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군인공제회가 뜨면 주식도 뜬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교원·군인공제회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주식투자와 M&A,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장 곳곳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은행, LG카드, 현대건설 등 2006년 한해 예정된 10여개의 인수합병(M&A)도 이들 공제회의 움직임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회 맏형 격인 교원공제회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12조원이 넘는다. 주식 관련 상품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주요 연·기금 중 국민연금 다음으로 투자 규모가 많다. 그만큼 자산운용업계나 주식시장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손으로 꼽힌다.

 2002년 7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교원공제회는 이듬해 281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흑자로 전환한 이후 2004년 327억원, 2005년 1999억원 등 3년 연속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이에 따라 2005년 말 총 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14.5% 증가한 12조601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사이 자산 규모가 1조6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이다.

 군인공제회는 교원공제회에 비해 자산 규모(2005년 말 5조3000억원)는 작지만 지분투자와 M&A로 빠르게 몸짓을 키워 나가고 있다. 특히 20년 연속 흑자를 달성할 정도로 자산운용에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2005년 한해만도 133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무려 100%가 넘는 신장률을 보였다. 또 진로, 두산인프라코어, 해태제과 등 굵직한 M&A를 성공시키면서 인수·합병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상태다.

 “모든 투자는 철저하게 내·외부 자문기관을 통해 이루어지고 위험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율 보장 등의 안정장치가 없으면 아무리 기대수익률이 높다고 해도 자금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한상일 교원공제회 개발사업부 부장)



 높은 수익률 어디서 나오나

 교원·군인공제회의 투자 원칙은 철저한 리스크 헤지다. 개발사업, M&A, 벤처투자 등 위험성 자산의 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자산운용위원회 등 내부는 물론 회계사, 법무사 등 외부자문기관에 컨설팅을 맡기는 것이 기본이라고 공제회 투자 담당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M&A나 개발사업의 경우 사업 타당성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자산회수 방법을 더욱 중요시 여긴다고 전했다.

 주식·채권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2005년 교원·군인공제회는 주식투자(직접)를 통해 4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채권투자에서도 여타 기관들이 금리예측 실패로 큰 손실을 본 반면, 교원·군인공제회는 6~8%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특히 전체 금융투자 자산 중 40%(3조원) 가량을 주식과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교원공제회는 주식 운용 능력 면에서 증권사의 자산운용팀과 맞먹는 수준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재윤 교원공제회 자금운용부 부장은 “주식이나 채권투자 모두 투자팀원들이 직접 기업을 방문하고, 각종 리포트를 수집해 분석한 다음 전체 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며, “2005년 증시활황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손절매 등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손해를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스크관리에 철저하다 보니 증권 및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이들 공제회가 ‘불편한 손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에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공제회 투자팀들은 업계에서도 선수들로 불리는 사람들이 많이 배치돼 있다”며, “많이 아는 손님들이 더 까다롭듯이 이들 공제회도 큰 손이지만 달갑지 않은 손님으로 분류된다”고 귀띔했다.

 똑같은 큰 손이지만 교원공제회와 군인공제회의 투자 성향은 큰 차이가 있다. 교원공제회는 투자자산의 대부분을 개발사업과 유가증권 투자에 집중하는 반면, 군인공제회는 M&A, 벤처투자 등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교원공제회는 전체 투자자산 중 65%인 8조3000억원 가량을 유가증권과 개발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 유가증권 투자 규모는 6조3700억원, 개발사업 투자는 1조8300억원 정도다. 또 유가증권 투자에서 주식 및 주식관련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이에 반해 군인공제회는 전체 자산 중 3조원 이상을 개발사업 및 M&A 등에 투자하고 있고, 주식 및 채권 투자는 3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위험성 자산투자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 송하점 군인공제회 금융투자본부 과장은 “국내 주식은 아직 불안정하고, 채권 역시 저금리로 조달금리 8%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M&A 등 위험성 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 공제회가 유가증권 투자보다 활약상이 뛰어난 곳은 사회간접투자(SOC) 등 개발사업이다. 개발사업자들 사이에서는 교원·군인공제회가 돈 되는 곳은 어디든 투자하는 문어발로 통할 정도다. 실제로 이들 공제회는 연·기금이 주로 하는 사회간접투자와 민간자본유치사업(BTL), 프로젝트파이낸싱뿐만 아니라 골프장, 콘도, 실버타운, 에너지사업 등 각종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에 배재환 교원공제회 개발1팀 팀장은 “개발사업 투자 수익률은 6~10%를 기본으로 한다”라며, “유가증권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개발사업 투자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교원공제회는 조만간 경기 여주에 티칭랜드라는 골프장을 개장한다. 골프장 개장을 시작으로 스키, 콘도 등 종합리조트단지도 개발할 계획이다. 또 2005년 안에 경남 창녕에 실버타운을 건설하는 등 복지 분야에 전념할 계획이다. 향후 6000억원가량을 투입해 경기 용인과 여주 등 수도권 2곳, 대전 등 중부권, 광주·호남권에도 단계적으로 실버타운 ‘서드에이지’를 만들어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군인공제회의 주무대는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군인공제회가 최근 몇 년 사이 M&A시장에서 명성을 얻고 있지만 주력부대는 역시 공병 병과 출신들로 구성된 건설사업 및 지원본부다. 중견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는 군인공제회와 파트너가 되면 ‘절반의 성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실제로 IMF 이후 군인공제회가 참여한 부동산 개발사업은 하나같이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04년 완공한 서울 종로구의 주상복합아파트 ‘경희궁의 아침’을 비롯해 마포 한화오벨리스크, 여의도 리첸시아, 광화문의 용비어천가 등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군인공제회는 현재 경기도 용인 신봉리 회원용 아파트 건설 등 총 20곳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업 예정 지역까지 포함하면 30건의 아파트 건설 등 부동산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또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 일대 125만평에 골프장, 주거시설, 테마파크, 축구장, 야구장 등을 짓는 복합레저단지 건설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김해시와 실시협약을 체결했고, 시공사(대우건설)도 선정해 기초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 M&A시장 달군다

