명을 부탁하자 김 지점장은 “2000년 초반에 각 은행이 해외의 선진 은행에서 이미 하고 있는 기업금융 전문가 RM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외환위기 이전의 은행권은 현재와 같이 개인이면 개인, 기업이면 기업 등 고객별로 금융거래를 하지 않고 점포에서 일괄적으로 했습니다. 본부 역시 계정과목 위주의 관리를 했었죠. 그러던 차에 사업부제가 도입돼 고객들의 특성을 살려 좀 더 차별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RM이 시행됐습니다. RM은 기업과 은행 사이에서 Relationship을 매개로 거래처에게는 최고의 이익을 제공하면서 은행의 수익도 올리는 동시에 리스크 관리도 해야 합니다.”

그는 이어 “기업 거래처에 맨투맨식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RM은 거래처의 경영 컨설턴트 수준으로 퀄리티 높은 혜안이 요구 된다”며 꾸준한 공부가 필수인 RM의 자세를 드러내기도 했다.

RM의 영업 방식이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인 대출과 수신 업무는 기본이다. 여기에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거래를 제안하고 영업해야 한다는 것이 김 지점장의 마인드다.

“아이디어 창출이 무궁무진한 영역이 RM 분야입니다. ‘회사의 조달 코스트가 평균 얼마인데 매출 채권을 유동화하여 조달 코스트를 낮추자’, ‘M&A를 주선하여 시장 지배력을 높이자’ 등이 구체적인 예로 들 수 있죠.”

일반고객과 기업고객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반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도 PB 등 전문가가 금융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있습니다만 상품의 구성면에서 기업고객에 비해 일반화된 상품을 판매하게 되나 기업고객은 맞춤식 상품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 큰 차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보에서도 기업고객은 재무제표나 공시 등 다양한 정보를 받아 능동적인 금융 서비스를 상담할 수 있으나 개인의 경우는 그러한 정보 파악이 어려운 편이죠.”

거래처의 경영 컨설턴트 수준 혜안

통상 은행은 ‘갑’이라는 편견이 적지 않다. 대출을, 돈을 빌려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김 지점장은 늘 ‘갑’이 아닌 ‘을’의 입장이나 자세에서 일을 해왔다고 자신했다. 물론 단서는 달았다. 자신과 인연이 닿았던 거래처가 웃을지 모른다고. 그러나 신용 상황이 우수한 정상적인 기업체는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외국계 은행, 증권사 등과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당연직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출을 해주는 환경이 외환위기 이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대출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하고 방문판매를 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 대출을 심사하는 과정이나 의사결정이 상당히 시스템화되어 있으며 지점장이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대출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과학적 리스크를 측정하고 협의회 또는 위원회에서 대출을 결정하죠. RM은 대출에 대한 의사결정보다도 취급 이후의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고객의 여러 상황과 정보를 수집하여 사전에 부실을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하는 것이 고객과 은행 모두가 상생하는 길입니다.”

한편 원칙과 정도를 중시,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김 지점장은 “과거와 달리 요즘엔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어도 만약 제 자녀가 금융권에서 일을 하게 되면 기업금융을 담당할 것을 주저 없이 제안할 것”이라며 RM으로서의 강한 자부심과 애착을 나타냈다.

잘 되는 기업

1. 리스크 관리 조직과 시스템을 잘 갖춘 회사


“기업도 사업을 하면서 투자를 하게 되고, 외상으로 물건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 조직을 잘 갖추고 있으며 각종 예측의 과학화를 도모하는 기업이 결국은 이익을 많이 내게 되고 기업의 의사결정이 시장에 믿음을 주고 거래를 진전시키려는 금융기관도 신뢰하게 되며 신용등급 평가에서도 유리합니다.”

2. 실무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회사

“대부분 실무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토대로 상사로부터 평가를 잘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따라서 금융거래 시 실무자와의 협상에 강한 회사일수록 지점장은 힘드나 회사는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3. 변화가 아닌 진화하려고 노력하는 회사

“잘 되는 회사일수록 시장의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자체적인 사업구상이나 조직 구축, 영업전략을 개발하는 회사도 좋지만 전문 컨설팅사로부터 점검을 받고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회사가 좀 더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훈수 3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4. 업적 평가가 합리적이고 성과에 직결되는 회사

“사실 거래처의 실무자 또는 간부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여러 주제로 이야기하다보면 업적과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받는 회사일수록 회사의 업무에서 얻은 성과로 만족을 하려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주식투자나 부동산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5.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률이 높은 회사

“은행 지점장으로서 구체적인 원인이야 알 수 없지만 잘되는 기업일수록 임직원이 퇴직 후 얼마 안가서 유명 회사에 재취업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안 되는 기업

1. 의사결정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회사

“실무자가 전혀 권한이 없는 경우 빠른 금융 서비스 수혜를 받기가 힘들며 리스크한 의사결정의 소지가 있어 금융거래 시 주의 관찰을 하게 됩니다.”

2. 금융거래를 편중시키거나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고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회사

“불황에 대비 금융기관의 특성과 거래량을 고려해 최적의 금융기관들과 거래 관계를 맺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경우, 회사가 어려울 때 금융기관의 외면을 받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3. 인터넷뱅킹 등 새로운 금융거래 방식보다 전표나 통장거래 등 옛날 금융거래 방식을 유지하려는 회사

“효율성, 인건비 절감을 고려하지 않고 인터넷뱅킹의 사고 가능성에 지나치게 민감하며 변화된 프로세스에 적응하기 싫어하는 회사들은 시장 변화를 읽는데 둔감한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4. 임원과 실무급(팀장)간의 나이차가 많은 회사

“회사의 중간 계층이 약하면 금융거래나 회사의 영업계약 등 의사결정의 프로세스가 늦어질 가능성이 많으므로 임원과 실무급간의 나이차가 많은 것을 부정적인 시각에서 보려고 합니다.”

5. 호황 시 고정자산에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현금이 많아지면 유혹을 받게 됩니다.”

성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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