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문현(52) 유리자산운용 사장은 주식시장에서 ‘고수익 CEO’로 불린다. 유리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유리스몰뷰티주식펀드’가 2005년 전체 주식펀드 중 가장 높은 123%의 연간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유리스몰뷰티주식펀드’의 고수익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차문현 사장은 대뜸 “잊어 달라”라고 부탁했다. 주식펀드와 관련된 수익률 질문은 더 이상 듣지도, 대답하지도 않겠다는 것. 그는 연간 123%의 수익률을 냈다는 얘기가 나가자마자,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해 업무조차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펀드투자 역시 주식과 마찬가지로 투자 결과와 책임은 고객의 몫이죠. 특히 펀드는 안전한 자산증식이 목적입니다. 고수익만을 기대하고 펀드에 투자한다면 낭패를 보기 쉽죠. ‘유리스몰뷰티주식펀드’가 지난 한해 좋은 실적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수익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고객이라면 투자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펀드투자에 대한 차 대표의 이 같은 철학은 ‘유리스몰뷰티주식펀드’에 그대로 반영돼 운용되고 있다. 1월9일 현재 ‘유리스몰뷰티주식펀드’의 설정잔고는 700억원을 밑돌고 있는 상태다. 100%가 넘는 수익률에 불구하고 펀드 규모가 이렇게 작은 것은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펀드 가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유리스몰뷰티주식펀드’는 월 100만원 내에서만 투자가 가능하다.

 “펀드 규모가 크면 자산운용사로서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죠. 하지만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당초 목표했던 자산운용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의 수익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믿고 맡긴 돈을 운용하는 만큼 정해진 역할(Role)이 더욱 중요하죠."

 ‘유리스몰뷰티주식펀드’가 처음부터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이 펀드는 높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 차 대표가 취임할 당시까지만 해도 50억원을 밑도는 그야말로 소형 펀드에 불과했다. 차 대표는 취임 이후 회사와 펀드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판매사를 돌며 유리자산운용과 펀드를 선전했죠. 알리기만 하면 성공할 자신이 있었죠. 펀드 운용 방법과 실적이 남달랐으니까요. 펀드의 운용 실적이 알려지면서 자금이 빠르게 모였습니다. 5개월 만에 1000억원까지 모였죠. 너무 자금이 빨리 모여서 가입을 제한하게 된 것입니다.”

 2006년 들어 ‘유리스몰뷰티주식펀드’는 실적이 부진하지만, 이 펀드를 팔겠다는 판매사들은 아직도 넘쳐나고 있다. 이 같은 판매사의 요구에 유리자산운용은 스몰뷰티 ‘2탄’으로 성장주와 배당주에 투자하는 ‘그로쓰앤인컴펀드’를 내놨다. 스몰뷰티의 영향으로 이 펀드 역시 한 달 만에 2000억원이 몰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차 대표는 올 투자전략과 관련, 고객들에게 주식펀드의 수익률 눈높이를 낮출 것을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가 50% 이상 오르면서 주식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올랐지만, 2006년에는 큰 폭의 오름세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차 대표는 올 한해 종합주가지수는 1550~1600포인트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기대수익률은 투자대상에 따라 10~20% 정도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그동안 실적을 올린 인덱스펀드를 올해 주력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특정지수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로 고객들의 장기 노후 재테크를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유리자산운용은 국민연금의 인덱스펀드 운용사로 5년간 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국내 최대 규모인 6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유리자산운용은 이 같은 꾸준한 수익률로 국민연금으로부터 18억원의 성과급을 받기도 했다.

 “저금리·고령화로 노후가 불안정한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덱스펀드만한 재테크 수단도 없다고 봅니다. 유리자산운용은 5년간 국민연금의 인덱스펀드 운용사로서 매년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해 온 경험이 있죠.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업계 최초로 개인투자자를 위한 적립식 인덱스펀드를 내놓을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대체투자펀드(AI펀드)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상황과는 상관없이 일정 수익을 창출하는 절대수익추구형펀드 등이 바로 그것. 절대수익추구형펀드는 8~12%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고객들의 여유자금이나 단기자금 운용에 유용하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만약 1억원의 투자자산을 있다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차 대표는 “인덱스펀드에 50%, 유리스몰뷰티 등 성장형에 30%, 배당주펀드에 20%를 투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2006년 한해 증시는 오름폭이 10% 내외에서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대부분의 종목이 가치가 반영돼 주가가 오른 상태라 이제는 선별적인 상승이 불가피하죠. 그만큼 투자자들의 종목 선정이 힘들어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덱스펀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주식펀드 비중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죠.”

 차 대표는 유리자산운용을 한국의 뱅가드(세계 최대의 인덱스펀드 자산운용사)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직접 뱅가드를 방문해 벤치마킹을 위한 공부를 했고, 올해부터는 임직원들을 단계별로 뱅가드에 보내 자산운용 및 고객관리 방법 등을 익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유리자산운용은 인덱스펀드 전문 운용사를 추구하기 때문에 당연히 뱅가드가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밖에 없죠. 현재 뱅가드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시스템 개발, 교육연수, 상품개발 등을 진행 중입니다. 저금리와 고령화로 안정적인 장기 자산운용이 점점 부각되고 있는 만큼 인덱스펀드에 강한 유리자산운용이 한국의 뱅가드로 변신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봅니다.”

임상연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