 2006년 한해 교원·군인공제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M&A시장이다. 외환은행 등 굵직한 10개사의 M&A 규모만 62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들 공제회의 활약상도 기대되고 있다.

 이들 공제회는 이미 최근 2~3년 사이 M&A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린 바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2005년 10월 470억여원을 들여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이 보유한 삼양식품 지분 27.66%를 깜짝 인수해, 삼양식품의 1대 주주가 됐다. 또 2004년에는 이랜드컨소시엄에 들어가 뉴코아 인수에 2316억원을 투자했고, 2005년 8월에도 진로 인수에 7400억여원을 투자해 21%의 지분을 보유해서 하이트맥주(52.1%)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군인공제회도 2003년 금호타이어를 2500억원에 인수 후 매각, 2년도 채 되지 않아 1600억원의 대규모 차익을 거둔 바 있으며, 2001년 117억원에 인수한 한국캐피탈도 현재 지분가치가 985억원에 달한다. 또 STX에너지 5%, 해태제과의 32.9%, 성동조선해양 33.33%의 지분을 갖고 있어 상장시 또 한번 대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M&A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이들 공제회도 내부적으로 시장 석권을 위한 자금 확보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실제로 교원공제회는 최근 조직을 개편하고, 그동안 개발사업본부에서 주관하던 M&A 업무를 자금운용부로 이관했다. 또 M&A 등 투자업무를 위한 자금 확보 계획도 짜 놓은 상태다. 이와 관련 교원공제회 관계자는 “M&A업무를 이관한 것은 업무 특성상 유가증권을 담당하는 자금운용부에서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고, 앞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데 보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개편했다”라고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이미 주요 M&A 물건에 대한 타당성 분석 등 준비 작업을 끝낸 상태이며, 컨소시엄 구성이나 투자 시기, 방법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들 공제회의 올해 첫 M&A는 대우건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평수  교원공제회 이사장이나 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대우건설 인수 참여를 시사한 바 있는 상태. 현재 이들 공제회는 금호산업 등 10여군데 인수 희망업체로부터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달라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 M&A의 향방은 이달 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내부통제 미흡 지적도

 금융권에서는 교원·군인공제회가 지난해 증시활황과 성공적인 M&A로 높은 신장률을 보였지만, 공격적인 문어발식 투자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공제회는 공익성이 강한 국민연금과 달리 특정 회원들의 자금을 운용 관리하는 만큼 수익성 투자가 중심인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자산 포트폴리오를 볼 때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위험성 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이 흠”이라고 지적했다.

 즉, 부동산시장이나 증시가 폭락할 경우 파생상품 투자 등 헤지 능력이 약한 공제회의 경우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자산운용팀 관계자도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 비중이 낮다고 비난하지만, 자산운용을 담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위험성 자산의 투자 비중이 높을수록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는 능력도 수반돼야 하는데, 이는 전문가 집단에서도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금융권의 지적에 교원·군인공제회는 위험성 투자 비중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한 사업성 분석과 리스크관리 아래 이루어지고 있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윤 부장은 “주식 및 주식 관련 상품 투자가 전체 금융투자 자산의 39%인 2조3000원 정도지만, 이 중 직접투자는 6115억원이고 나머지는 일임투자 등 간접투자”라며, “간접투자도 일종의 혼합형 펀드로 구성돼 있고, 주식투자 수익 확정시 자동으로 전환되는 등 안전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원·군인공제회의 내부통제시스템 미흡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교원·군인공제회는 특혜시비, 운용비리 등 갖가지 의혹으로 해마다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태. 실제로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70억원대 통일중공업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검찰조사까지 받았고,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김승광 이사장은 “공제회 내부의 조직적인 비리가 아니라 개인비리”라고 해명해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함을 시인했다.

 증권업계 한 CEO는 “잘 투자하고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통제가 되지 않으면 튼실한 기업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다반사”라며, “개인비리라고 해도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회사 시스템의 총체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상연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