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과 함께 금융권 최대 매물로 꼽히는 LG카드 인수전이 신한금융과 싱가포르 기관투자가인 테마섹의 승부로 좁혀지고 있다. 테마섹은 특히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인수방법을 시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국내 1위 카드사인 LG카드는 어디로 넘어갈까?

LG카드 인수전에는 당초 신한금융, 하나금융, 농협, MBK파트너스, SCB제일은행, 바클레이즈은행 등 6개사가 인수 후보로 참여했다. 이중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는 단연 신한금융과 농협이 뽑혔다. 신한금융은 오래전부터 LG카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보였고, 농협은 민족자본과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해 여론을 몰고 나갔다. 장외에서는 민족자본인 농협이 일본계 자금으로 성장한 신한금융보다는 한수 위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5월12일 정대근 농협중앙회 회장이 수뢰혐의로 전격 구속되면서 LG카드 인수전은 신한금융과 테마섹의 각축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농협은 “회장 구속과 상관없이 LG카드 인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장의 공백과 도덕성 논란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LG카드 인수전에서 농협이 주춤하는 사이 테마섹이 강력한 후보에 떠오른 것은 국내외 인수 후보 모두 테마섹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 알고 보면 모두 ‘테마섹’

테마섹은 외환은행 인수 실패로 LG카드 인수에 주력하고 있는 하나금융의 지분 9.89%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또 사모펀드로는 유일하게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MBK파트너스도 실상 테마섹 자금이 주축이 돼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전 칼라일아시아그룹 회장 등이 주축이 돼 2005년 만들어진 운용사로 출범 이후 하반기께 자금 모집을 완료하고 ‘MBK파트너스의 1호 펀드’를 만들었으며, 이 펀드로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이 펀드의 총자산은 15억달러(1조5000억원) 규모로, 테마섹이 5억달러,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연금 3억달러 등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C제일은행 역시 사실상 테마섹의 지배하에 있다. SC제일은행의 모회사는 영국 스탠다트챠타드은행으로 이 은행의 최대주주가 테마섹이다. 테마섹은 지난 3월 23억파운드(40억달러)를 동원해 스탠다드챠타드은행 지분 11.55%를 인수, 기존 보유 지분 0.7%까지 포함해 총 12.25%를 보유, 최대주주가 됐다.

따라서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든 후보가 테마섹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테마섹이 직접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고 다양한 채널은 통한 대리전을 펼치는 것은 국내에서 산업자본(비주력금융자)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국내는 금융·산업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인수를 불가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신한금융과 농협을 제외하고 모두 테마섹이라고 보면 된다”며 “테마섹이 직접 뛰어들지 않고 여러 채널을 가동하는 것은 금융자본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지만 자본력이 뛰어난 만큼 어떤 형태로 든 인수전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테마섹이 한국 금융시장 지배 의지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974년 설립된 테마섹은 싱가포르항공, 싱가포르텔레콤 등 싱가포르 최대 기업들의 지주회사인 동시에 인도네시아 다나몬은행(56%),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은행(35%) 등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최고경영자는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부인인 호칭 여사가 맡고 있다. 총 운용자산은 1030억싱가포르달러(60조원)에 달하며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큰 손 중의 큰 손으로 분류된다. 테마섹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국내에 진출, 서울 파이낸스센터와 스타타워빌딩 등 서울 주요 빌딩을 연달아 매입해 대규모 이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융 부문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지난 외환은행 인수전에서도 테마섹은 자회사인 DBS(싱가포르개발은행)를 통해 참여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에서 짭짤한 이익을 얻은 테마섹은 과도기적 상태에 놓인 한국 금융시장을 주요 투자대상으로 꼽고 있다”며 “SCB를 인수한 것도 한국 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후의 승자는?

금융원에서는 수장의 공백으로 농협이 주춤하면서 신한금융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됐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범 테마섹 진영의 역공과 농협의 재기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은 자금 조달이 LG카드 인수의 최대 걸림돌이다. LG카드 인수에는 최소 4조원에서 최고 6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월15일 현재 LG카드는 시가총액만 6조1744억원에 달한다.

신한금융은 현재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와의 컨소시엄 구성 작업에 한창인 동시에 ‘인수 가격 낮추기’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인호 신한금융 사장이 지난 5월10일 “너무 고평가(LG카드)된 측면이 있다. 신한금융에 도움이 안 된다면 굳이 인수를 고집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한 것도 자금조달이 부담스러워 ‘가격 낮추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범 테마섹 진영은 내색은 하지 않고 있지만 가장 유력했던 농협이 밀려나자 ‘기회가 왔다’며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개별적으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범 테마섹 진영이 6월 초 입찰을 앞두고 컨소시엄을 구성,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인수 자금 규모가 큰 만큼 개별적으로 나서기 보다는 힘을 합치는 차원에서 뭉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범 테마섹의 가장 큰 약점은 테마섹이 산업자본으로 인수자격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외환은행 인수에서도 테마섹은 대주주 자격 문제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인수 후보가 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격 문제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며 “대주주 자격 문제는 인수 후보가 결정되면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금융그룹을 꿈꾸는 농협도 LG카드 인수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농협은 정 회장의 구속으로 다소 혼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건이 LG카드 인수 계획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사실 회장 사건만을 배제하고 본다면 농협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후보다. 농협은 LG카드의 2대 주주로 14.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경쟁사에 비해 자금 부담이 없는 상태. 또 순수 국내 금융자본이라는 점과 LG카드 내부에서도 농협을 선호한다는 점 등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농협 관계자는 “LG카드를 인수하는 것은 농협이지 개인이 아니지 않느냐”며 “누가 인수하는지 봐 달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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