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업계를 비롯해 금융권 등에서 정부 주도하에 추진중인 BTL(Build Transfer Lease)사업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민간투자방식인 BTL사업은 올 한해만 128개 사업에 6조2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책정된 상태며 정부는 3년간 중장기 계획으로 2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제 막 개봉된 BTL사업의 수주 현황과 문제점을 집어본다.

 지난 5월20일 정부가 BTL 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7월12일 현재까지 사업제안서(RFP, Request For Proposal)가 고시된 사업은 충주비행장 군인아파트 신축 등 총 22개로 사업규모는 1조2000억원에달한다. 이에 건설업체와 금융기관들은 서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BTL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체는 사업수주에 따른 실적 증가는 물론 정책사업 수주에 따른 대외인지도 향상 등을 목적으로, 금융기관은 새로운 투자처 발굴 및 투자상품 개발을 위해 새로운 'BTL 시장'에 올인하고 있다.

 BTL사업이란 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이를 정부가 임대해서 쓰는 새로운 민간투자방식으로 민간이 건설한 시설은 정부소유로 이전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BOO(Build Own Operate,민간이 시설소유권보유)와 다르고, 정부가 직접 시설 임대료를 지급해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BTO(Build Transfer Operate, 시민들에게 시설 이용료를 받아 수익 보장)와 차이가 있다.

 

 금융권 사활 건 수주전 시작

 금융권에서는 은행과 보험사들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계 부실, 기업투자 위축 등으로 대출시장이 위축되면서 새로운 자산운용시장 개척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로 인해 장기 자산운용에 애를 먹고 있는 보험사는 20년 이상 투자가 가능한 BTL사업이 자산운용의 '오아시스'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의 한 투자금융팀장은 "BTL사업은 정부가 수익을 보장하는 장기 안정적인 투자사업으로 은행이나 보험사에게는 새로운 장기 자산운용 시장이 될 수 있다"며 "최근 저금리와 대출시장 축소로 은행과 보험사 모두가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BTL사업 수주전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도 BTL사업에 관심이 많지만 시장 초기 위험, 전문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최근 SK생명을 인수하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증권사 한 자산유동화팀장은 "자체 계정을 통해 대출이 가능한 은행과 보험사는 주도적으로 BTL사업 수주에 나설 수 있지만 대출업무가 불가능한 증권사는 사업 수주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일부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전문인력 부족과 초기 시장 리스크를 감안해 일단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현재 BTL사업에 공모펀드(인프라펀드, InfraFund)가 참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미약해 증권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은행권의 경우 우리은행,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은 물론 대구은행,기업은행 등 지방 및 특수은행들이 모두 한 개 이상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BTL사업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실제로 정부가 첫 BTL사업으로 선정한 충주비행장 군인아파트 신축공사(180억원)사업에 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또 첫 번째 초,중,고 시설 BTL사업인 진관초등학교 외 5개교 신개축 사업에도 기업은행, 대구은행, 신한은행 등 3개 은행이 개별 컨소시엄을 구성,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상태다.

 은행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BTL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현재 고시된 BTL사업 대부분에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도 대거 BTL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대한,교보,동양생명과 LG화재 등이 진관초등교외 5개교 신개축 사업에 참여했으며 삼성생명,미래에셋생명 등도 하수관거 사업 및 기능대학 기숙사 신축사업에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참여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대한생명과 동양생명이 가장 적극적이다. 대한생명과 동양생명은 현재까지 고시된 BTL사업 대부분에 뛰어든 상태며 같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 굿모닝신한증권이 유일하게 BTL사업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금융기관간 BTL사업 수주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벌써부터 수익률 하락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사업수주를 위해 운용수익(리스료)을 최대한 낮춰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BTL사업의 수익률은 국공채 5년물∝(가산율)로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업수주를 위해 저가 공세로 나설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중소건설사-증권업계"BTL사업 문제 많다"

 BTL사업 수주를 위해 건설사와 금융기관들이 무더기로 달려들고 있지만 정작 지방 중소건설사들과 증권업계에서는 BTL사업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BTL사업 성격상 중ㅅ건설사들이 배제돼 있고 개인이 공모를 통한 투자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자칫 대형건설사나 기관투자가들만의 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는 비난이다.

 당초 지역 하수관거 사업 등 지역개발 사업의 경우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대부분 지방 중소건설사들이 사업을 주관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소규모 지역개발 사업을 번들(Bundle)형태로 BTL사업을 진행하면서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입찰에 참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본력이나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건설사들은 시장에서 퇴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고시된 대부분의 BTL사업에는 대우건설, 벽산건설, 현대건설, 동부건설 등 1군 건설사(도급순위 30위 이내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한 상태다.

 이에 중형건설사의 한 대표이사는 "그동안 20억~30억원 가량의 소규모 지역개발 사업들은 해당 지역 건설업체들이 담당했지만 이를 한데 묶는 BTL사업이 추진되면서 이마저도 손을 떼게 생겼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BTL사업을 내놓은 정부가 오히려 지역 건설업체는 물론 지역경제를 죽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BTL사업이 번들 형태로 추진되면서 중소건설사들은 사업참여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별사업이 한데 묶여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사업시행 및 시공에 따른 리스크가 커지면서 재무적 투자자인 금융기관들이 인지도가 낮은 중소건설사보다는 대형건설사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한 자금팀 관계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업에 참여하면서 재무적으로 탄탄한 건설사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며 "사실 대형건설사들이 대거 BTL사업에 참여한 상태라 지역 중소건설사들은 사업 수주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 중소건설사들은 BTL사업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잇따라 사업 불참을 선언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학교 공사나 하수관거 사업은 BTL사업에서 제외하거나 지역 중소건설사를 컨소시엄에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간투자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BTL사업이 개인 투자자를 위한 투자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BTL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공모형 인프라펀드(Infra-Fund)를 통한 간접투자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련법력이 미비해 인프라펀드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지금까지 고시된 BTL사업도 인프라펀드의 투자방식 등 명문화된 근거를 제시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에 증권사의 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담당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인프라펀드를 통한 BTL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부족해 현재로서는 관련 펀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BTL사업에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펀드에 대한 법적근거를 확실히 만들지 못하면 기관투자가들만 혜택을 보는 반쪽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정부가 구상한 대로 시중 부동자금을 끌어들여 BTL사업을 활성화하려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법적인 투자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종광 미래에셋증권 SOC사업팀장은 "BTL사업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개인투자자를 위한 법적인 투자장치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며 "또 BTL사업은 정부가 시설 임대료를 20년간 장기 분할상황하는 구조인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오랫동안 돈을 맡길 수 있도록 세제혜택 등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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