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간 IT혁명과 중국의 저임금을 바탕으로 유지돼 왔던 저물가 시대가 저물고 ‘신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증가와 공급보다 빠른 수요 급증, 중국 위안화 강세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에너지, 농산물, 금속 등 상품 가격이 동반 급등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새로운 경제 현상으로 자리잡아가면서 이를 헤지하기 위한 유력한 투자 수단으로 ‘상품 펀드’가 급부상중이다.

기존 투자자산과 상관관계 낮은 농산물 펀드 투자가 대안

 현재 국내에서 판매중인 상품 펀드는 투자 대상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눠진다. 먼저 원유, 휘발유, 밀, 옥수수, 면화, 구리, 금 등 상품(에너지, 곡물, 금속 등)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가 있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세계 각국의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상품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다. 상품은 수송과 보관 등의 불편함 때문에 현물로 거래되지 않고 선물로 거래된다. 3월초 장중 112달러를 돌파했다는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체결된 4월물 선물 가격을 의미한다.

 상품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여기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로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맵스)의 ‘로저스커모더티(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과 ‘로저스농업로저스파생상품펀드’, 산은자산운용의 ‘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파생상품펀드’ 등이 있다.

 반면 상품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이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상품가격 상승으로 상품 관련 기업의 매출액과 수익 증가를 기대하고 투자하는 펀드다. 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보다 수익률 반영 속도는 다소 더디지만 판매 단가와 거래처 확보 등으로 안정성 면에서는 유리하다.

 상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우리CS자산운용의 ‘글로벌천연자원펀드’, 기은SG자산운용의 ‘골드마이닝펀드’, 도이치자산운용의 ‘프리미어에그리비즈니스주식’ 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상품 가격 상승 혜택을 누려라

 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 펀드는 에너지, 농산물, 금속 등 상품 가격의 추가 상승을 노리고 투자한다. 세계 각국의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 선물을 직접 매매한다. 최근 약 달러 현상으로 글로벌 투기자본이 상품 가격을 끌어올려 국내 상품 펀드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상품지수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품 펀드로는 미래에셋맵스의 ‘로저스커모더티(Commodity)인덱스파생상품(이하 로저스인덱스)’을 꼽을 수 있다. 최근 ‘상품 가격’급등의 대표적인 수혜 펀드다. 2006년 8월16일 설정됐지만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에 있다가 최근 상품 펀드가 인플레이션 시대의 유력한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으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46억원에 불과했던 설정액이 604억원으로 13배가량 늘어났다. 상품 가격 상승으로 연초 이후 수익률도 18.2%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6.98% 하락한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4월11일 기준).

 로저스인덱스는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1998년부터 발표하는 RICI(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를 벤치마킹해 운용된다. RICI의 구성 종목을 편입 비중만큼 상품 선물을 사들이는 일종의 ‘복제 운용’ 펀드다. RICI는 에너지(편입 비중 44%), 농산물(35%), 금속(21%) 등 3개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구성 종목은 모두 36개.

 에너지 업종은 원유(21.0%), 브렌트유(14.0%), 무연휘발유(3.0%) 등 6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농산물 업종은 밀(7.0%), 옥수수(4.8%), 면화(4.1%), 커피(2.0%), 돈육(1.0%) 등 20개 종목, 금속 업종은 알루미늄(4.0%), 구리(4.0%), 금(3.0%), 납(2.0%) 등 모두 10개 종목이 들어있다. 종목 교체 및 비중 조정은 매년 12월말에 이뤄진다.

 미래에셋맵스는 이들 상품 선물을 RICI 내 편입 비중만큼 매수한다. 예를 들면 밀 선물의 RICI 내 비중이 7%이기 때문에 미래에셋맵스는 국내 선물사를 통해 펀드 순자산가치(NAV)의 7%만큼 매수 주문을 낸다.

 RICI를 추종하는 로저스인덱스의 투자 대상은 뉴욕, 런던, 시카고, 도쿄, 상하이등 전 세계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 선물이다. 이들 상품 선물은 대부분 만기가 다음달인 최근 월물이다. 예를 들면 4월15일 로저스인덱스가 매수하는 원유 선물은 뉴욕상품거래소의 5월물이다.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밀 선물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5월물이다. 물론 아연처럼 거래가 적은 상품은 3개월 선물환으로 거래된다.

