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요인으로 ‘금리 인상’이 첫손에 꼽혔다. 5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75%로 인상한 이후 연말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은 집값의 하방 요인으로 언급되지만 전문가 대다수는 하반기 집값의 향방을 상승 쪽으로 바라봤다. 규제 완화와 공급, 물가 등 다른 변수들이 집값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됐다.

5월 23일 조선비즈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8명은 ‘금리 인상’을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상 횟수·속도에 시장 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 전문가 9명은 하반기 집값이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손봐야 할 정책으로는 ‘임대차 3법’을 첫손에 꼽았다. 


“금리 인상, 여러 차례 있을 것”⋯연말 2.5% 전망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을 하반기 최대 변수로 지목한 배경으로 지난 몇 년간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빚투(빚을 내 투자)’ 현상을 지목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30~40대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는 295만5000명에 달한다. 30~40대 인구(1483만 명) 5명 중 1명꼴로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셈이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나 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주택 보유자가 집을 내놓거나 매수를 계획하던 사람도 결정을 미룰 수 있어서 금리 인상은 이론적으로 집값의 하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있어 변동금리부 차주의 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될 전망”이라며 “주택 구입에 적극성이 떨어지고,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려는 대기수요도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금리는 한 번 오르면 가파르게 오르는 습성이 있다”며 “영끌한 사람들이라든지 다주택자의 입장에서는 부담일 수 있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은 한두 차례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는 7·8·10·11월 등 총 네 차례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회의가 남은 만큼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5월 금리 인상 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5월을 포함한 7·8·10월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올라 연말에는 2.50%에 달할 것으로 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하반기 들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영끌·빚투는 신중히 해야 할 시기가 됐다”고 했다. 그 외에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공급’,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물가 상승’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부동산 ‘상승’에 전문가 9명 몰표…“1기 신도시·강남 주목”

전문가 10명 중 9명은 올 하반기 부동산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 폭은 ‘소폭’ 앞섰고, 지방과 서울 등 지역별로 양극화가 극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재건축을 중심으로 들썩이는 최근의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기울기가 높지 않은 우상향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며 “서울과 지방, 개발 지역과 그 외 등 지역별 차별화,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재개발·재건축 지역은 강보합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른 지역들은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있어 오른다, 내린다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 1명은 하반기 약보합을 예상했다. 함영진 랩장은 “금리 인상 부담 등으로 거래는 평년보다 낮은 상태로, 하반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 규제 완화 수위를 확인하려는 줄다리기 지속되고, 지방은 공급과잉이나 가격 고점 인식이 큰 편”이라고 했다.

하반기 주목해야 할 지역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이 ‘1기 신도시’를 지목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빠른 공급 확대를 위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으로 10만 가구를 공급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1기 신도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 외에도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 중인 강남 3구와 수도권 역세권, 3기 신도시도 언급됐다. 김덕례 실장은 “청년 세대가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3기 신도시 공공분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정책적 목적을 가진 공공주택으로 접근을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 70% “임대차 3법 보완 시급” 

부동산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손봐야 할 정책으로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신고제)’을 지목했다. 당장 시행 2년 차를 맞는 만큼 그 전에 최소한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 정부가 도입한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 이중 가격 형성과 월세 비중 확대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오는 8월이 되면 2년 전 계약갱신을 사용한 세입자가 당시에 4년치의 상승 폭을 감안한 보증금을 내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부담스러워진 상황에서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직방이 서울지역 확정일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의 월세 비중은 51.6%로 전세(48.4%) 비율을 넘어섰다.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김덕례 실장은 “한두 달 내에 시장으로 나오는 전월세 가구에 어떻게 대처할 건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폐지 여부를 논하는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임차인의 생활이 걸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물량이 적으니 작은 수급 불균형만으로 전셋값이 급등락한다”며 “전세 매물을 늘릴 수 있는 보완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 3명은 보유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을 언급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공시지가와 종부세율이 동시에 인상되면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왔다. 이 때문에 보유세 기산일(6월 1일) 전에 급매가 나오다가 이후에는 시장에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이 매년 반복됐고, 집주인들은 집값을 올리거나 월세로 걷어 세 부담을 충당하려 했다. 과도한 세 부담이 시장의 변동성과 불안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함영진 랩장은 “보유세제 인상에 대해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며 “공시가격, 보유세율, 보유세 과표 및 공정시장가액 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새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울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대는 만큼 공급 확대 로드맵을 빠른 시일 내 내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가장 먼저 하겠다고 했던 공급 확대 로드맵을 내놓고 추진 실적을 내야 시장에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