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 아름답다. 그래서 누구나 1등을 꿈꾼다. 하지만 달성보다 수성이 힘든 게 바로 1등이다. 어디든지 영원한 절대 강자는 없는 법.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하는 1등은 없다. 현재 국내 은행업계 리딩 뱅크인 국민은행은 여타 은행들로부터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인수·합병을 통해 세를 키운 국내외 은행들이 업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은 최근 신한금융을 낱낱이 분석한 250쪽에 달하는 장문의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코노미플러스>가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에는 2008년 신한금융의 장·단점 및 비전 분석, 국민은행의 대응 방안 등 1위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신한은행의 탈환 전략과 국민은행의 수성 전략이 담겨져 있다.

 올초 국내 금융기관 중 최고의 정보력과 분석력을 지녔다는 국민은행이 레이더를 활짝 펼쳤다. 금융지주회사 설립 후 조흥은행 인수·합병으로 대형 금융그룹으로 한 단계 성장한 신한금융을 정밀 분석하기 위해서다. 보통 업계 2위가 1위의 성장성을 분석, 벤치마킹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1위가 2위를 분석하고 성장을 전망하는 사례는 드물다. 그만큼 리딩 뱅크 국민은행이 신한금융의 맹렬한 추격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애널리스트 등 은행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뒤 국내 리딩 뱅크는 물론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재목으로 신한금융을 꼽고 있다. <이코노미플러스>가 지난 1월 실시한 금융 전문 애널리스트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신한금융은 국민은행을 제치고 한국 대표 은행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은행 전문가들은 ‘신한스피리트’로 불리는 신한금융의 공격적인 조직 문화와 철저한 성과 관리,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등이 리딩 뱅크로의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신한금융은 금융지주회사 설립 후 자회사간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너지 영업이 경쟁력을 배가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증권의 한정태 연구원은 “현재 자산이나 네트워크 면에서 국민은행이 단연 업계 1위지만, 금융대전을 치르고 있는 지금은 양적인 면보다는 질적인 면이 중요한 시기”라며 “조흥은행 인수·합병으로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신한금융이 미래 리딩 뱅크로 꼽히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을 낱낱이 파헤쳐라”

 전문가들의 이같은 분석과 전망은 국민은행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리딩 뱅크로서 신한금융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즉 은행권 구조 조정의 선두 주자로 오랫동안 업계 정상에 올라 있던 국민은행도 더 이상 안주하며 쉬어 갈 여유가 없는 것이다.

 국민은행 산하 국민은행연구소가 주체가 된 신한금융 분석 작업에는 연구소 연구원뿐만 아니라 국민은행 비서팀, 회계팀, 인력개발팀, 마케팅팀, 리테일팀, 카드팀, 중소기업팀, PB팀 등 거의 모든 사업팀 실무자들이 참여했다. 실질적으로 분석 작업에 참여한 인원만 16명으로 정보 수집과 자료 정리를 지원한 인력까지 합치면 25명 정도가 이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분야도 경영 전략에서부터 사업 부문별 현황과 조직 문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사실상 신한금융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분석팀은 약 두달간 집합 연구를 통해 지난 3월 중순 신한금융의 전략과 대응 방안을 담은 250페이지 가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강정원 행장 등 임원들에게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금융 분석과 관련, 국민은행연구소의 조갑제 박사는 “행장이나 임원들의 지시로 이뤄진 게 아니라 생산성과 건전성이 좋은 신한금융을 바로 알자는 취지에서 분석 작업을 실시했다”면서도 “조흥은행과의 통합 이후 국민은행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신한금융일 것”이라고 말해 단순히 학습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님을 시사했다.

 분석 내용도 상당히 세부적이다. 보고서는 신한금융의 재무 분석뿐 아니라 사업 부문별 실적 및 전망, 경영 전략, 성과 및 리스크 관리 등 비공식 자료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정보 수집과 분석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한 흔적이 곳곳에 드러난다. 국민은행 금융연구소는 지난해 말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 당시에도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이처럼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단계별로 조직 문화를 재정립하고 성과 및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일부 업무 프로세스는 신한금융을 벤치마킹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강행장은 월례조회에서 조직 문화와 수익 구조, 고객만족도 개선 등을 역설한 바 있다.

 이에 조박사는 “신한금융 연구 보고서는 내부적인 검토 자료로 전략적으로 수행될지 여부는 은행이 자체 결정한다”며 “성과 및 리스크 관리 등은 신한금융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전했다.



