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끌어온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의 증시 상장 방안이 드디어 개봉됐다. 증권선물거래소 산하 생보상장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는 7월13일 공청회를 개최, 생보사 상장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17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보다는 자산재평가, 차익의 배분 등 새로운 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생보사 상장 방안을 만든 나동민 자문위 위원장을 만나 논란의 배경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보사 상장과 관련해 그동안 쟁점이 됐던 사항은 크게 ‘생보사는 주식회사인가 상호회사인가’, ‘보험 계약자(과거 유배당상품 가입 고객)는 주주인가 단순 채권자인가’, ‘보험 계약자에게 자산재평가 차익(상장 차익)을 배분해야 하는가’ 등 세 가지였다. 이 쟁점 사항과 관련해 자문위는 생보 상장 방안에서 “생보사는 명백한 주식회사이며 보험 계약자는 주주가 아닌 채권자”로 못 박았다. 또 자산재평가 차익 배분에 대해서는 “생보사는 주식회사로서 주주가 아닌 보험 계약자에게 상장 차익을 배분할 필요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생보업계의 숙원인 증시 상장은 수월해졌고 실제로 일부 생보사들은 벌써부터 상장 계획을 준비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보험 계약자와 시민단체 등은 강력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공청회에 참여한 보험 계약자들은 고성을 지르면 상장 방안 무효를 주장했고, 토론자로 참석키로 한 참여연대 교수들도 자문위 결정에 반대한다며 불참을 선언해 반쪽짜리 토론장을 만들었다.

 -자문위의 생보 상장 방안에 말들이 많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는 예상한 일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나 보험 계약자들의 주장보다 자문위의 생보 상장 방안이 더 낫다고 자부한다. 시민단체 등이 기존의 주장을 답습하고 있을 때 자문위는 오랫동안 새로운 경제적 분석 방법과 이론을 가지고 생보 상장을 실증적으로 검토했다. 발전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검증 가능한 근거와 분석 방법을 갖춰야 하는데 기존 주장만 답습하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보험 계약자를 채권자로 규정한 근거는 무엇인가.

 공청회에서 밝혔듯이 생보사는 법적으로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주식회사의 속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 유배당보험만을 판매했기 때문에 상호회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당시 금융 환경과 제도에 기인한 것이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생보사의 형태와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유·무배당보험을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유배당보험 판매와 생보사 성격은 관계가 없다. 보험 계약자의 지위도 생보사 파산 시 계약자는 주주와 같이 경영 위험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주로 볼 수 없다.

-생보사의 자산에는 보험 계약자의 돈도 혼재돼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왜 생보사 상장 시 평가 차익을 보험 계약자에 줄 수 없다는 것인가.

 유배당계약자의 돈은 분명 생보사 자산에 혼재돼 있다. 하지만 1998년 시가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부동산 등 일부 자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생보사 자산이 시가(현재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시가 평가로 인해 발생한 미실현손익(평가 차익)은 이미 재무제표를 통해 계약자와 주주 몫이 구분돼 있는 상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이다. 부동산 등은 재평가할 법적인 근거(자산재평가제도 2000년 폐지)도 없지만 자산의 특성상 시가로 회계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평가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 힘들다는 뜻이다.

