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이슈가 되고 있다. 임원들의 집단사표로 뒤숭숭한데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지분 구조상 M&A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주주 신인재(40) 보드웰인베스트먼트 사장을 단독으로 만났다.
 보생명의 적대적 M&A설은 신창재 회장의 우호세력이자 사촌동생인 신인재 보드웰인베스트먼트 사장이 최근 ‘보유지분을 처분하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 나돌면서 비롯됐다.

 2005년 12월 말 현재 교보생명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신창재 회장이 37.36%, 자산관리공사가 41.48%(보유지분 11%에 재경부 6.48%, 대우인터내셔널 24% 위탁관리), 특수 관계인(5인의 친인척)이 20.7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즉 지분 구조상 교보생명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정부(자산관리공사)인 셈이다.

 그동안 자산관리공사는 공적자금 회수 차원에서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 보유주식을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신 회장으로서는 친인척으로 구성된 특수 관계인의 절대적인 지원 없이는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 유지가 힘든 상태였다.

 특수 관계인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사람이 바로 신인재 사장이다. 신 사장은 단독으로 8%(148만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그의 부친 신용희(85) 전 교보생명 회장의 주식(5.27%)까지 합쳐 총 13.27%의 지분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개인 주주로서는 신 회장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신 사장이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교보생명 M&A 시나리오가 일파만파로 번진 것이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교보생명 주식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사실인가.

 사실이다. 자금 확보 차원에서 조심스럽게 주식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꼭 매각만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축은행 등 금융권의 주식담보대출도 고려하고 있다.

 -얼마나 매각할 생각인가.

 당장은 필요한 자금만큼만 주식을 처분할 생각이다. 현재 148만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10~20만주만 팔아도 충분히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전체 지분을 당장 매각할 생각은 전혀 없다.

 -주식 매각이 알려지면서 교보생명의 적대적 M&A설이 나돌고 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두고 싶다. 세간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형님(신창재 회장)의 절대적인 우호지분이다. 당장 주식을 매각한다고 해도 앞뒤 안보고 팔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경영권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 소량을 팔 계획이었고, 앞으로도 주식은 형님의 또 다른 우호세력이 될 수 있는 곳에만 팔 생각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신용희 전 회장도 별도로 보유주식 매각을 추진했다고 들었다.

 최근 아버지가 주식을 매각하려 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는 분을 통해 12만원 선에서 이야기가 오고간 것 같다. 아버지는 교보생명 상장을 평생 소원하셨지만 연세가 드시면서 빨리 현금화시켜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금은 내게 일임한 상태다.



 교보생명의 적대적 M&A와 관련, 신인재 사장은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지분 구조상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이 위태로워 보일 수 있지만 본인을 포함한 우호지분이 있는 한 적대적 M&A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 회장과 5인의 친인척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58%가 넘기 때문에 경영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신 사장은 또 AIG 등 외국계 금융기관이 교보생명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했다는 것도 증자를 통한 외자유치가 M&A로 왜곡된 것이라고 잘못을 바로 잡았다.

 외국계 금융기관의 실사와 관련, 그는 “회사를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진행한 것”이라며 “여러 곳과 다양한 형태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자산관리공사의 반대로 교보생명의 제3자 배정방식의 증자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증자로 인해 보유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결의 할 수 있는 33% 이상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증자 조건은 무엇인가

 주주이긴 하지만 전적으로 교보생명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구체적인 협상조건이나 대상자는 알 수 없고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다만 제3자가 신주(증자)뿐만 아니라 기존 주주의 구주를 함께 인수하는 패키지 형태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가격은 14~15만원인 장외가격 이상에서 조율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증자는 언제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가.

 당초 오는 3월 말까지 끝낼 계획이었던 만큼 시기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외자유치가 성사되면 구주 매각을 통해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할 생각인가.

 지분 매각은 제3자의 구주 인수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능하다면 보유지분의 3분의1 가량을 처분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상장을 전후로 우호세력에게 단계별로 매각할 방침이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지난해 초 제3자 배정방식을 통한 증자를 추진했다. 실적악화로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168%(2004 회계연도 기준)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 이를 위해 신 회장은 2005년 5월 임시주총을 소집, 제3자 배정을 위한 정관 변경을 시도했지만 주식가치 희석을 우려한 자산관리공사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신 사장의 말대로 자산관리공사가 입장을 선회해 지분 33%를 유지하는 선에서 증자를 허용한다면 교보생명의 외자유치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자와 함께 제3자의 구주 인수가 이루어진다면 자산관리공사도 일정 지분을 매각해 공적자금 및 세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관리공사는 공적자금 및 세금 회수가 우선인 만큼 특별결의를 유지할 수 있는 지분을 보유하면서 일부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모양새가 된다”며 “당초 알려지지 않았던 제3자의 구주 인수가 교보생명 증자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교보생명이 지급여력비율을 200%로 맞추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증자 규모도 이쯤에서 이루어지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교보생명 임원들의 집단사표로 신창재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형님과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식사나 전화통화를 한다. 집단사표가 있었을 때도 장시간 전화통화를 했다. 하지만 언론에서 비춰진 것처럼 항명은 절대 아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는 게 맞다.

 -신 회장으로부터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던 것으로 들었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 형님은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보다 우회적으로 말씀하는 것을 좋아한다. 단지 형님의 측근으로부터 교보증권에서 일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분의 생각이었다. 형님은 철저한 원칙주의자로 경영에서 친인척을 배제해 왔다. 기업인으로서 그런 경영방침이 옳다고 본다.



 지난 1994년 신용희 전 회장은 교보증권(구 대한증권)을 인수, 보험에 이어 증권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이, 교보증권은 신용희 전 회장의 아들인 신인재 사장이 담당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 사장은 교보그룹에 입성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교보 입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신 사장은 “아버님은 교보증권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교보증권 인수이후 IMF 등을 겪으면서 회사가 안 좋아졌고 이에 부담스러워 내색을 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버님의 말씀도 있고 혼자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 지금은 별로 뜻이(교보 입성) 없다”고 덧붙였다.

 외대 경영학과 85학번인 신 사장은 MBA를 마치고 1992년 한국종합금융에 입사, 해외투자 및 발행 업무 등을 담당했다. 2001년에는 보드웰인베스트먼트라는 M&A 전문 부티크를 설립해 벤처투자업무를 시작했고, 지난 2005년 12월 코스닥 상장업체인 무선솔루션 회사 필링크를 인수해 본격적인 M&A 활동도 시작하고 있다.



 -주식 매각 대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인가

 자금 확보를 통해 보드웰인베스트먼트를 단순 부티크가 아닌 홀딩컴퍼니로 육성할 계획이다. 필링크는 홀딩컴퍼니로 커나가는 발판이다. 앞으로 필링크와 함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 업체와 하드웨어 업체도 인수할 방침이다. 이미 몇몇 대상 업체들을 검토 중에 있다.

 -M&A로 회사를 키우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하지만 인수업체의 자산을 가지고 다시 M&A를 하는 무분별한 투자는 절대 안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선 충분한 자금력이 필요하다. 교보생명 지분 매각도 이 때문이다. 투명하면서도 효율적인 홀딩컴퍼니가 목표다.



 인터뷰 내내 신 사장은 교보생명과 신 회장과 관련해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 했다. 단어마저 뜸들이다가 선택적으로 사용할 정도였다. 주식 매각으로 교보생명과 신 회장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뷰가 끝날 무렵에는 다소 시원한 분위기인 듯 했다. 본인과 관련된 몇 가지 소문들이 이번 인터뷰로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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