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싸커로 유명한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은 ‘오렌지 군단’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국제 축구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국내보험시장에서도 ‘오렌지 군단’의 돌풍이 일고 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의 ING생명. 이곳의 보유계약은 100만 건을 넘어서면서 은근히 생보업계 빅3의 벽을 넘보고 있다.
 근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영업조직의 확충과 공격적 마케팅, 지속적인 자본 확충 등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을 급속하게 넓혀가고 있다.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의 시장점유율은 2000회계 연도 5.8%에서 2004회계 연도 16.5%, 2005회계 연도 1분기 18.0%로 크게 높아졌으며, 수입보험료도 연평균 25% 이상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11개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2005회계 연도 1분기까지 2조4608억 원의 수입보험료를 기록, 생명보험사 전체 수입보험료(13조6934억 원)의 1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판매되는 보험계약의 경우 전체 초회보험료 중에서 약 56.3%를 차지하고 변액보험의 판매 비중도 2004 회계 연도 31.0%를 점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ING생명은 2004년 4.5%에서 2005년 4.9%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외국계중 1위, 국내에선 4위에 올랐다. 국내 생보업계는 2004회계 연도 기준 삼성생명(34.3%), 대한생명(17.7%), 교보생명(16.5%) 등 이른바 빅3가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ING생명은 12%의 점유율 차이를 극복하고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던 국내 생명보험사 빅3 안에 진입할 수 있을까?

 ING생명은 1989년 ING그룹의 한국 현지법인으로 설립, 다른 보험사와 인수합병 없이 독자적으로 성장해 왔다. ING그룹이 ING생명에 1998년 2월 110억 원, 1999년 2월 90억 원의 유상 증자로 재무구조가 개선돼 지난 2004회계 연도에 총자산 5조6000억 원, 수입보험료 2조4000억 원, 수익 1500억 원의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두었다. ING생명은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을 주력상품으로, 5000여 명의 재무설계사, 방카슈랑스, 텔레마케팅 등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ING생명은 미국 금융기관 전문평가기관인 A.M.Best로부터 5년 연속 신용등급 ‘A(excellent)’를 받는 등 안정성 측면에서 인정받았다. 한국 보험소비자 연맹이 뽑은 생명보험사 종합평가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이쯤 되자 론 반 오이엔 ING생명 사장은 “향후 질적 향상에 더욱 주력해 시장점유율을 두 배 이상 늘리고 한국 생명보험 TOP3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해 3위인 교보생명의 신경을 건드렸다. 전문가들도 ING생명의 시장점유율이 교보생명보다 10% 이상 뒤쳐지지만 현재 ING생명이 보여주고 있는 성장세라면 추격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ING생명의 강점은 무엇일까?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우수한 전문영업인력, 유지율과 정착률, 국민은행과의 제휴 및 ING그룹의 충분한 지원을 꼽는다.

 ING는 신규 판매채널 특화전략과 상품, 효율성 높은 영업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민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대리점과 설계사 등 전통적인 판매채널이 아닌 은행을 보험창구로 하는 ‘방카슈랑스’에 가장 먼저 참여했다. 국내 생보사들이 은행과 협상단계에 있을 때 ING생명은 지분참여를 통해 국민은행과 방카슈랑스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주식 4.05% , KB자산운용 지분 20% 를 보유하고 있다. 또 2004년 국민은행이 한일생명을 인수해 설립한 KB생명 지분 49%를 인수, 경쟁 외국사에 비해 발 빠르게 대처했다.

 ING생명은 시장 흐름에 맞는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0년대 후반 종신보험 판매 이후, 변액보험을 내놓는 등, 투자와 저축, 보험까지 포괄하는 복합상품을 도입했다.

 또 금리·환율 변동 시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외화보험의 일종인 ‘달러보험’ 등도 판매하고 있다. 2000년도에 접어들면서 국내사들이 종신보험시장에 속속 진출해 시장은 포화상태에 빠졌다. 이 때 ING생명은 연금보험으로 판매방향을 바꿔 회사의 이익과 FC(재무설계사)들의 영업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사망 후 보장 중심인 종신보험 이후에는 생존 보장 중심의 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최근에는 변액보험과 유니버설보험 등 자금 활용이 용이한 보험상품의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달러뿐 아니라 유로화 가입도 가능한 ‘마이스타 외화연금보험’을 개발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의 요구와 시대상황에 맞는 보험상품을 파악하고 적절한 판매채널과 접목시키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규모가 비슷한 국내 중소형사에 비해 영업조직의 생산성 및 정착률 등에서도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 ING는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정책을 펼쳤다. 90년대 중반 영업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수수료를 선 지급 하는 제도를 도입,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제도 도입이 무리수라는 내·외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재무설계사를 많이 확보하면서 다른 외국사보다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또 남성위주로 운영되던 영업체제에 여성조직을 도입, 생산성 향상을 추구한 것도 ING생명이다.

