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1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투자공사(이하 KIC)의 새로운 사령탑에 홍석주(54)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선임됐다. 그는 정치적인 문제로 출범 1년 2개월 동안 발이 묶여 있는 KIC호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수차례의 접촉 시도 끝에 10월2일 간신히 전화 인터뷰가 가능했던 홍석주 사장은 이전과는 확 달라져 있었다. KIC 경영과 외화자산 운용 계획 등 인터뷰를 위해 찾아뵙겠다는 말에 그는 “프라이빗한 만남이면 모르겠지만…. 당분간 전화로만 이야기하자”며 딱 잘라 거절했다.

조흥은행장이나 증권금융 사장 시절, 그는 대언론정책에서 개방적이었다. 어떤 문제나 이슈가 발생하면 기자를 직접 만나 상황을 이해시키는 직접 돌파형 CEO에 가까웠다. 대외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로 정평이 나 있는 것도 그의 이 같은 성격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파형 CEO에서 은둔자로 변신

하지만 KIC 취임 이후 그는 ‘언론 기피증에 걸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자들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 취임 이후 너무 바빴던 것일까. 아니면 자리가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걸까. 이유를 묻자 그는 “업무 파악 때문에 바쁘기도 했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이제는 변해야 될 것 같다. 앞으로 언론과는 될 수 있는 한 멀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갑자기 신비주의로 돌아선 것은 왜일까.

KIC는 투명성과 함께 철저한 보완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만해도 외환보유액 때문에 큰 곤욕(IMF)을 겪었잖아요. KIC가 ‘잘 되냐 못 되냐’는 그만큼 심각한 문제입니다. 근데 게임도 하기 전에 패를 보여주면 어떻게 이기겠어요. KIC와 비슷한 성격인 싱가포르 투자청을 보세요. 싱가포르 투자청은 25년 만에 운용 내역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얼마 전 재정경제부가 한 언론에 ‘KIC가 연말에 62억달러를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그는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보여줄 것 다 보여주고 시장에서 이길 수 없잖아요. 국제적인 M&A에서 우리나라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즉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재정경제부)나 한국은행에서도 KIC에 대해 거론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홍 사장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KIC의 자금 성격이나 운용 결과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감안하면 독립적인 지위와 보완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경쟁력 강화와 수익 창출이 주력”

홍 사장은 세세한 자산운용 계획을 밝힐 순 없지만 앞으로 시장 경쟁력 확보와 이를 통한 수익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전문운용 인력 확충, 투자 시스템 개발 등 조직과 자산운용 시스템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KIC는 외화자산 운용에 앞서 조직 정비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산운용 조직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일반 자산운용사와 비교해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KIC의 직원은 44명으로 이중 투자운용본부 인력은 13명이다. 이는 삼성투신운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시장에서 ‘KIC에 연내에 돈이 들어와도 운용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 자산운용업계에서는 KIC가 외화자산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직접운용이 가능할 정도의 우수 인력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투자 시스템도 직접 개발 및 관리할 정도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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