 생산성 등 질적인 면 열세

 ‘신한금융그룹 연구’란 제하의 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신한금융에 비해 영업 채널을 제외하곤 전략, 조직 문화, 성과 및 리스크 관리,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영업망 및 자산, 고객 기반 등 양적인 부문에선 국민은행이 신한금융을 앞지르고 있지만 생산성, 수익성, 건전성 등 질적인 면에서는 신한금융이 우위에 있어 향후 리딩 뱅크 재목이란 은행 전문가들의 분석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특히 이 보고서는 국민은행이 조직 문화와 리스크 관리, 전략 수립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취약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신한금융의 성과주의 조직 문화인 ‘신한스피리트’와 달리 국민은행은 오랫동안 합병 진통을 겪으면서 조직 문화 형성이나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또 신한금융의 경우 기획부, 미래전략연구소, 인력개발실 등에서 기업 문화 관련 업무를 분장하면서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데 반해 국민은행은 조직 문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실질적인 관리 부서가 없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직 문화 부재는 국민은행 직원의 자부심과 충성심, 사기 등 심리적 측면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은행의 성장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사실 국민은행은 국민과 주택은행 합병 이후 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데다 통합 2기를 맞으면서도 조직 문화가 정립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조직 문화와 이에 대한 공감대가 기업의 자화상이자 미래상이란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은행의 이같은 근본적인 약점은 비전 수립과 이행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은 지난 2001년 합병했지만, 노조 통합은 합병 후 4년이 지난 올 초에야 이뤄졌다. 또 지난 2004년에는 통합을 주도했던 김정태 행장이 회계 처리 문제로 전격 교체되면서 조직 문화 정립이나 공감대 형성은 점차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국민은행이 지난 2003년 7월 내부적으로 실시한 조직 문화 진단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선 “현재 국민은행만의 조직 문화는 없고 단지 개방, 신뢰 및 기업가형 문화와 경쟁, 규율, 통제로 대변되는 두 가지 문화가 통합되지 못한 채 혼재돼 있을 뿐이다”는 결론이 나왔다.

 강정원 행장이 취임 이후 조직 개편과 노조 통합을 가장 먼저 추진했던 것도 국민은행만의 단일 문화를 만들어야 새로운 전략과 비전 수행이 가능하다는 시장의 지적 때문이다. 강행장은 취임 1주일 후 종전 9개 사업 그룹을 15개 그룹으로 늘리고 노조위원장 출신을 부행장으로 발탁했다. 이틀 뒤에는 국민·주택·카드 등 ‘한 지붕 세 가족’ 노조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증권사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어떤 기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조직 문화 정립은 직원의 자부심이나 충성심, 사기 등 심리적인 면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며 “조직 문화가 아예 없거나 이질적인 문화 충돌만이 존재한다면 회사의 성장 불꽃도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민은행의 조직 문화 정립을 위해 이 보고서는 신한금융의 긍정적 기업 문화와 기업 문화 관리 프로그램 등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다만 조직 문화는 조직의 역사와 시스템 등에 따라 다르고 단기간에 몇가지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 형성되는 게 아니므로 문화 형성 프로그램의 중요성 인식과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성과주의 정착 시급