 자산운용에서도 국내 보험사들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고객에게 향후 돌려줘야 할 부채라는 점을 인식해 보험계약 기간과 자산운용 기간을 일치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보험소비자 연맹이 실시한 보험사 평가에서 ING생명은 평균예정이율 대비 총자산이익률이 137.17%로 업계 평균치인 92.9%보다 월등히 높았고, 총자산수익률과 자기자본수익률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또 지급여력비율을 57% 반영하고, 부실자산비율과 위험가중자산비율 및 상품유가증권평가손익을 각각 14%씩 가중치를 부여해 합산한 자산건전성 부문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ING생명은 주식시장이 호황일 때도 주식에 투자한 적이 없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위해 국공채, 특수채 등에 주로 투자한다. ING생명은 국내에서 보험사의 입지를 굳히고 글로벌 종합금융서비스 그룹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꾸미고 있다. ING그룹은 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있는 모든 시장에서 5위 이상, 그리고 외국계 회사 중에서는 3위 이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외국계중 1위, 전체 4위를 달성해 목표치를 넘어선 셈이다. ING생명의 아시아 보험산업그룹의 영업순이익 기여도는 약 8%이지만, 신계약수입의 47%를 차지한다. ING생명은 아시아시장이 중요한 성장엔진이며 특히 한국시장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ING생명은 국내시장 3위 진입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재무설계사를 주축으로, 방카슈랑스를 보조매체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지원과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2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퇴직연금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외국사들은 기업연금운영 노하우와 선진자산운용기법 등을 가지고 있어 도입 시 이 분야에서 본격적인 영업이 기능하다.  이에 따라, 개인보험시장의 변액보험상품에 이어 퇴직연금시장에서의 외국사의 생명보험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이엔 사장은 “기업연금의 핵심 중 하나가 안정되고 믿을 수 있는 자산운용 능력”이라며 “이미 여러 나라의 기업연금시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ING그룹은 안정된 운용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현재 101개인 지점을 내년에 125개로 확대하고 설계사도 125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ING생명은 재무설계사 채널을 이용해 생명보험시장에 집중하는 것 외에도 변액보험과 뮤추얼펀드판매에 주력할 방침이다. 정부가 보험설계사에게도 판매를 허용키로 한 뮤추얼펀드 부문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ING생명은 기업연금과 펀드시장에 대비하여 국내에 자산운용사를 세울 방침이다. 이미 KB자산운용에 지분투자를 하고 있지만 기업연금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지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KB자산운용 외에 별도의 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회사 내부에 있는 자산운용부서를 따로 독립시켜 별도 회사로 만들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회사 설립도 가능해진다.

 오이엔 사장이 자신하듯이 펀드와 기업연금시장에서 성공할 수만 있다면 ING생명의 3위 입성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자계 특성, 안정적인 채널 유지 필요

 그러나 ING생명이 빅3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헤쳐 나가야 할 문제도 많다.  최대강점인 모집조직과 국민은행 제휴는 오히려 ING생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ING생명의 내부에서는 “오프라인을 통한 활발한 활동보다는 전화를 통한 계약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국내에서의 인지도와 영업장 확보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재무설계사들의 활동을 늘려야 하며 회사도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수수료 선 지급 문제는 능력 있는 재무설계사를 영입하고 정착시키는 단계에서는 유용한 반면 갑작스러운 재무설계사 수입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영업인력의 이탈이 예상돼 ING생명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국민은행과의 관계도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보험권 향방에 따라 언제든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자체적인 진단도 나오고 있다. 방카슈랑스 상품제한이 완전히 허물어지고 은행이 보험을 영위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국민은행으로서도 굳이 ING와 제휴를 강화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점차 외자계 보험사로서의 차별화가 불명확해지고 있다는 점도 ING생명의 고민 중 하나다. 국내 생명보험사들도 이제는 상품이나 영업측면에서 외국계 시스템 적용을 거의 완전히 갖추게 됨에 따라 과거처럼 남성설계사가 노트북을 들고 재무설계를 하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힘든 상황이다.

