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세상일을 결정할 때 시간의 프레임 속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올해 어떤 일을 해봐야지, 또는 올해는 돈을 얼마만큼 벌어야지, 승진해야지 등등. 자산관리에서도 그런 경우를 많이 본다. 매년 연말 연초에 쏟아져 나오는 새해 재테크 전망이나 주식시장 전망 기사들이 그렇다.

세상일은 사실 시간하고는 무관하게 생겨나고 커지기도 하고,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필자가 뜬금없이 시간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간개념 속에서 혹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한번 짚어보자. 세상일이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월 단위, 분기 단위라도 상관없다) 일정한 흐름을 보이다가 갑자기 그 다음부터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세상일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시간개념하고는 사실 별 상관이 없다. 상관이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돈의 흐름은 시간과 관계없어

자산관리 측면에서 보면 돈은 우리가 일할 때뿐만 아니라 쉬거나 잠잘 때 등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계속 움직이고 있고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흐름을 무의식적으로 시간의 개념 속에서 단락을 짓고 정리하고 예측하고자 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A라는 주식을 11월에 매입했다고 하자. 주가 흐름이 예상하고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손절매를 할 것인지 계속 보유할 것인지 고민한다. 이때 마음 편하게 의사결정하는 방법이 ‘연말까지 기다려 보지’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연말까지’라는 말 속에는 그때까지는 또는 그 시점 전후에는 뭔가 의미 있는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깔려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가 흐름이라는 것은 특정한 시점이나 연말, 연시라는 것과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의심나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그래프를 살펴  보라. 특정 시점이라는 것은 내가 편하게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아무런 근거 없는 수단일 뿐이다. 주가가 세월의 흐름을 알고 움직일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펀드투자에서도 특정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했는데 수익률이 신통찮을 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좀 더 기다려 보지’, ‘3분기까지 기다리다 안 되면 어떻게 하지’ 등 펀드 수익률과는 관계없는 시간변수를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나 투자한 펀드의 내용은 시간개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투자 계속 여부의 판단 근거를 시간개념에 두고 있는 것이다. 해외 펀드 추천 시 많이 제시하는 표 중에 하나가 최근 각 해외 시장의 연간 수익률표다. 특정 시장이 한두 해 좋은 성적을 내면 그 다음해에는 수익률이 저조하다든지 하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이 표는 매년 1월1일에 투자해 그 해 12월31일에 거두었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표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매년 1월1일에 투자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투자라는 것은 금융기관이 문을 여는 날에는 늘 일어나는 일이다. 즉, 역년 기준으로 어떤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근거를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닐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필자가 아는 고객 중에 이런 시간개념이 의미 없다는 것을 일찍 파악한 이가 있다. 그의 투자원칙은 지금 판단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손익 여부를 떠나서 정리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소한의 투자 기간을 두지만 회복될 가능성이 없을 경우 많은 시간을 그냥 기다린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투자 대상은 많다는 것이다. 즉, A라는 투자 대상이 별 가능성이 없는데도 원금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 다른 투자 대상에 투자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더 좋은 투자 방법이다. 특정 시점까지의 시간과 투자 성과와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기간을 1년, 2년, 3년 등으로 정하는 경우도 올바른 투자 방법은 아니다. 계속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의미 없는 투자기간을 고수하는 것은 투자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말 제대로 투자하고 싶다면 마음속에 정한 투자기간 동안 자신이 투자한 주식이나 펀드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늘 주의 깊게 변화를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투자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는 순간에는 혹 어제 가입한 펀드나 매수한 주식도 과감하게 털고 나와야 한다.

장기투자도 근거 희박

요즘 가장 많이 등장하는 투자 관련 용어 중 하나가 장기투자다. 투자자들이 장기투자가 금과옥조인양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근거가 희박한 얘기다. 물론 일부 장기투자가 좋은 성과를 보여준 경우도 있지만 모든 경우에 맞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장기투자의 의미는 특정 펀드나 주식에 투자한 후 원래 투자했을 때 생각했던 판단 근거가 흔들리지 않는 한 계속 보유한다는 의미다. 즉, 미리 특정 수익률을 정해 놓고 그 수익률을 달성했을 때 환매하거나 매도하는 것이지 최초 투자 근거가 의미를 잃고 있는 와중에서도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최근 중국, 베트남 펀드나 특정 섹터펀드(일본 리츠펀드 등) 같은 것이 좋은 예다.

이런 무모한 장기투자는 한번 큰 손실이 나게 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30% 손실이 났을 때 이를 회복하려면 30%를 벌면 되는 것이 아니고 40% 이상 수익률을 올려야 원금 회복이 되기 때문이다. 50% 손실이 났다면 100% 수익을 올려야 원금 회복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합리적인 투자는 자신이 투자한 대상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부자들은 그 요인을 비교적 잘 알고 있지만 평범한 투자자들은 관계없는 요인을 바탕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 버리는 우를 범한다.

오늘이라도 내가 투자할 때 생각했던 변수가 유효한지 체크해 보고 막연히 시간의 흐름에 그냥 맡겨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김선열 삼성증권FnHonors 분당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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