 조직 문화 정립과 함께 보다 합리적인 성과 관리와 인사 관리 체계를 하루 빨리 정착시키는 것도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보고서는 신한금융은 조직 문화가 성과주의 문화로 발전하면서 직원 참여도가 높은 인사 관리 체계를 확립했고, 이는 조직과 은행의 생산성과 건전성, 직원의 성과만족도를 높이면서 선순환 구조를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국민은행은 조직 문화가 정립되지 못하면서 성과주의 정착이 미흡했고, 결국 은행의 생산성이나 건전성 면에서 신한은행은 물론 여타 경쟁사에 비해서도 뒤처지게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99년 조직과 개인의 성과 체계가 일관성 있게 연계돼 운용되는 새로운 평가 제도인 BSC(전사적목표관리)와 보상제도를 시행했다. 또 이를 기준으로 직원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를 운용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BSC와 KPI의 유기적 연동을 통해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고, 전사적으로 종합업적평가대회 등을 진행함으로써 성과주의를 조직 문화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신한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성과관리제도는 이미 직원들에게 하나의 문화로 인식된 상태”라며 “특히 은행이 지향하는 성과를 수반치 못하는 개인 실적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다양한 성과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에는 수익성과 외형 성장을 위한 개인 핵심 성과 지표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국민은행도 BSC나 KPI 등 신한은행과 유사한 성과 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단일화하지 못한 데다 성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포상제도도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성과 관리 체계를 개편하고 성과관리대회 등 포상제도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성과 관리와 연동되는 인사 관리 및 개인 평가에 대해서도 신한은행이 국민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선진화한 제도를 적용중인 것으로 이 보고서는 평가했다. 신한은행은 인사(개인) 평가 때 직상위자가 개인 업무 성과를 평가하고 직무별로 지표화된 역량 평가도 동시에 실시하고 있다. 또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직원 설문조사 또는 워크숍을 통해 피드백을 받음으로써 인사시스템에 대한 직원 참여도와 공감대를 높이는 게 특징이다. 이에 반해 국민은행은 성과 평가는 개인 스스로, 역량 평가는 직위·근무지별로 구분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공개치 않고 있는 상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인사 관리 및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직원도 이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신한은행의 인사 관리 및 평가 제도가 여타 은행에 비해 다른 점은 철저하게 회사 차원에서 평가가 이뤄지지만 평가 결과를 공정하게 공개하고 이를 피드백 받아 개선해 간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국민은행이 조기에 성과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개인평가제도를 개선하고 전사적인 포상제도를 만들어 조직 문화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도 성과주의를 위해 인사 관리 및 평가 제도를 개선해 가고 있다”며 “다만 노조와 협의 문제가 있어 조기에 실행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생산성과 수익성, 건전성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선 고객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리스크 관리를 보다 세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국민은행은 양적인 면에서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은행이다.  지난 2004년 9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총 자산은 186조원으로 업계 2위인 신한·조흥은행보다 50조원 가량 많다. 또 영업망도 전국 1120개로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고객의 질과 만족도 높여라’

 하지만 국민은행은 생산성 및 수익성, 건전성 등 질적인 면에선 리딩 뱅크란 말을 무색케 한다. 지난 2004년말 기준 국민은행은 생산성 지표인 1인당 총자산, 예수금, 대출금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신한은행에 밀리고 있다. 신한과 조흥은행을 합쳤을 경우에도 격차가 크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직원 1인당 예수금은 72억3200만원에 불과했지만 신한은행 99억5900만원, 하나은행은 94억5400만원을 기록했다. 신한과 조흥은행을 합칠 경우에도 1인당 예수금은 81억4600만원으로 국민은행보다 높다. 1인당 총 자산도 신한은행이 182억7000만원으로 업계 최고다. 이에 반해 국민은행은 109억30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조흥은행의 102억31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1인당 대출금 역시 신한은행이 94억700만원으로 업계 1위를 달렸다. 국민은행은 67억5200만원을 기록, 시중은행 평균 69억100만원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과 조흥은행을 합쳤을 경우에도 1인당 대출금은 72억2300만원으로 국민은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수익성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은 지난 2004년 9월말 현재 총자산이익률(ROA)이 8개 시중은행 중 최하위권인 0.5%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의 ROA가 1.26%인 것을 감안하면 큰 격차다. 또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고정 이하 여신 비율에선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꼴찌로 처졌고, BIS 자기자본비율 역시 시중은행 중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등 리스크 관리 면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실질적인 평가는 회사의 크기나 규모가 아니라 생산성과 수익성이 얼마나 높고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졌냐는 것”이라며 “양보다 질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높이고 주가에도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신한은행에 비해 강점으로 여겨졌던 전국적인 영업망과 고객 기반도 신한과 조흥은행의 합병으로 메리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이 보고서는 경고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영업망을 가졌던 신한은행이 전국적 영업망을 보유한 조흥은행과 합병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량 고객 위주였던 신한은행의 고객 기반이 조흥은행의 대중적인 고객 기반과 합치게 되면 국민은행과 거의 대등한 고객 기반을 갖추게 된다. 즉 최대 고객 수를 자랑하는 국민은행처럼 규모의 경제 효과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말 현재 국민은행의 총 고객 수는 2481만여명으로 업계 1위이며, 신한·조흥은행은 1600만명으로 업계 2위다. 고객 기반에선 아직 큰 차이가 나지만, 은행 영업의 핵심 동력인 주거래 고객의 가구 소득은 신한·조흥은행이 국민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량한 상태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국민은행이 신한·조흥은행보다 양적으로는 다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질적인 면에선 다소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9월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조흥은행의 기업별 여신을 살펴보면 대기업 여신의 경우 신한·조흥은행이 6조5000억원 정도로 국민은행(3조700억원)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 여신은 국민은행이 37조4900억원으로 신한·조흥은행(30조9790억원)보다 많은 상태다. 하지만 신한·조흥은행은 중소기업 여신 중 외감 기업 및 담보 비중이 국민은행보다 높아 사실상 여신 관리 측면에선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이미 원뱅크 및 뉴뱅크 전략을 통해 이같은 합병 시너지효과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방침을 세워 놓은 상태다. 원뱅크 및 뉴뱅크 전략으로 신한금융은 2008년까지 은행 총 자산 220조원, 순이익 2조원, 총자산이익률 1%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 세분화 및 점포 다양화를 추진하는 한편 PB 점포 확대, 교차 판매 및 비이자 수익 부문 강화 등 구체적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상태다.

