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에 대한 감독 당국의 제재 조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전 사업 의혹(우리), 자산담보부증권 불법 보증(하나), 대형 횡령 사고(조흥) 등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연이어 터진 금융 사고에 감독 당국의 조치가 동시다발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스크와 인력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이들 은행장들에게 과연 어떤 조치가 내려질까.

 “이 시대 은행장들은 고달프다.”

 한때 은행장은 명예와 부, 성공의 대표적 상징이었다. 지금도 은행장이란 직함은 어디에서나 통하지만(?) 그 위세는 옛날과 사뭇 다르다. 고객과 주주의 눈치를 살피고 실적과 인력 관리에 몰두하는 등 매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한눈을 팔다 보면 횡령, 대출 사고 등이 터지고 고객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등 명예직이 하루 아침에 오점 투성이로 뒤바뀌기도 한다. 고객 및 주주 중심의 경영이 정착되면서 은행장도 ‘하루살이 인생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에도 우리·하나·조흥은행 등 국내 대표 시중은행장들이 감독 당국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 오일게이트로 도마에 오른 우리은행 황영기 행장, 지난해 자산담보부증권 불법 보증 문제가 있었던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 지난 4월 400억원대 대형 횡령 사고가 터진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이 바로 그 주인공. 사건의 중요성이나 규모를 감안할 때 이들 은행장은 감독 당국의 징계 여부나 수위에 따라 앞으로의 행보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상태다.



 황영기 우리은행장 유전유죄(油田有罪)?

 3명의 행장 중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사람은 단연 황영기 우리은행장이다. 철도공사의 부실 사업이 정치권의 오일게이트로 확산되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우리은행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사건의 무게가 갈수록 무거워지면서 핵심 인물이나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우리은행은 사모주식펀드(PEF)의 우방 출자 문제까지 겹쳐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대상이나 수위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우리은행의 유전 사업 부실 대출 문제는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지난 4월18일부터 우리은행 여신심사센터를 중심으로 부실 대출 및 대출 외압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대출 과정에서 대출 방식을 변경한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17일 철도재단에 620만달러의 계약금을 대출해 주면서 대출 방식을 ‘실사 후 지급’에서 ‘즉시 대출’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철도공사가 ‘잔금을 책임지겠다’는 확약서(공문)를 보내와 대출 방식을 ‘선 대출 후 심사’로 변경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검찰이나 감독 당국, 은행권에선 사업 타당성 등 기초 조사도 없이 수백억원의 대출이 쉽게 이뤄진 것은 정상적인 대출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 확약서만으로 대규모 대출이 이루어진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확약서란 개념이 모회사가 자회사 대출에 있어 완전한 지급보증은 아니고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혀 부실 대출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신 책임자 및 실무자들을 소환 조사중인 검찰은 대출 외압뿐 아니라 부실 대출 혐의가 드러날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처벌할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종 책임자에 대한 조사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즉 담당 부행장은 물론 행장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일게이트와 관련된 우리은행의 최종 징계 여부는 6월쯤 판가름날 전망이다. 유전 사업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의혹과 수사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데다 정치권마저 가세한 상태이기 때문. 더욱이 금감원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다.