 또 상품 선물의 특성상 매수 금액을 전액 결제하지 않는다. 가령 밀 선물 4월물의 증거금률은 10%이기 때문에 밀 선물 4월물을 100억원어치 매수할 경우 미래에셋맵스는 10억원만 증거금으로 결제하면 된다. 나머지 90% 금액은 만기 1년 미만의 국내 국공채에 투자한다. 국공채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RICI지수 사용료(펀드 NAV의 15bp)와 선물환 헤지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류경식 미래에셋맵스 마케팅본부장은 “로저스인덱스가 매수하는 상품 선물의 평균 증거금률은 10%이지만 공모펀드이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로저스인덱스의 순자산가치 이내에서 상품 선물을 매수하는 것.

 로저스인덱스가 에너지, 농산물, 금속 등에 분산투자하는 반면 농산물에만 직접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도 있다. 미래에셋맵스의 ‘로저스농산물지수펀드(이하 로저스 농산물)’와 산은자산운용의 ‘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파생상품펀드’가 대표적이다.

 로저스농산물은 ‘RICI 농산물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다. 최근 국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자 이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31억원이었던 설정액이 불과 넉 달 만에 735원으로 23배 이상 급증했다. 연초 이후 0.73%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4월11일 기준). 3월 이후 농산물 가격이 조정 받으면서 수익률도 하락했다.

 ‘RICI 농산물지수’의 종목별 구성 비율을 보면 밀(20.06%), 옥수수(13.61%), 면화(11.60%), 대두(8.60%), 생우(5.73%), 커피(5.73%), 대두유(5.73%), 고무(2.87%), 쌀(1.43%) 등의 순이다.

 산은자산운용도 농산물에 투자하는 인덱스펀드를 출시했다. 지난 2월21일 ‘RICIEnhanced 농산물지수’를 추종하는 ‘짐로저스애그리인덱스펀드’를 내놨다. 미래에셋맵스의 상품 펀드처럼 짐 로저스가 발표하는 ‘RICI 농업지수’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셋맵스가 최근 월물 상품 선물에만 투자하는 반면 산은자산운용은 다양한 만기의 선물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

 이 펀드의 벤치마크 인덱스인 ‘RICI 인핸스트 농산물지수’는 짐 로저스와 ABN암로가 농산물 가격을 반영하도록 구성한 인덱스로 곡물, 축산물, 커피, 식료품 등 21개 농산물로 구성돼 있다. 전체 인덱스의 구성 비율을 보면 곡물(64.47%), 고무야자유(15.19%), 식료품목재(13.16%), 축산물커피(6.58%) 등의 순이다.

 산은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인구 증가에 따른 농산물 수요 급증과 지구온난화와 고유가 대책으로 대체에너지 산업 성장 정책이 강화되고있다”며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기존 투자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농산물 펀드가 분산투자의 대안으로 적합한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상품 관련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 관련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기은SG자산운용의 ‘골드마이닝펀드’, 도이치자산운용의 ‘프리미어애그리비즈니스주식’펀드, 우리CS자산운용의 ‘글로벌 천연자원주식펀드’ 등이 있다.

 이들 펀드는 금이나 농산물, 천연자원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상품과 관련된 상장기업에 투자한다. 그런 만큼 상품 가격 상승이나 하락에 곧바로 영향을 받는것은 아니다. 즉,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들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될지 아니면 가격 상승에 다른 소비 위축과 이에 따른 매출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될지 여부에 따라 펀드 수익률의 방향이 결정된다.

 기은SG자산운용의 ‘골드마이닝펀드주식자A클래스’는 자산의 60% 이상을 금광업관련 상장기업에 투자해 배당수익과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을 추구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5.54%에 달하며 최근 6개월 수익률은 7.57%를 기록 중이다(4월11일 기준).