 시중은행의 리테일 담당 임원은 “신한은행은 우량 개인 및 기업 고객을 많이 갖고 있고, 조흥은행은 전국적인 고객 기반을 지녀 합병시 영업 동력이 한층 향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차별 없는 고객 기반이 경영 성과 악화

 이 보고서는 재무구조 등 질적인 면에서 국민은행이 열세를 벗어나려면 우선 고객의 질과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국민은행의 차별 없는 대중적 고객 기반이 오히려 경영 성과를 악화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강정원 행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고객만족도와 우량 고객 확보를 강조한 것도 이같은 지적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대중적 고객 기반을 수익 위주로 세분화할 방침이다. 또 온·오프라인 채널을 연계, 기존 상품 및 서비스를 개선하고 채널간 연계 마케팅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고객만족도 향상을 위해 우선 직원만족도부터 끌어올리는 중장기 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 5월2일 국민은행이 처음으로 영업점 고객서비스 우수 직원 170명을 CS스타로 선정, 휘장을 수여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인 것도 고객만족도의 밑거름이 되는 직원만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강행장은 “고객 지향적인 상품 및 서비스 공급 체계를 구축,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우수 고객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며 소매금융 부문에 국한된 비이자 부문 수익 모델을 기업 부문으로 확대하는 등 수익 구조도 다변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조직 문화 혁신과 비효율적 제도 개선을 통해 현장 중심의 역동적 조직 문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혀 국민은행의 조직 문화 정립에 주력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 보고서는 리스크 관리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은행 건전성 악화의 주원인이 여신 고객의 질이 낮은 데 있는 만큼 신용 리스크에 기반한 우량 고객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여타 은행에 비해 경기에 민감한 서민과 소호,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보고서의 지적에 따라 국민은행은 올해 우량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맞춤형 전략 상품 개발 및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고위험-고마진’형의 영업 관행을 ‘저위험-적정 마진’형으로 개선하는 한편, 우량 신용 등급 대출 비중도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 초 대규모 인력 구조 조정 이후 직원 성과 보상 및 점포 전략 등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며 “통합 2기를 맞아 앞으로는 조직의 효율성, 생산성 향상에 올인 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신한·조흥은행의 통합에 따른 부작용 전망과 국민은행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하고 있다. 신한·조흥은행이 지금은 국민은행에 비해 질적으로 우세한 면이 많지만, 통합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강점이 약점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1년 국민은행은 주택은행과의 합병으로 국내 최대 은행으로 재탄생했지만, 미흡한 화학적 통합이 질적 성장을 가로막은 경험을 갖고 있어 신한·조흥은행의 합병 역시 효율적인 조직 통합의 관건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소의 조갑제 박사는 “신한과 조흥은행이 합병하면 시너지효과는 크겠지만 이 모든 것은 화학적 통합이 전제된 상태의 얘기”라며 “국민은행이 합병 이후 조직간 통합이 늦어지고 여기에 내수 붕괴란 악재까지 겹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게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전문가들도 신한은행·조흥은행·굿모닝신한증권 등 대규모 금융네트워크를 구축한 신한금융이 앞으로 리딩 뱅크로 성장하려면 현재의 질적인 우수성을 합병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대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이 국민은행 사례를 교훈삼아 조흥은행 인수 이후 신한은행과 합병을 서두르지 않고 2년간 유예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신한금융의 성장 모먼텀은 내년 9월까지 예정된 양행간 합병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 효율적 조직 통합이 관건

