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대와 우려 속에 시행된 퇴직연금이 12월1일로 도입 1년을 맞는다.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급여 보장은 물론 노후 대비를 위한 기초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내 증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과연 퇴직연금은 불안한 국민연금을 대신해 국민의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고 있을까. <이코노미플러스>가 퇴직연금 도입 1년을 되돌아 봤다.

2005년  11월, 퇴직연금 도입 한 달을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는 ‘잔치’가 한창이었다. 적립식 펀드에 이어 퇴직연금까지 도입되면 한국 증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때문이었다. 때마침 종합주가지수는 1200포인트를 돌파, 새로운 신기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당시 보험개발원은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2006년 시장 규모만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5조원 정도가 주식시장에 유입돼 한국 증시가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발맞춰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2006년 종합주가지수가 1600포인트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투자 보고서까지 내놨다.

퇴직연금 ‘속빈 강정’ 전락하나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퇴직연금시장은 과연 얼마나 성장했을까. 본지가 입수한 노동부의 ‘기업 퇴직연금 도입 현황’ 자료를 보면 한 마디로 초라하다.

이 자료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은 총 1만3485개사이며 가입 근로자 수는 14만68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언뜻 숫자만 보면 1년간 엄청난 성장을 한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속빈 강정’에 불과하다.

우선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 대부분이 영세사업장이었다. 전체 퇴직연금 도입 기업 중 근로자 수가 30인 이상인 곳은 10%도 채 안 됐다. 10인 미만인 기업이 72.4%(9761개사)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30인 미만인 곳은 18.2%(2448개사)였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 수에 비해 가입 근로자가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마저도 퇴직연금 사업자인 은행이 주거래은행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반강제적으로 유치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30~100인 미만 기업은 7.8%(1045개사), 100인 이상 기업은 2%(231개사)도 채 안됐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물론 웬만한 중소기업조차 퇴직연금 도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 적립액은 더욱 초라하다. 10월말까지 총 적립액은 4656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가입 근로자 1인당 317만원 정도가 퇴직연금 계좌에 입금된 것이다. 이는 당초 예상한 시장 규모 10조원의 5%도 안 되는 수치다. 총 적립액 중 증시로 유입된 돈도 100억원에 불과해 증시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무색케 했다. 퇴직연금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여의도 증권가가 최근 조용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1600포인트 이상 예상됐던 종합주가지수는 퇴직연금 도입 1년이 지났지만 지난해 말 수준인 1350~1400포인트 사이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 수에 비해 퇴직연금 적립액이 적은 것은 많은 기업들이 퇴직금 중간정산제에 따라 퇴직금을 이미 지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홍중 우리은행 신탁사업담 퇴직연금파트장은 “연봉제 및 퇴직금 중간정산제가 확산되면서 대다수 기업들이 퇴직금을 지불한 상태”라며 “따라서 퇴직연금을 도입해도 퇴직연금 계좌에는 첫 해 퇴직금 정도만 적립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기 활성화 대책 마련해야

퇴직연금이 당초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퇴직연금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흡한 제도 마련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 곳곳에서는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크다.

증권업계 한 퇴직연금 담당자는 “퇴직연금은 임의제이기 때문에 기업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유인책이 중요하다”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움직이지 않는 것도 퇴직연금이 별다른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 입장에서 퇴직연금은 기존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단순히 퇴직금 운용 주체가 사업자에서 사업자 및 근로자로 변한 것뿐이다. 세제 혜택도 똑같다. 구지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퇴직연금은 노사 합의로 작성한 퇴직연금규약에 따라 시장상황과 상관없이 매년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확정급부형(DB : Defined Benefit)의 경우 손실이 날 경우 이를 채워 줘야 하는 등 기업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동인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개인이 퇴직연금을 통해 자기 퇴직금을 적극적으로 운용,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과는 달리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도 무용지물에 가깝다. 퇴직연금은 개인이 퇴직급여액과 별도로 추가 적립할 경우 연간 300만원에 한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소득공제 혜택은 개인연금까지 모두 포함한 것으로 이미 연금저축, 연금보험 등 개인연금에 300만원 이상 납입하는 사람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가입 시 추가 적립금 1만5000달러까지 전액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밖에도 근로자가 급전이 필요할 경우 퇴직연금을 자유롭게 빼 쓸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퇴직연금은 무주택 가입자의 주택 구입, 천재지변 등 담보 제공이 불가피하다고 노동부 장관이 인정할 때만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윤현성 SH자산운용 과장은 “근로자의 노후 소득 보장이란 제도 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제도 개선으로 기업들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펀드 수익률 극과 극

