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70달러 돌파, 자동차보험료 할증 등으로 자가운전자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이 수익 감소와 고객과의 분쟁 등을 이유로 자기차량일부(담보)보험(이하 자차일부보험) 판매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자차일부보험이란 차량가액의 일부만 담보되는 보험으로 담보 비율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최소 7만원 이상(2005년식 라세티 1600cc 기준) 절감할 수 있다.
 “자차일부보험이요? 그게 뭐죠?” 

 대다수 자가운전자들은 자동차보험 가입시 자기차량보험(이하 자차보험)에 대해서는 가입 여부만을 고민한다. 즉 자차보험에 가입하거나 혹은 가입하지 않거나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보유한 자동차가 고가이거나 신차일수록 또는 운전능력이 미숙할 경우 자차보험 가입률이 높다. 반면 자동차가 저가이거나 구형일 경우 자차보험 가입률이 낮은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차량가액의 일부만 담보되는 보험이 있다면 어떨까? 차량의 상태나 가격과는 상관없이 고객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보험에는 차량가액의 일부만 담보되는 자차일부보험이란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차량가액이 1000만원이라면 600만원만 담보되도록 운전자가 자차 담보 비율을 조정, 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것. 하지만 대다수 자가운전자들은 이 보험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손보사 상품 고지 안 해

자가운전자들이 자차일부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들이 수익 감소와 고객과의 분쟁 소지 등을 이유로 이를 적극 고지·홍보하지 않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보험업계 일부 관계자들도 자차일부보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자동차보험 판매시 자차일부보험을 고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A화재 관계자는 “자차일부보험은 고객에게 적극 홍보하는 상품이 아니다”며 “자동차보험 판매시 자차일부보험에 대해서는 고객이 문의하지 않을 경우 추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해 사실상 손보사들이 고객의 선택 기회를 박탈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보험 유관기관 한 관계자는 자차일부보험에 대해 묻자, “자차일부보험이 뭐죠”라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B화재 자동차보험 상품개발팀 관계자도 “자차일부보험은 보험료가 낮은 만큼 보험사의 수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자차일부보험은 미래의 위험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하고, 보험료 지급을 놓고 고객과의 분쟁 소지가 커 판매를 권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차보험료와 자차일부보험료의 차이는 차량의 연식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자차일부보험료가 일반적으로 저렴하다. 2005년형 라세티 1600cc를 놓고 비교할 경우(운전자 경력 나이 등 제외) 자차보험료는 51만 9120원(차량가액 1349만원)이지만 차량가액의 60%만 담보되는 자차일부보험료는 이보다 7~8만원이 저렴한 44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보사 입장에서는 자차일부보험 판매율이 높을수록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자차보험과 자차일부보험의 보상 차이는 크지 않다. 접촉사고 등 일반적인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는 자차보험이나 자차일부보험 모두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단 차량이 사고로 전손(전체파손)돼 담보 한도를 넘거나 도난, 화재 등의 사고가 날 경우 자차보험은 차량가액 전액을, 자차일부보험은 담보 한도 내에서 보상되는 것이 다르다.

 이에 S화재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자차일부보험을 통해 소멸성인 자동차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며 “전손 등의 큰 사고가 없다면 굳이 자차보험에 가입하기보다는 차량가액의 60% 이상, 500만원 정도를 담보로 잡고 자차일부보험에 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고객 선택에 맡겨야

 손보사들은 자차보험과 자차일부보험은 비용 대비 보상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고객에게 적극 권하지 않고 있다는 해명이다. 보험료 차이는 크지 않은데 비해 보상의 차이는 크다는 것.

 이에 L화재 관계자는 “자차일부보험이 보험료 절감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미래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차량이 전손되거나 도난 화재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자차일부보험은 한도 내에서만 보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 수리 비용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사고 중 전손이나 도난 화재 등의 사고 비율이 극히 적고, 웬만한 사고에 대해서는 자차일부보험 한도 내에서 처리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손보사들도 이를 감안해 차량가액의 60% 이상부터 자차일부보험 가입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에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차량가액의 60%, 600만원을 담보로 자차일부보험에 가입하면 웬만한 경미한 사고는 자차보험과 같이 똑같은 보상으로 처리될 수 있다”며 “하지만 자차일부보험 판매 건수는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손보사들이 자차일부보험 판매를 회피하고 자차보험만 취급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은 추산하기 힘들다. 보험 가입 여부는 고객의 선택사항이기도 하지만 수익 산출에 필요한 전체 자차보험료나 자차일부보험 건수와 보험료를 업계에서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

 이에 보험개발원은 “자차보험료나 자차일부보험 건수와 보험료를 당장 산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손해보험협회도 “자료 산출은 보험개발원에서 담당한다”며 자료 공개를 꺼려했다.

 보험전문가들은 고객의 상품 선택의 폭을 넓히고 보험료와 사고 처리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손보사들이 자차일부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상품(자차일부보험)이 있는데도 이를 명확히 고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손보사들이 실적에만 연연하기 때문”이라며 “상품에 대한 평가는 고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04년 4월1일~2005년 3월31일) 전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매출)은 8조 3725억원에 달한다. 자동차보험 등록대수는 1499만 710대로 이중 자차보험 비율은 5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차일부보험 차량가액의 60% 이상만 가능

 자차일부보험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건물 주택 등에도 해당된다. 자동차의 자차일부보험과 건물 주택 등의 일부보험이 다른 점은 건물 주택 등의 일부보험은 사고 발생시 비례보상원칙에 따라 담보 비율만큼만 보상이 되지만, 자차일부보험의 경우 담보 한도 내에서 전액 보상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억 원 가치의 건물에 대해 5000만원의 일부보험을 가입했을 경우 화재로 2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하면 담보 비율(보험금액/보험가액=1/2)에 따라 1000만원만 보상되지만 자동차의 경우 2000만원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는 자동차의 경우 부품 교체시 중고나 재활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새 것으로 수리하기 때문이다.

 자차일부보험은 일반적으로 차량가액의 60% 이상부터 가입이 가능하다. 사고 발생시 자차일부보험은 일반적인 자차보험과 같이 전액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담보 한도를 넘을 경우 고객이 사고 비용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신차보다는 중고차, 고가보다는 저가 차량일수록 자차일부보험을 활용하는 것이 보험료를 줄이면서 보상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전손, 도난, 화재 등의 불의의 사고시 전액 보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고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