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 수익률로 현혹



 변액보험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서 ‘보장’과 ‘투자 수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급속도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변액보험은 최근 생명보험사들의 판매 비중에서 30~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생보사들이 투자 상품에 가까운 변액보험을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하면서 소송 등 고객과의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1억8000만원으로 30년 후 100억원 번다?’

 “1억8000만원을 납입하면 15년 이후 3억4844만원을, 30년 후에는 100억원을 벌 수 있습니다.”

 이런 제안을 받는다면 누구나 귀가 솔깃해질 것이다.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저금리에 노후 대책이 최대 고민인 현대인들로선 최고의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상품이 있다. 다단계 상품이 아니다. 바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변액보험이 그 주인공. 이 문구도 실제 A보험사의 가입설계서에 소개된 내용이다. A보험사가 제작한 변액보험 가입설계서에는 9.8%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1억8000만원을 납입할 경우 30년 후 100억원을 벌 수 있다고 예시돼 있다.

 변액보험 판매가 가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비현실적 예시 수익률 등 불완전 판매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변액보험이란 위험 보장의 보험적인 성격과 실적 배당의 투자신탁적 성격을 띠고 있는 상품이다. 즉 일반 보험 상품의 보장성 기능과 함께 보험금의 일부를 특별 계정으로 이체, 실적 배당형 상품인 펀드 등에 투자해 운용에 따라 별도의 투자 수익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장점으로 인해 변액보험은 고객들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저금리, 고령화, 증시 활황 등에 힘입어 판매 실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 2001년 판매 초기 70억원에 불과하던 수입보험료는 2002년 1976억원, 2003년 7621억원, 2004년 12월말 1조2333억원으로 불과 3년만에 100배 이상 늘어났다.

 변액보험 판매가 이처럼 인기를 끌면서 보험설계사들도 변액보험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기 상품일 뿐 아니라 판매 수익도 일반 보험 상품에 비해 높기 때문. 실제로 연간 2만명에 불과했던 변액보험 판매사 합격 인원이 최근 1회 응시자 수만 3만명을 웃돌았다. 



 불완전 판매로 소송대란 우려

  문제는 투자신탁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보험설계사들이 상품 판매시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비현실적인 예시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춰 변액보험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보험사들은 현재 고객 가입설계서에 9.5%, 4.25%, 0% 등 세 가지를 기준으로 예시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일반 투자신탁 상품(펀드)의 경우 관련법(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따라 이같은 예시수익률 제시 자체가 부당 판매 행위로 간주된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협회의 서정곤 팀장은 “일반 펀드는 예시 수익률을 제시할 수 없다”며 “실적 배당형 투자신탁 상품은 말 그대로 운용 실적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고 모든 책임이 고객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예시 수익률 제시 자체가 고객을 현혹할 수 있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 상품을 해약하고 변액보험으로 전환하도록 고객들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고금리 상품을 변액보험으로 유도할 경우 금리 부담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수익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수익을 제시하면 상품 판매가 쉽다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일부 보험사의 경우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여유 자금이 없는 고객들에게는 기존 보험 상품을 환매, 변액보험으로 전환토록 유도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신의성실, 고객 보호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형 투신사의 한 상품담당 관계자도 “사실 변액보험의 가입설계서에는 문제가 많다”며 “자칫 운용 실적이 나쁘게 나와 원금이 깨질 경우 고객 분쟁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설계사들의 불완전 판매로 고객과의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고수익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운용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 원금 손실을 입으면서 고객들이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들을 상대로 민원 제기와 더불어 소송을 걸고 있다. 이미 소송 건수만 3~4건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라면 소송대란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사무국장은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의 이같은 불완전 판매 행위를 방치할 경우 단순한 민원이나 소송뿐 아니라 집단 소송도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보다 먼저 변액보험을 판매했던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상품 판매 초기 불완전 판매 등에 따른 집단소송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변액보험 관련 소송이 빈발하면서  판매 실적이 급락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 수익 챙기기 ‘급급’

 보험설계사의 전문성 부족과 변액보험의 불완전 판매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품 종류를 다양화하는 등 판매 가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 9개에 불과했던 변액보험은 투자 대상 등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2002년 13개, 2003년 33개, 2004년에는 무려 63개에 이르렀고 올해에는 3개월도 채 안돼 17개가 출시된 상태다.

