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가 심화함에 따라 고금리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심화함에 따라 고금리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정책을 총괄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재테크를 어떻게 할까. 이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2012년 한국은행 총재 취임을 앞뒀던 그가 신고한 ‘2010~2012년 재산 변동 내역’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국은행 부총재였던 그의 총재산은 14억3571만원이었다.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은 저축은행 예금에 집중됐다. 그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7개 저축은행에 8개 계좌를 만들어 총 3억5530만원의 예금을 계좌당 평균 약 4441만원씩 분산 예치했다. 그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이자를 더 주면서도 안전성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상 원리금 보장 한도(5000만원)에 맞춰 분산 투자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 금융 전문가라고 봐도 무관한 중앙은행 총재도 시중은행에 비해 영세한 저축은행을 통해 재테크한 것이다.

현재 세계는 제로금리 시대로 향하고 있다. 제로금리란 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해 실질이자율이 0% 수준에 머무르는 현상을 뜻한다.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25% 인하해 연 2~2.25%로 낮췄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7개월 만이다. 호주·터키·브라질·인도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7월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 인하한 연 1.5%로 낮췄다.

미 월가에서는 연준이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월 12일(현지시각) CNBC 보도에 따르면 엘런 젠트너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다”라며 “연준이 지난달처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하향 조정한다면 내년까지 6차례, 총 1.5%포인트 금리 인하가 단행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연 2~2.25%인 기준금리가 0.5~0.75%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더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연 1%로 총 0.5%포인트 낮추고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 갈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는 연 0.75% 혹은 그 이하까지 낮아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은 투자자들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투자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국내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저축은행의 고금리 예·적금이다. 예·적금은 리스크가 적은 대신 소소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안전한 저축 상품이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반대로 저축은행은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

8월 14일 금리 정보가 집적된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 고시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고시에 따르면 저축은행 예·적금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평균 0.6%포인트 높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적금 평균 금리는 연 2.65%로 올해 4월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46%로 역시 꾸준한 오름세다.

정기예금은 목돈을 일정 기간 예치하고 만기에 원리금을 지급하는 보편적인 저축 상품이다. 개별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살펴보면 키움YES저축은행의 ‘SB톡톡 정기예금’의 금리는 최고 연 2.7%로 최근 4개월 새 0.5%포인트 올랐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스마트뱅킹 정기예금’과 JT친애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 금리도 각각 연 2.6%, 연 2.65%다. OK저축은행의 ‘OK안심정기예금’의 금리도 연 2.6%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2개월간 1개 고금리 정기예금 상품에만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예치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개별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는 연 3% 넘는 곳도 많다. 정기적금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고 만기일에 원리금을 지급받는 저축 상품이다.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마련하는 데 적합하다. 웰컴저축은행의 ‘첫 거래 우대 e정기적금’은 연 3.2%의 금리를 준다. 다만 높은 금리를 받으려면 이 저축은행과 첫 거래여야만 하는 등 금리 우대 조건에 제한이 있고, 월 불입 한도도 최대 30만원으로 묶여 있다. 이 밖에도 DB저축은행의 ‘드림빅정기적금(3.1%)’, CK저축은행의 ‘정기적금(3%)’, JT친애저축은행의 ‘JT쩜피플러스 정기적금(3%)’, 고려저축은행의 ‘응답하라 2030정기적금(3%)’, 유진저축은행의 ‘유진 퍼스트유 정기적금(3%)’, 조흥저축은행의 ‘정기적금(3%)’이 우대조건을 충족하면 연 3% 이상의 금리를 준다.


예대율 규제로 고금리 경쟁…소비자에게는 호재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는 와중에도 저축은행이 고금리 예·적금을 계속 판매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금융 당국이 내년부터 저축은행 업계에 도입하는 예대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예대율이란 금융회사가 보유한 대출잔액과 수신잔액의 비중을 뜻한다. 예대율이 100%라는 뜻은 대출잔액과 수신잔액 규모가 같다는 의미다. 예대율이 100%를 넘으면 대출잔액이 수신잔액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저축은행이 지금까지는 별다른 예대율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내년부터는 시중은행처럼 예대율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는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 이자 장사를 억제하기 위해 시행하는 조치다. 저축은행은 2020년부터 110%, 2021년부터 시중은행처럼 100% 이하로 예대율을 맞춰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도입 시 2020년 말까지 저축은행 업계에서 최대 2000억원 규모의 대출 감축 요인이 발생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저축은행은 내년부터 대출 영업을 통해 이자 장사를 하려면 올해 예금 규모를 확 늘려둬야 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 예대율 규제가 시행돼 예·적금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늘려둬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저축은행은 금리를 0.1%포인트만 높여도 고객이 쉽게 갈아타는 경향이 있어 연말까지는 저축은행 업계의 고금리 경쟁이 이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명한 호재다.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서 금리 손쉽게 확인

각 저축은행의 금리 현황은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의 ‘금리보기’ 코너를 활용하면 누구나 로그인 없이 모든 저축은행의 금리를 간편하게 체크할 수 있다. ‘금리보기’ 코너는 각 저축은행 영업점 소재지와 구체적인 우대금리 조건도 함께 소개한다. 서기수 한국대체자산운용 투자본부장은 “판매 한도와 기간이 주어지는 저축은행 특판 상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법상 1인당 1개 저축은행에서 이자를 포함해 5000만원 이하만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영업 악화로 문을 닫을 경우 5000만원을 초과한 원리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5000만원 이하의 금액을 7개 저축은행에 분산 투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