 2007년 12월말 현재 편입 종목 상위 5개 종목과 이들의 편입 비율을 보면 뉴몽트 마이닝(NEWMONT MINING, 4.40%), 골드 코프(GOLDCORP, 4.39%), 뉴크레스트 마이닝(NEWCREST MINING, 4.03%), 킨로스 골드(KINROSS GOLD, 3.64%), AG니코 이들 마인즈(AGNICO EAGLE MINES, 2.58%) 등이다. 금을 직접 매수한 것이 아니라 호주와 영국 등의 거래소에 상장된 금광 채굴이나 개발, 가공업체의 주식을 매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주식과 투자 구조는 동일하나 투자 대상이 금 관련 기업에 한정된 일종의 ‘섹터펀드’인 셈이다.

 도이치투자신탁운용의 ‘프리미어애그리비즈니스주식’펀드는 펀드명에 나타난 것처럼 농업 관련 사업을 하는 상장기업에 투자한다. 전 세계 거래소에 상장된 농산물 생산업체와 농화학비료 제조업체, 종자 생산업체, 수산양식 업체, 식품바이오 업체, 농지개발 업체 등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0.57%이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1%를 기록 중이다(4월11일 기준).

 우리CS자산운용의 ‘글로벌천연자원펀드’는 철광석, 에너지, 종이 등 천연자원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철광석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닐 그렉슨이 런던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복제한 일종의 ‘미러 펀드’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0.50%이고 연초 이후 수익률은 0.45%를 기록 중이다(4월11일 기준).

상품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인가

 상품에 직접 투자하든 아니면 상품 관련 기업에 투자하든 모두 상품 가격이 상승 해야 펀드이익이 나는 공통점이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적어도 약 달러 현상이 지속되는 한 상품 가격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지속 기간과 상승 여력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상품지수와 농산물지수를 개발한 짐 로저스는 “2015년까지 상품지수의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짐 로저스는 1998년을 상품 시장의 대세 상승 원년으로 잡고 있다. 이 해에 짐 로저스 상품지수를 만든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의 견해대로라면 1998년에 시작된 상품 시장의 대세 상승은 2015년까지 지속된다. 이 같은 논리의 이면에는 1980년을 정점으로 1998년까지 지속된 상품 시장의 오랜 침체기가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유가가 배럴당 15달러 이하로 폭락했고 기타 원자재 가격 역시 밑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짐 로저스는 남보다 일찍 중국과 인도 경제의 엄청난 성장성을 간파했다. 또한 여타 이머징 경제의 고성장이 결국 막대한 원자재 수요를 유발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다.

 반면 원자재 공급 확대는 거의 정체 상태였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원유 개발은 개점휴업 상태였고 주요 원자재 개발도 관심권 밖이었다. 지난 25년간 납 광산은 단한 곳도 개발된 적이 없었다. 2004년까지도 아연이나 니켈 광산 개발에는 단 한 푼도 투자되지 않았다. 또 농산물 가격도 형편없이 폭락해 휴경지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따라서 유가나 원자재 심지어 곡물류 가격까지도 시간의 문제지 상승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란 것이 당시 짐 로저스의 주장이었다.

 짐 로저스의 진단대로라면 현시점에서 상품 펀드에 투자해도 향후 수년간 양호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최근 상품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도 이같은 연장선상이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가 중단되는 시점에서 상품 시장으로 몰린 투기자본이 이탈할 경우 상품 가격이 큰 폭으로 조정 받을 것이란 짐 로저스와 반대되는 견해도 상당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WTI 가격이 장중 112달러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무한정 상승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일시적으로 좀 더 상승세를 탈 수 있지만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상승 여력이 매우 제한돼 있다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무엇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배럴당 100달러 진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원유 수요 억제 및 대체에너지 개발, OPEC(석유수출국기구)에 대한 증산 압력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상품 펀드에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총자산 중 얼마만큼 상품 펀드에 넣어야 할까.

 이동희 한국증권 여의도PB센터장은 직접 상품에 투자하기보다는 상품 관련 상장기업에 투자하기를 권한다. 이 센터장은 “원유와 농산물, 금속 등은 현 가격대에서 일시적으로 좀 더 오를 수 있지만 상승 여력은 많지 않다고 본다”며 “자칫 현시점에서 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할 경우 ‘상투’를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오히려 “상품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상품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연초이후 급등한 상품 가격이 다소 시차를 두고 실적에 반영될 수 있어 상품 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휘곤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미래 가격 전망에 기초해서 투자하는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상품은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가용자산을 전부 상품 펀드에 투자하지 말고 10% 이내에서 장기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박영암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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