주식형 ‘부진’, 혼합형 ‘선전’

“내 퇴직연금은 얼마나 불었을까?” 퇴직연금 수익률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자산운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퇴직연금펀드다. 예금이나 보험 등의 원금보장형 상품은 가입 당시 이미 이자 수익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펀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퇴직연금 수익률도 크게 달라진다.  한국펀드평가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11월3일 기준으로 퇴직연금펀드 수는 151개이며 총 설정액은 43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수익률은 어떨까. 펀드 유형별로 수익률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주식형 펀드는 증시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채권형 펀드도 이자 수익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혼합형 펀드만이 선방하고 있는 상태다.

15개가 운용되고 있는 주식형 펀드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는 펀드가 불과 3개뿐이었다. 나머지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가장 좋은 실적을 보인 펀드도 1.72%의 수익률을 올리는데 그치고 있다.

27개가 운용되고 있는 채권형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최고 수익률이 3.82%로 정기예금 이자에도 못 미쳤다. 혼합형 중에서는 혼합주식형(펀드 수 9개)이 혼합채권형(펀드 수 100개)보다 수익률이 좋았다. 혼합주식형 펀드 중 최고 수익률은 7.80%에 달했다.

개별 펀드별로 보면 수익률은 더욱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최근 6개월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미래에셋투신운용의 ‘미래에셋퇴직연금솔로몬주식형자1’로 1.72%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투신운용의 ‘삼성퇴직연금패시브배당주식자1(DB)'는 -5.69%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채권형 펀드 중에서는 SH자산운용의 ‘SH톱라이프퇴직연금채권자4’가 3.82%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펀드는 신영투신의 ‘신영퇴직연금채권자’로 2.12%였다. 채권형 펀드 간 최고, 최저 수익률이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혼합주식형 펀드는 펀드 간 수익률 격차가 주식형 펀드보다 심했다. KB자산운용의 ‘KB퇴직연금주식혼합형자’가 7.8%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한데 반해 삼성투신운용의 ‘삼성퇴직연금인텍스주식1(DB)'는 -6.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저, 최고 펀드 간 수익률이 무려 15%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혼합채권형 펀드는 최고 펀드(대신투신운용의 '대신DC대표주혼합(자)B-1', 5.48%)와 최저 펀드 간(KB자산운용의 'KB퇴직연금채권혼합형K-1', -2.16%) 수익률 차이가 7.5%포인트에 달했다.

펀드 선택 따라 노후가 달라져

펀드별 수익률 차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연간 퇴직 급여액이 400만원인 A씨가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했다고 치자. A씨가 퇴직 급여액의 60%(240만원)를 연 4.5%의 이자가 지급되는 예금에 예치하고, 나머지 40%(160만원)를 주식형, 채권형, 혼합주식형, 혼합채권형 펀드에 골고루 분산투자해 6개월간 운용했을 경우 펀드 선택에 따라 최고 412만9200원을 벌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원금을 까먹을 수도 있다. 퇴직연금이 퇴직 이전 최소 55세까지 매년 적립, 운용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그 결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즉 펀드 선택에 따라 어떤 노후가 펼쳐지느냐가 결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윤현성 SH자산운용 과장은 “아직 제도상 퇴직연금 운용의 한계가 있지만 지금도 어떤 식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향후 개인별 퇴직연금 규모는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퇴직연금펀드는 어떻게 골라야 할까. 펀드 전문가들은 우선 은행, 증권, 보험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제시하는 펀드의 과거 수익률을 주의 깊게 살피라고 충고한다. 퇴직연금펀드는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기업별로 새롭게 만들지만 이중 대부분은 자산운용사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펀드를 이름만 바꾼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원조’ 펀드를 찾아 과거 수익률을 조사하는 것은 쉽다. 과거 수익률이 변동성이 적고 꾸준한 펀드일수록 좋다.

