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거리의 패션 매장에 진열된 패딩 점퍼. 사진 연합뉴스
서울 명동 거리의 패션 매장에 진열된 패딩 점퍼. 사진 연합뉴스

사례 1│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매출이 급증한 온라인 패션 브랜드 ‘무신사’는 지난 7월 서울 강남에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 2호점을 열었다. 지난해 5월 홍대에 오픈한 1호점이 1년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넘기며 인기를 끌자 2호점을 연 것이다.


사례 2│
화장품 가게가 떠난 명동에는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나이키와 아이더가 각각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 후, 올해 4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애플스토어도 들어섰다. 연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추가 개점도 예정돼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기간, 공실률이 높아졌던 서울 주요 거리 상권에 플래그십 스토어와 신규 브랜드 매장 등이 들어서며 다시 활력이 돌고있다. 일정 기간만 점포를 운영한 뒤 철수하는 팝업 스토어 개점 사례도 늘면서 공실률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6대 거리 상권(명동, 강남, 홍대, 가로수길, 한남·이태원, 청담) 평균 공실률은 23.7%로, 전 분기(25.6%)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권별 공실률은 명동(52.5%), 강남(22.9%), 홍대(13.4%), 가로수길(28.7%), 한남·이태원(10.8%), 청담(14.0%) 등으로 나타났다. 강남을 제외하고 전 분기 대비 공실률이 모두 감소했고, 공실률이 증가한 강남도 증가 폭은 0.3%포인트 수준이었다.

명동에서는 매출 부진으로 폐점한 소형 브랜드 매장이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상권도 바뀌고 있다. 명동 중심 상권(유네스코길, 중앙길)이 아닌 대로변(남대문로)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애플스토어를 연 애플코리아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때 명동은 화장품 업종이 많이 입점했던 지역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화장품 브랜드가 잇따라 매장을 철수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2020년부터 명동에서 발생한 공실 중 약 56%가 화장품 업종이 입점했던 공간이었다. 화장품 매장이 철수한 자리를 나이키, 아이더 등 스포츠 브랜드가 채우면서 현재는 스포츠웨어가 명동의 핵심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명동 상권의 주요 업종 구성을 보면, 여전히 화장품이 16%로 가장 높지만 의류(10.3%)와 패션잡화(5.6%)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강남과 홍대에는 온라인 브랜드가 잇따라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공실을 활용한 팝업 스토어 개점도 늘고 있다. 홍대와 강남에 오프라인 매장 1·2호점을 연 무신사가 대표적이다. 우리은행과 무신사가 함께 연 혁신 점포 ‘원 레코드’도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홍대에 오픈했다. 특히 홍대입구역 대로변에 신축 빌딩이 늘어나면서 대로변에 대형 매장을 오픈하는 사례가 늘었다. 강남에도 넷플릭스와 하이트진로, 오뚜기, 레고 등 다양한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를 연 바 있다.

홍대의 주요 업종은 의류(14.9%)와 기타 서비스(13.3%), 카페(11.2%) 등으로 조사됐다. 팝업 스토어 개점이 늘면서 프랜차이즈 기반의 외식 업체가 줄고 패션 브랜드 입점 사례가 늘었다. 강남에는 의원(13.7%)과 의류(12.2%), 기타 도·소매(11.7%) 등 업종이 주로 입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남·이태원은 논픽션, 미닛뮤트, 에스프리 익스프리움 등 뷰티 및 패션 관련 브랜드들이 신규 매장을 열면서 2022년 들어 공실률이 감소했다. 현재는 ‘꼼데길’로 불리는 대로변을 따라 패션, F&B, 컬처 관련 매장이 모이고 있다. 과거 이 지역은 외식업과 소매점 비중이 높았는데, 패션 브랜드 입점 사례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의류점(18.7%)과 일반 음식점(13.6%), 카페(12.6%)의 비중이 높아졌다.


청담은 명품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상권이 활성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명품 업계 매출이 다소 부진했던 탓에 2019년 공실률은 20.8%까지 상승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14.0%로 하락했다. 특히 소매업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명품 관련 매출은 2020년과 2021년 모두 30% 이상 성장했다. 

청담은 명품 업종이 약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패션잡화와 의류점 등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펜데믹 이후 청담 상권에 전자제품 업종도 진출하면서 이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로 증가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전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종 변화가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는 6대 상권 신용카드 매출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서울 6대 거리 상권 지역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명동을 제외한 전 상권에서 매출이 상승 전환했다.

민간 소비도 회복하는 모습이다. 국내 민간 소비는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0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것이다. 특히 의류 및 신발, 오락, 스포츠 및 문화 등에서 감소 폭이 컸다. 그러나 2021년 들어 민간 소비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며 점진적으로 회복하고 있다. 

외국인 입국자 수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관광객은 22만771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6월부터 예방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해외 입국자의 격리를 면제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돼 있었지만 엔데믹(endemic·감염병 주기적 유행)과 함께 침체했던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면서 “거리 두기가 해제된 2022년 4월부터는 거리 상권이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과거에는 구상권, 즉 명동과 종로·인사동·북촌 위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면 요즘에는 이태원과 홍대 등 최근의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상권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더 들어올 경우 새로 형성된 상권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