 금감원 은행검사국은 “유전 사업 대출건은 아직 검사하지 않았다”며 “감사원 감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검찰도 수사중이어서 중복 검사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건 전말에 대한 검찰의 수가가 끝나야 검사가 이뤄질 수 있지만 감사원과 검찰 수사가 종결되면 감사원의 의뢰로 징계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모주식펀드 우방 출자 논란은 감사 결과가 끝난 상태여서 조만간 감독 당국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사모주식펀드로 우방에 출자하면서 공동 투자자인 세븐마운틴그룹에 수익 보장을 요구해 문제가 됐다. 일단 금감원은 우리은행 사모주식펀드의 수익 보장 요구는 출자가 아니라 대출에 가까워 관련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지만, 사모주식펀드 시행 초기인 만큼 제재 조치는 가벼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은행검사국은 “사모주식펀드의 수익 보장 요구와 관련해선 증권검사국의 검사 결과를 토대로 협의해 문제가 있다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 부실 대출과 사모주식펀드의 우방 출자 논란이 명백한 위법으로 드러날 경우 그동안의 제재 조치를 감안하면 황행장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감독 당국과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더욱이 유전 사업의 경우 사안이 정치권과 연계된 만큼 위법 사실이 인정되면 솜방망이 징계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즉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게 되면 연임은 물론 사안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해임될 수도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감원은 사건 조사 결과에 따라 임원은 ‘해임권고’‘업무집행정지’‘문책경고’‘주의적 경고’, 직원은 ‘면직’‘정직’‘감봉’‘견책’ 등 각각 4단계의 징계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유전 사업 의혹과 그 파장이 점차 확산되자 업계에선 “재정경제부가 황행장의 후임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조기 퇴진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황행장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던 이헌재 부총리의 퇴진과 스톡옵션 문제로 인한 정부(예금보험공사)와의 마찰 등도 조기 퇴진설에 힘을 실어 주는 상황이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재경부의 후임 인사설에 대한 소문은 들었지만 결과는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런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황행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정부가 내세운 인물인 데다, 앞으로 민영화 계획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쉽게 후임 인사를 결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400억원 규모의 조흥은행 직원 공금 횡령 사건은 지난 5월9일 사실상 금감원 검사가 끝났다. 이에 따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조만간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15일 조흥은행 직원은 지난해 11월부터 3월까지 은행의 ‘기타 차입금’ 계정에서 400억원을 횡령, 주식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흥·하나은행장 제재 수위에 관심 쏠려

 은행권에선 조흥은행 최동수 행장에 대한 징계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조흥은행의 공금 횡령의 경우 이례적으로 규모가 큰 데다 4개월 이상 횡령 사실을 적발치 못하고 제보를 통해 감독 당국이 먼저 수사에 들어가는 등 내부 통제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중징계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은행검사국은 “제재 여부는 조만간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면서도 “4개월 이상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내부통제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징계의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은 지난해 8월 있었던 자산담보부증권 (ABS) 불법 보증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5월9일부터 하나은행 정기 검사를 진행중인 금감원은 이 사건을 재검토해 책임 여부를 분명히 한다는 방침이어서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상반기 하나은행 ABS팀 직원이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은행장 직인을 도용, 원금은 물론 연 20~30%의 이자를 보장한다는 내용의 지급보증서를 발행하면서 터졌다. 당시 하나은행 직원은 지급보증서 위조로 190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아 상가나 연립주택 등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투자했지만 당초 약속했던 고배당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1개월 전인 7월쯤 이 사건을 인지해 자체 감사를 벌였고, ABS팀 직원인 K씨가 자살함으로써 외부에도 알려지게 됐다. K씨의 자살 뒤 K씨 유족들이 진상 조사를 요구해 은행측과 노조, 유족이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가 3주 정도 활동했지만 K씨의 자살은 ‘원인 불명’으로 끝났다.

 문제는 이 사건 당시 김종열 행장이 경영전략본부장으로 결재 라인에 있었다는 점이다. 즉 김행장이 당시 이 사건과 관련이 있었는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190억원의 금액을 모은 사업인 만큼 결재 라인이 이 프로젝트를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 사건 발생 이후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 정기 검사가 갑자기 연기된 것도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은 정기 검사가 예정돼 있었지만 올해로 연기됐다. 당시 제대로 된 정기 검사가 있었다면 하나은행의 불법보증과 관련된 사건 전말과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도 구체화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은행검사국 담당자는 “한미은행 파업 등 금감원 업무가 겹치면서 은행에 대한 검사 일정이 모두 순연돼 연기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나은행측도 “연말에는 은행 결산 등 업무가 바빠 금감원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연기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미 사건 발생 10개월 정도가 지난 만큼 이번 금감원 정기 검사에서 특별한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김행장의 연루 의혹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향후에도 오점으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은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지는 데 대해 차분히 대응하면서도 불쾌해 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언론에서 자꾸 문제 삼으니까 금감원에서 해명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즉 금감원이 당시 왜 정기 검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자 해명 차원에서 이번 정기 검사에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이란 설명이다.

임상연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