박현철 한국펀드평가 펀드애널리스트는 “과거 수익이 미래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3년 이상 꾸준히 수익률을 유지해온 펀드라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펀드 전문가들은 될수록 규모가 큰 펀드를 선택하라고 권고한다. 펀드 규모가 클수록 투자 범위도 넓어지고 분산투자로 리스크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식형 펀드는 최소 50억원, 채권형 펀드는 최소 100억원은 돼야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펀드의 수익률이 기대 이하인 것도 펀드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151개 퇴직연금펀드 중 규모가 10억원이 넘는 것은 11개에 불과하다. 또 가장 규모가 큰 펀드가 3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임종복 도이치자산운용 이사는 “펀드 규모가 작으면 펀드매니저의 투자 선택의 폭도 작아져 시장 리스크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며 “펀드가 크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돼야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펀드 수수료와 투자 상담 서비스도 체크 요소다. 펀드 수익률이 같아도 판매 및 운용사 등에 지불하는 펀드 수수료에 따라 손에 쥐는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 삼성금융그룹 퇴직연금시장 독주 ]

퇴직연금 도입 1년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금융그룹의 독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금융 3사의 퇴직연금 시장점유율(퇴직연금 적립액 기준)이 54.3%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41개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보험, 증권) 중 1위는 삼성생명이 차지했다. 삼성생명은 증권업계 전체 시장점유율(6.8%)보다 5배가량 많은 29.3%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는 23.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삼성화재가 차지했고 이어 농협(11.6%), 기업은행(5.6%), 국민은행(5.3%), 교보생명(4.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보험을 운용해 왔던 보험사가 퇴직연금시장에서는 다소 유리하다”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유독 점유율이 높은 것은 영업력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자신의 퇴직연금을 서로 교환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역별로는 생보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손보업계에서는 삼성화재, 은행권에서는 농협,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증권(1.8%)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대우증권은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시장점유율 상위 10위에 올라 증권 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살렸다.

● 퇴직연금 시장점유율 베스트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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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관        /       적립급      /        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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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생명 /   123,049        /     29.3%

 삼성화재 /     98,857        /     23.5%

 농협        /    48,625         /    11.6%

 기업은행 /    23,488         /      5.6%

 국민은행 /    22,491         /      5.3%

 교보생명 /    18,827         /      4.5%

 신한은행 /    10,943         /      2.6%

 우리은행 /     9,232          /      2.2%

 하나은행 /     8,381          /      2.0%

 대우증권 /     7,389          /      1.8%

 시장전체 /   420,510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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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 2006년 9월말 현재, 단위 : 백만원

Plus tip

퇴직연금펀드 고르는 법

1. 원조 펀드를 찾아 과거 수익률을 조사해라  

    오랫동안 꾸준한 실적을 올린 펀드가 좋다.

2. 붙박이 펀드매니저가 있는 펀드를 골라라

    펀드매니저가 바뀌면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3. 펀드도 규모의 경제다

    펀드 규모에 따라 투자 범위와 리스크가 달라질 수 있다.

4. 펀드 수수료도 수익의 일부다

    펀드 수수료는 자칫 눈 먼 돈이 될 수 있다.

5. 금융 서비스가 좋아야 자산도 키울 수 있다

    퇴직연금은 장기 재테크다.   