 상장 차익 배분에서 핵심은 생보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의 평가 차익이다. 여타 자산은 모두 시가평가로 처리돼 평가 차익이 주주와 보험 계약자의 몫으로 구분되지만 부동산은 회계법상 장부가로 처리되고 있어 평가 차익 구분이 안 되고 있다. 하지만 생보사 상장 시 정확한 기업가치(주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부동산도 현재 가치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2006년 3월 기준 22개 생보사 전체 자산 239조원 중 부동산은 10조원(장부가 기준, 토지+건물+건설 중인 자산) 정도다. 부동산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삼성생명으로 4조2196억원이며 이어 대한생명(1조6791억원), 교보생명(1조6092억원)이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장부가로만 보면 부동산 자산이 생보사 전체 자산의 4% 미만으로 미미하지만 이를 시가로 환산할 경우 전체 자산의 20%인,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단체는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의 평가 차익 40조원(시가 50조원 - 장부가 10조원)가량도 상장 전에 보험 계약자에게 나눠줘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경영상의 차질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번 생보 상장 방안에서도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의 재평가나 평가 차익 배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어 시민단체와 보험 계약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 곳은 지난 1989년과 1990년 자산재평가를 실시한 교보와 삼성생명이다. 당시 교보와 삼성생명은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까지 자산재평가를 실시, 보험 계약자의 몫으로 662억원, 878억원의 내부유보액을 각각 쌓았다. 하지만 이후 17년이 지나면서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의 가치는 몇 배로 띈 상태. 따라서 부동산의 평가 차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따라 수조원 가량을 추가로 내부유보액에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문제와 관련 나동민 위원장은 “부동산 등 장기투자자산에서도 보험 계약자의 몫은 존재한다”며 “보험 계약자의 몫을 보호하기 위해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생보업계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부동산의 평가 차익에 대해 계약자 몫을 어떻게 보호하겠다는 것인가.

 생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당장 처분할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현재의 보험 계약자 이익 배당 흐름을 보면 부동산의 처분이 상당 기간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보험 계약자들만 불리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구분계리 전담팀에서 다양한 구분계리 방안을 만들고 있다.

-구분계리 전담팀에서는 어떤 안들을 준비하고 있는가.

 특정 기간의 유·무배당상품 비중을 고정시키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 중이다. 확정되기까지 기다려 달라.

 현재 생보사의 보험 계약자 이익 배당은 유·무배당상품 비중에 따라 다르게 지급된다. 즉 A생보사의 유·무배당상품 비중이 5:5이고, 연간 100억원의 이익이 발생했다면 유배당상품에 50억원, 무배당상품에 50억원의 이익이 지급된다. 무배당상품은 말 그대로 배당이 없는 상품으로 50억원을 모두 생보사(주주)가 가진다. 또 유배당상품에 지급된 50억원 중 90%가 보험 계약자들에게 배당되며, 10%는 생보사의 몫이다. 즉 보험 계약자들이 받는 돈은 100억원 중 45억원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유배당상품 비중이 감소하고 무배당상품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역마진을 이유로 유배당상품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을 당장 처분하지 않고 시간을 끌수록 보험 계약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구분계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전에 보험 계약자의 몫을 얼마로 할 것인가를 정해놓는 기준을 말한다.

나 위원장은 구분계리안으로 특정시점기준 방안을 예로 들었다. 특정시점기준이란 현 시점에서의 생보사 유·무배당상품 비중을 가지고 미래 이익을 나누도록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2006년 3월 말 현재 B생보사의 유·무배당상품 비중이 4:6일 경우 이 기준으로 향후 부동산 처분 이익을 보험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것이다. 이 방안대로라면 보험업계는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의 부동산 평가 차익을 보험 계약자 몫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 방안에 대해 보험업계는 물론 시민단체도 반대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구분계리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해 채택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생보사 상장 전에 구분계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지만 상장 방안에 구분계리를 담을 것”이라고 말해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삼성·교보생명이 과거 자산재평가 후 쌓아둔 내부유보액을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할 때 이자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내부유보액이 17여 년간 묶여 있었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이자가 지급돼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이 보험 계약자의 돈을 가지고 계열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배구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상장 전에 보험 계약자 몫인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생명 또는 삼성생명 주주의 몫(돈)과 상계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상장 방안 보완 작업을 위해 추가로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개최할 계획은 있는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지만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준비는 되어있다. 실증적인 검토와 명확한 근거가 있는 더 좋은 의견이 있다면 이번 상장 방안을 100% 수정할 수도 있다.

-생보 상장 규정은 연내 마련될 수 있는가.

 자문위의 생보 상장 방안이 확정되면 증권선물거래소가 이를 토대로 상장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생보사 상장은 업계 발전을 위해 시급한 문제다.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상장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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