 그러나 최근 신한·조흥은행의 원뱅크 및 뉴뱅크 전략을 진두지휘했던 신한금융 최영휘 사장이 경질되면서 조직 통합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신한금융의 갑작스런 최사장 해임은 합병 방식에 대한 라흥찬 회장 및 신상훈 행장과의 이견 때문이란 게 정설이다. 최사장은 조흥은행 인수 이후부터 대등 합병을 통한 뉴뱅킹 변신을 주장했지만, 라회장과 신행장은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흡수 통합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사장 해임 결정에는 라회장의 든든한 후견인인 일본 대주주들의 입김도 작용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원뱅크 및 뉴뱅크 전략을 구사했던 신한금융이 사장 경질이란 극약 처방으로 합병 방식을 바꾸면서 또다시 양행의 이질적 문화가 충돌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흥은행 노동조합은 최사장 경질과 관련 “흡수·합병을 강행할 경우 전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노조는 “최영휘 사장을 경질하겠다는 신한금융의 방침은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의 대등 통합을 전제로 한 ‘뉴뱅크’ 전략을 폐기하고 흡수·합병 방침을 기정 사실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한·조흥은행의 조직 통합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신한금융의 최사장 경질 발표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외국인들도 매도에 나서고 있다. 신한·조흥은행간 문 화적 충돌에 따른 합병 시너지효과 반감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잘 해오던 신한금융이 합병을 지휘해 온 최사장을 경질한 이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기대치 않았던 악재가 돌출된 분위기”라며 “만약 합병 방식에 조흥은행이 반대해 조직 통합이 늦어지거나 화학적 통합이 지연될 경우 합병 시너지효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의 한 인사담당자도 “조직 문화나 직원의 자부심, 소속감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반대로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수용 능력이 미흡하다는 단점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며 “신한금융이 어떤 식으로 합병을 진행할지는 모르지만 이번 결정(최사장 경질)으로 양행간의 화학적 통합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한금융은 오는 9월까지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 내년 9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Plus TIP 국민은행 ‘싱크탱크’ 금융연구회



 과·차장급 실무자 주축‘비상설 학습 조직’



 ‘신한금융그룹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금융연구회’는 지난 1월 국민은행 산하 국민은행연구소(소장 김장희) 연구원들과 각 업무팀 실무자급인 과·차장급이 참여하는 ‘비상설 학습 조직’이다. 총 16명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는 금융연구회는 전략·채널·조직 문화·자료 수집 등을 담당하는 5명의 연구소 연구원과 국민은행 회계팀·비서팀·인력개발팀·마케팅팀·리테일상품팀· 카드마케팅팀·중소기업팀·신용기획팀·PB사업팀·투신상품팀·지점 등의 부서에 근무하는 11명의 과·차장을 비롯, 대리까지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연구회가 국민은행의 비상설 학습 조직이라지만 국민은행연구소 주관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소 산하 기구로 공식화된 것으로 관측된다. 또 매주 금요일 연구소에서 집합 연구를 벌이는 한편, 1박2일 워크숍까지 가진 것으로 확인돼 연구소 지원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연구소는 국민은행 조직내 전략그룹 소속 기구로 금융시장 연구 및 전망은 물론, 은행의 비전과 세부 전략을 제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조직은 전략그룹을 비롯해 총 15개 그룹을 두고 있으며 그 밑에 5본부, 1단, 70팀, 18지역본부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금융연구회는 연구소 소속으로 크게는 전략그룹에 속해 있다. 전략기획팀, 연구소, 홍보팀, 연수원, 그리고 KB자산운용이 전략그룹 소속으로 행내 ‘넘버2’로 불리는 김동원 부행장이 총괄 책임자다. 그만큼 국민은행연구소가 핵심 부서임을 의미 한다.

 국민은행연구소는 삼성경제연구소 등 여타 민간 연구소와 달리 전망 및 분석 자료를 절대 외부에 공개치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주택금융시장 전망 등 일부 자료에 국한, 은행의 허가를 얻어 간헐적으로 외부에 공표하기도 한다. 그만큼 보고서의 정밀도와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신한금융그룹 연구’ 보고서와 같은 일부 분석 자료는 행장 및 부행장 등 극히 제한된 경영진들에게만 제공되며,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과 비전을 수립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구소는 10여명의 박사를 포함, 총 3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임상연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