<전문가 인터뷰> 메트라이프생명 이재형 상무

“확정기여형 플랜이 최선의 노후 대비책”

미국 최대의 생명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이 국내 퇴직연금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전 세계 퇴직연금시장을 주도하는 보험사다. <포츈(Fortune)> 선정 100대 기업 중 88개 기업이 이 회사의 퇴직연금 고객일 정도. 메트라이프생명에서 한국 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은 이재형 법인사업총괄 상무. 11월17일 조선호텔에서 만난 이 상무는 “메트라이프의 퇴직연금 노하우가 한국 퇴직연금시장을 살찌울 것”이라는 우회적인 말로 시장 공략을 자신했다. 그에게 국내 퇴직연금시장 전망과 개선점, 시장 진출 전략 등을 들어봤다.

국내에 퇴직연금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퇴직연금이 도입된 것 자체가 성공적이다. 퇴직연금은 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한국인들에게 그 어떤 노후 장치보다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지난 1년간 퇴직연금 가입 실적도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이 10인 미만 영세사업자 위주인 것이 아쉽지만 차차 대기업과 중견기업들까지로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이 퇴직연금 가입을 꺼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제도 도입 초기라는 점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로 아직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퇴직연금을 도입할 만큼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뿐 아니라 노사 간의 합의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또 기존 퇴직신탁과 퇴직보험의 퇴직연금 전환을 2010년까지 유예해 둔 상태라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유도할 세제 혜택 등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이나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존 퇴직보험, 퇴직신탁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퇴직연금 조기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국내에 퇴직연금이 도입된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뻤다. 해외 경험을 통해 개인들의 삶에서 퇴직연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장 아쉬웠던 것은 이 소중한 제도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일부 사람들은 퇴직연금이 국가나 기업에게만 이익이 되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생각마저 가지고 있었다. 제도가 조기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 아닌가. 그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서 계몽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재형 상무는 정부나 기업 모두 퇴직연금과 관련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 늦게 시작하면 국민이나 근로자들의 노후 대비도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퇴직연금 계몽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세제 혜택 등 당근책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화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문제죠. 유럽에서 복지비용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는 것을 우리나라도 유념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고령화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확보해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도입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퇴직연금 등 복지제도가 기업의 만족도 및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복지제도가 잘 된 기업에 유능한 인재가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퇴직연금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죠. 국내 기업들도 퇴직연금을 단순한 비용 요소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성장 도구로 활용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형평성 문제와 세수 부족으로 퇴직연금에 대한 추가 혜택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퇴직연금에 세제 혜택을 줄 수 없다면 기존 퇴직보험이나 퇴직신탁의 세제 혜택을 줄이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2010년까지 유예기간을 단축시켜 퇴직신탁과 퇴직보험을 조기에 퇴직연금으로 전환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만나면 어떤 퇴직연금 형태를 추천 하는가

개인이 적극적으로 퇴직 자금을 관리, 운용할 수 있는 DC(확정기여)형 플랜을 적극 추천한다. DB형 플랜은 기존의 퇴직금 제도와 크게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제도 도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베스트 퇴직연금 플랜을 만들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사업자로 국내 금융기관과 함께 해외 금융기관도 같이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외국 제도이고, 해외 금융기관들은 이미 퇴직연금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퇴직연금 운용에 제한을 두고 있어 DC형이라도 적극적인 관리나 운용이 힘들다

좋은 지적이다. DC형을 보다 활성화해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운용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위험 자산에 투자하도록 풀어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내 개인들은 아직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투자는 오히려 퇴직연금을 퇴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운용 제한을 단계적으로 풀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시장 전망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게 영세사업자 위주의 퇴직연금 가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2008년쯤 돼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부터는 퇴직연금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무는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을 돌며 퇴직연금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 방문 시에는 직접 프리젠테이션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방문 기업의 현실에 맞는 베스트 복지 시스템도 함께 고민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이용하는 메트라이프생명의 선진화된 퇴직연금 시스템을 활용해 2010년까지 5%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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