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가 페이스를 잃고 1200포인트대로 주저앉으면서 침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외국인들의 대량 투매는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과연 한국 증시는 이대로 무너질까? 해외파로 국내 리서치 부문에서 손꼽히는 이원일(47) 알리안츠GI자산운용 사장을 만나 증시 전망과 투자 전략을 들었다.

"단기적으로 올 하반기 증시 전망은 부정적이에요. 1200포인트나 그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30일 여의도 알리안츠빌딩에서 만난 이원일 알리안츠GI자산운용 사장은 올 하반기 증시 전망에 대해 서슴없이 하락 의견을 피력했다. 1500포인트 돌파도 가능하다는 국내 증시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 사장은 증시 하락의 이유로 환율, 유가, 소비 등 악화된 대내외 경제 상황을 들었다. 특히 앞으로 미국 경제 향방과 상품(Commodities) 시장의 버블 해소 등에 따라 국내 증시가 더 크게 출렁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녹치 않아요.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2분기 국내 기업 이익 예상치가 환율과 유가 등의 영향으로 10~1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3~4분기 전망은 더욱 안 좋은 상태죠. 기업 이익 축소는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하반기에 쌍둥이 적자(재정 및 무역)로 허덕이는 미국 경제가 또 다시 침체되거나 버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품 시장이 붕괴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증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외국인 대량 투매와 관련, 그는 규모나 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엑서더스(대이탈)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은 지난 5월 한 달간 3조6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 주식 매각은 단순한 차익 실현으로 보면 됩니다. 주가 시세 차익에 최근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까지 생기면서 이익을 챙겨 두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죠.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및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 메리트는 높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는 지속될 것입니다. 단 연기금이나 적립식펀드처럼 장기투자가 늘어나면서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은 과거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제는 2~3년 내다보고 투자할 때”

이 사장은 하반기 주가가 하락해도 지난해부터 이어온 상승 추세가 꺾이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올 하반기 증시 하락은 장기 레이스를 위한 체력 조정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도 단기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권고했다.

“기업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은 오히려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죠. 2~3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전히 주식이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라고 자신합니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이익에 치우쳐 투자를 했다면 이제는 최소한 2~3년을 보고 투자할 때입니다.”

이에 따라 그는 올 하반기에는 다운사이드 리스크(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것)보다는 업사이드 리스크(주가 상승 시 이익을 취하지 못하는 것)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기투자에 익숙한 개인 투자자들은 앞으로 조정 이후 새로운 기회에서 더 큰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켓타이밍을 맞춘다는 것은 주식의 신이라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만큼 단기투자는 위험하죠. 실제로 살로만 스미스 바니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년간(1989~2002년) 미국 주식 시장에서 주가 하락 시 매도했던 고객들보다 보유했던 고객들이 더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또 단기간 주가가 하락한다고 주식을 내다파는 것도 잘못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다운사이드 리스크만 의식하는데 업사이드 리스크는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습니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고 싶다면 조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다운사이드보다는 업사이드 리스크를 인식해야 합니다.”

업사이드 리스크를 감안한 투자 전략으로 그는 IT 및 자동차 업종 등 저평가 주식 비중을 늘리고, 포트폴리오를 국내외 다양한 투자처로 분산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친디아(CHINDIA:china+ india) 중심의 해외 펀드 투자를 유럽 등 선진국으로, 또 주식을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할 것을 강조했다.

“하반기 증시 조정 예상 하에 기존 투자자라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보유해 향후 1200포인트대 저점에서 추가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신규 투자자의 경우 저평가 주식을 저점에서 매수하거나 중소형주식형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이 향후 증시 상승 시 큰 이익을 볼 수 있죠. 해외 펀드의 경우도 주식형 일색인데 이제는 금리 인상 기조를 반영해 채권 투자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투자 국가도 중국, 인도 중심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유럽 등지로 분산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 사장은 증시 조정과 장기투자 수요를 감안해 올 하반기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등 다양한 국내외 펀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투자 흐름과 기회를 파악해 이를 상품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타 자산운용사들이 주식형 해외 펀드에 집중하는 가운데 최근 알리안츠GI자산운용이 업계 최초로 브릭스 혼합형펀드를 선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각종 상품을 모두 취급하지는 않는다. 순수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 등 기본에 충실한 자산운용사가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손쉽게 돈을 벌수 있는 MMF나 부동산 등 실물펀드를 취급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

“누구나 그렇지만 저라고 해서 이익을 책임지지는 못합니다. 자산운용사 CEO로서 고객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뿐이죠. 먼저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투자 기회를 찾아내 이를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때문에 화려한 펀드보다는 자산운용사의 기본인 순수 주식형과 채권형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봐요. 알리안츠GI자산운용은 앞으로도 기본에 충실하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라이프사이클을 안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국내외 상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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