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동북아금융 허브의 일환으로 2008년부터 증권, 자산운용, 선물 등을 아우르는 자본시장통합법을 본격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국내에도 원스톱 증권 서비스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될 증권 서비스와 상품들을 미리 접해보자.
 기업 총무팀에 근무하는 3년차 사원 김모씨는 동양종합금융증권의 CMA자산관리 통장으로 월급통장을 바꿨다. 예전에는 이자가 거의 없는 은행의 보통예금통장을 이용했지만 CMA는 자유로운 입출금이 가능하고, 최고 연 4%가 넘는 높은 이자를 주면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이 없기 때문이다. 즉 카드대금 및 보험료 결제, 각종 공과금 납부와 자동이체 등을 자유롭게 인터넷 뱅킹으로 해결할 수 있고, CMA계좌 하나로 주식 및 채권, 각종 수익증권, 보험 등의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는 셈.

 갈빗집을 경영하는 40대 자영업자인 이모씨도 최근 가게운영자금의 일부인 5000만원을 CMA에 넣었다. 자금의 성격상 입출금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CMA가 수시 입출금식 통장의 기능을 유지하면서 사용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테크의 수단이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루만 맡겨도 연3.4%의 고금리를 주기 때문에 출금시마다 이자가 붙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 즐겁다.



 증권계좌 하나로 만사 OK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증권계좌 하나로 입출금은 물론 결제, 주식 및 금융상품 투자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증권사의 CMA통장. CMA란 어음관리계좌 또는 종합자산관리계정이라고도 한다.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CP나 양도성예금증서(CD), 국공채 등의 채권에 투자해 그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투자금융회사와 종합금융회사의 대표적인 단기금융상품이나 지난해 6월부터 증권사에서도 취급하고 있다. 은행의 MMDA(money market deposit account, 은행시장금리부 수시 입출금예금), 증권회사의 MMF(money market fund)와 비슷한 성격을 지니나 실적배당 금융상품이면서도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부도가 나더라도 최고 5000만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CMA는 유가증권에 투자한 뒤 남는 자금을 자동적으로 단기 고수익 상품에 운용하며, 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입출금은 물론 자동납부, 급여이체 등의 서비스 기능이 있고, 주식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단기간을 예치해도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아 여유자금을 운영하는 데에 적합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결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아 반쪽짜리 종합계좌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자본시장통합법으로 CMA에 소액결제 기능이 허용되면서 증권사들도 은행처럼 자동납부 서비스가 가능한 월급통장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위 사례처럼 단기성 투자자금을 굴리는 운용처로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각종 금융상품을 투자하는 자영업자나 급여생활자의 자금 운용처로 CMA는 폭넓은 사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헤지상품 쏟아진다

 배추농사를 하고 있는 박모씨. 요즘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과거의 배추 파동과 같은 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수요와 공급 예측이 틀려 배추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 꼼작 없이 당하기만 했었지만 요즘 그는 증권사에서 배추 값이 떨어질수록 수익이 나는 풋옵션을 매입해 마음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양계업자 이모씨는 조류독감(AI)이 발생하면 수익이 나는 파생상품을 증권사에서 매입했다. 때문에 그는 AI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골프장을 운영하는 최모씨도 여름 장마기간에 손님이 줄어드는 걱정을 안 한다. 바로 날씨 파생상품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편리해진 증권 서비스뿐만 아니라 농산물 헤지상품 등 다양한 금융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투자자나 기존의 투자상품과 달리 이러한 새로운 상품을 선택하는 투자자에게 그 선택권이 크게 넓어지게 되고 위험보장 성격이 가미됨으로써 굳이 보험상품을 중복해서 들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게 된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상품이 등장하게 되고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경제력·나이 등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고를 수도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또 다른 변화는 앞으로는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증권사 직원이 직접 방문하여 집에서도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 권유자(Introducing Broker) 제도가 도입돼 증권사들도 보험설계사처럼 파이낸셜플래너(FP)를 통한 아웃바운드 영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재테크를 위해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들르는 게 쉽지 않았던 장애인이나 노인들도 쉽게 자산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펀드 투자범위도 광범위하게 바뀌면서 자금의 선순환이 예상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익명조합 펀드다. 익명조합이란 상법에 규정된, 일종의 동업계약이다. 한 쪽은 영업만 하고, 다른 쪽은 단순히 출자만 한 뒤 수익을 나눠 갖는 형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B와 C로부터 돈을 받아서 사업을 하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의 일부를 B와 C에게 나눠 주기로 계약하면 익명조합이 된다. 이 때 A는 영업자, 출자자인 B와 C는 익명조합원이 된다. 익명조합원이 영업자에게 준 돈은 영업자의 재산이 된다. 대신 계약이 끝날 때 영업자는 출자 비율대로 익명조합원들에게 돈을 돌려줘야 한다.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 장사를 하면서 나중에 불려 갚겠다고 약속하는 것 역시 일종의 익명조합이다.

 이 같은 익명조합은 우리 생활주변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펀드로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익명조합 형태의 펀드 설립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익명조합원들이 영업자와 출자 계약을 맺으면서 금융투자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방식으로 익명조합 펀드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펀드가 노래방, 음식점 등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호 머니투데이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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