 그밖에 변액보험 이후 대안 상품개발의 지연, 대형사에 비해 비교적 떨어지는 IT시스템, 브랜드 이미지 및 인지도 개선의 여지는 ING생명이 향후 겪게 될 또 하나의 숙제가 될 것이다. 외적으로는 저금리 금융환경, 연금 및 고용관련 세제개혁, 소비자 보호주의로 인한 가격경쟁 심화, 규제환경의 변화에도 대처해야 한다.

 생보업계의 관계자는 “회사의 체계적인 교육이나 룰보다는 필드에서 자생적으로 학습하고 경험하고 현장에서 습득한 것들을 다시 학습하는 스타일의 필드 중심의 조직, 학습문화가 ING생명의 강점이고 이것이 회사의 정책이나 주변상황에 상관없이 여전히 강한 영업조직으로 살아남는 힘”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과거와 달리 이미 브랜드 인지도 또한 안정적이며 맨파워도 어느 회사에도 뒤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이어 “그러나 현재는 과거와 달리 하이마켓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정책은 버린 것 같고 이미 5000명을 넘어버린 설계사들의 숫자로 봐서 일반적인 보험회사로 승부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판단되며 선별해서 설계사를 충원하던 정책에서 대량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함에 따라 영업정책에 대한 변화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3대 장사꾼 하면 유대인, 스코틀랜드인, 네덜란드인을 꼽는다. 유대인은 고향에서 쫓겨난 뒤 세상을 떠돌며 구박과 설움에 살아야 했고, 스코틀랜드인들은 로마인에게 쫓겨 바위투성이 땅으로 내몰린 뒤 영국인들의 핍박에 시달려 장사에 도가 텄다. 그러나 네덜란드인은 풍부한 경험을 통해 훌륭한 상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들은 일찍부터 장사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터득했으며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합리적이고 개방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덜란드 금융사인 ING생명이 그동안 보여준 변화에 대한 적응능력을 고려해 보면 업계 3위 달성이 꿈같은 얘기만은 아니다.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생명은 열외로 놓더라도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은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터뷰



론 반 오이엔(Ron van Oijen) ING생명보험 대표

 3년 내 국내 생보업계 빅3 진입 목표



  “TOP4에 진입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는 보험계약유지율이나 정착률 등 보험사의 경영효율지표의 향상을 통한 질적 성장에도 더욱 주력할 것이며 3년 내 한국 생명보험 TOP3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론 반 오이엔(45) ING생명 사장은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지는 국내 생명보험업계 3위 진입을 장담하고 있다. 현재 3위인 교보생명의 점유율은 17%, 외국사 중에는 부동의 1위라고 하지만 4.9%인 ING생명이 단기간에 따라잡기엔 벅찬 수치이다.

 그러나 오이엔 사장은 “안 되는 일은 없다. 모든 일에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뤄나가는 기업문화를 만들 것이며, 그것이 바로 ING생명의 성공이자 고객만족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라며 “FC정예화, 선진금융상품 개발, 소비자 서비스와 함께 기업연금시장 선점으로 업계 3위를 반드시 달성 하겠다”고 한다.

 ING의 재무설계사는 높은 정착율과 생산성으로 전문영업인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오이엔 사장은 “이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으로 전문성과 업무만족도를 높여 명실상부한 최고의 전문인력으로 양성할 계획”이라며 “ING생명의 기업규모와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인 ING의 위상에 맞는 국내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주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스포츠, 문화, 공익사업 캠페인 등의 다양한 브랜딩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계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오이엔 사장은 보험사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지역 은행에서 계리, 상품개발, IT 및 고객서비스 부문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금융전문가이다. 특히, 1995년에서 2004년 2월까지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보험·은행부문 총괄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ING생명을 업계 2위까지 올려놓았고 산하 분리되어있는 회사들을 성공적으로 통합시키는 등 뛰어난 경영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생활 20년째 접어들고 있는 그는 가족에게 굉장히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와 남편이며, 직원들과의 행사도 가족중심으로 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오이엔 사장은 2002년 서울 월드컵을 보고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으며, 거스 히딩크 감독과도 절친한 사이이다. 사내 축구부에 가입하여 직원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보는 운동보다는 플레이하는 운동을 좋아한다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오이엔 사장은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역동성이 낯선 땅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힘이 된다”며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과 한국 주변국들을 많이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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