 이에 대해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초기 상품 판매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대부분 개선됐다고 본다”면서 “출시 상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의 반응과 니즈가 높아진 것”이라고 밝혔다.

 변액보험의 위험성에도 보험사들이 오히려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반 보험 상품에 비해 수익이 많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일반 보험 상품과 동일한 예정사업비(사업비+위험보험료)를 적용할 수 있고 특별 계정의 자산 운용 수수료 수입도 올릴 수 있는 반면, 책임준비금 적립이 필요 없고 투자 성과에 따른 성과나 위험은 고객들의 책임이다. 즉 보험사 입장에선 변액보험이 리스크 관리나 손익 측면에서 ‘노 리스크 하이 리턴(No Risk High Return)’상품과도 같다. 이에 반해 고객에게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성격이 강하다.

 이에 박상례 보험개발원 이사는 “변액보험은 예정 이율이 보증되지 않고 보험금이 투자 실적에 따라 변동됨에 따라 고객 측면에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상품”이라며 “판매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거나 높은 투자 실적을 이용하면 부당 판매 행위가 되는 것은 물론 민원 발생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투신사의 한 고위 관계자도 “변액보험은 상품 특성상 일부 자산만 특별 계정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일반 펀드에 비해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상품이 수익을 내는 기간 동안은 변액보험이 불리하다”고 전했다. 즉 고객이 200만원을 변액보험과 펀드에 각각 100만원씩 투자할 경우 수익률이 10%(운용수수료 제외)라면 변액보험은 일반적으로 8만원, 펀드는 10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변액보험은 보험금의 20% 가량을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명목으로 떼가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이 일반 펀드에 비해 운용 수수료가 높고, 비용 공시가 허술한 것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변액보험은 은행·투신사와 마찬가지로 펀드 운용 수수료가 부과된다. 반면에 최저 사망보험금 보증 비용(연 0.1%), 최저 연금적립금 보증 비용(0.5%) 등 일반 신탁 상품에 없는 비용들도 붙는다. 대부분의 보험사 가입설계서에는 이러한 내용을 명시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일반 펀드의 경우 운용설명서에 비용 처리에 관한 항목별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감독 당국의 상품 인가를 받을 수 없다.



 “변액보험, 자산운용업법 적용해야”

 보험전문가들은 변액보험 불완전 판매에 따른 폐단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관리 감독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변액보험의 상품 승인, 판매, 광고 등을 보험업법이 아닌 전문성을 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하 자산운용업법)의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변액보험은 특별 계정의 운용만 자산운용업법의 적용을 받을 뿐 상품 승인, 판매, 광고 등은 보험업법 적용을 받고 있다.

 이에 최병규 한경대 법학부 교수는 “변액보험이 투자 신탁 상품이란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보험업법과 자산운용업법의 조화로운 운용이 과제”라고 말했다.

 또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 역시 “변액보험의 판매 행위를 보완하기 위해선 보험사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전문성 있는 법률에 의거해 상품이 판매, 운용되게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변액보험의 특별 계정을 자산운용업법 적용을 받도록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신탁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투신업계에서도 같은 의견이다. 투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변액보험이 보장성 때문에 국내에선 보험 상품으로 인식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투자신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변액보험의 불완전 판매는 향후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판매액이 급증하는 변액보험이 향후 불완전 판매로 소송 등이 발생할 경우 이미지 악화로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연착륙을 위해 변액보험의 보험료와 비용을 대폭 줄이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사무국장은 “변액보험료로 납입한 보험료 중에서 얼마가 특별 계정으로 이체되는지를 계약자에게 투명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변액보험 가입설계서, 특별 계정 운용설명서, 인터넷상품 공시실 등 여러 곳에 분산된 공시 정보를 집중시키는 한편,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는 예정사업비와 위험보험료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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