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 사진 연합뉴스
6월 1일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일대. 사진 연합뉴스

서울 압구정동 현대5차 전용면적 82.23㎡는 41억원(10층). 서울 서초동 삼풍아파트 전용 130.23㎡는 37억원(6층). 서울 강남 중대형 아파트가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로는 여전히 자금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로 봐도 그렇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의 5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금액은 총 9788억285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거래금액인 2957억2400만원보다 3.3배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거래 건수도 51건에서 158건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똘똘한 한 채가 여전히 인기가 있을 것인지를 둘러싸고는 이견이 있다. 최근 나오는 정책 방향이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2017년 이후 ‘똘똘한 한 채’라는 용어가 만들어지는 데 기여했던 정책이 하나둘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주택 수 아닌 가액으로 종합부동산세 산정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산정 기준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부세를 산정할 때 기준을 ‘보유 주택 수’에서 ‘총가액’으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다주택자는 1주택자보다 높은 종부세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구간이 3억원 이하일 때 1주택자 종부세율은 0.6%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종부세율은 1.2%다. 과세표준 3억~6억원인 경우엔 1주택자는 0.8%지만,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1.6%다.

이는 직접 살지 않는 집은 투자의 개념으로 가진 것이고, 이런 집은 팔아야 한다는 정책 방향이 담긴 세제다. 

그러나 조정대상지역이 서울과 인근 수도권 등지로 넓어지면서 일부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 12억원짜리 강남의 집 한 채(시가 24억원 이상)를 가진 사람은 1.2%의 세율로 종부세를 내는데, 경기도에 한 채, 서울에 집 한 채가 있어서 과세표준이 12억원이 된 2주택자의 세율은 2.2%를 내야 했다. 어떤 이들은 학교나 직장, 부모 봉양 등의 사유로 어쩔 수 없이 2주택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런 사연이 고려되지 않았고, 결국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세 부담 등을 없애겠다고 공약한 것과도 맥락이 같다. 이렇게 되면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이가 줄어들 수 있다. 똘똘한 한 채를 사두는 대신 주택 두 채 이상을 사둔 다음, 한 집에선 실거주하고 한 집에선 월세 수익을 누리는 식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반포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에는 은퇴하며 반포 집을 팔고 경기권 두 채를 산 다음, 한 채는 본인이 거주하고 한 채는 세를 받아 은퇴자금을 해결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종부세가 이렇게 바뀌면 다시 이런 방식으로 은퇴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2│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시사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점도 ‘똘똘한 한 채’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이다. 

최근 새 정부는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최고 40%까지 적용하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조정지역 내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 대다수가 조정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조정대상지역은 전체 44곳이다. 서울은 모두 포함되고 광명, 안양 만안·동안, 수원 장안·권선·영통, 화성 동탄, 용인 기흥 등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지역은 대부분 포함됐다. 그 밖에 대구 수성구와 세종시도 조정대상지역이다.

이는 수도권 소재 주택을 두 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들의 원성을 샀다. 예를 들어 수원 영통에 주택 두 채(합계 14억원)를 가진 다주택자와 서울 강남에 14억원짜리 집 한 채를 가진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가능액이 달랐다. 다주택자의 대출액은 0원, 서울 강남 1주택자의 대출액은 최고 4억1000만원(9억원까지 40%, 9억원 초과분 20%)이었다.

시중은행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기나 인천에 주택 두세 채를 갖고 있는 것보다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의 제대로 된 고가주택 하나를 갖고 있는 편이 대출 면에서나 세금 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졌다”면서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가 풀리면 이런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3│전용면적 59㎡ 이하 소형 빌라는 주택 수 합산에서 배제 검토

민간 임대 활성화 차원에서 검토되는 전용면적 59㎡ 이하의 소형 빌라나 오피스텔을 주택 수 합산에서 배제하는 안도 똘똘한 한 채 선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 방안을 검토했었다.

소형 주택은 주로 임대 수익을 누리기 위한 경우가 많고, 이런 집들이 주택 수 합산에서 배제될 경우 다주택자는 세금과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워진다. 소형 주택을 사들이는 다주택자가 늘면 자연히 임대 물량도 늘어난다. 오는 8월부터 예고된 전세난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똘똘한 한 채로 자금이 흐르면서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최근 정부는 다주택자가 주택을 시장에 매도할 수 있도록 다주택자에게 매겨지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 유예하기도 했다. 또 1주택자만 누리게끔 바꿔뒀던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 집값 상승기에 다주택자로 평가차익이 쏠리는 문제가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방은 서울보다 저렴한 주택도 많아서 다주택 합산에도 종부세 기준에 못 미치거나 조금만 내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집 가격은 차순위이고 보유주택 수가 많으면 적폐라고 여기며 지금까지 해왔던 규제 정책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또 그는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으면 정리하고 합쳐서 비싼 한 채를 사는 것이 이익인데 그에 맞는 상급지는 한정될 수밖에 없어 상급지 가격은 밀어 올리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양상이 된다”며 “강남 부동산을 잡으면 서울의 부동산 문제가 해결된다던 일각의 주장을 재고할 필요가 있는 지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