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방문한 삼성증권 강북금융센터점. 생애 처음으로 주식을 매수하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지점 곳곳에 ‘비대면 계좌 개설 관련 업무는 창구에서 담당하지 않는다. 고객센터(유선)로 문의해달라’고 쓰여 있었지만 “두 시간을 기다려도 고객센터와 연결이 안 된다”며 내점한 이들로 북적였다. 지점에서 만난 이모(65)씨는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만들어야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겨우 만들기는 했는데, 제대로 만든 건지 궁금해서 물어보려고 왔다”고 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 투자 열기, 특히 삼성전자 매수 열기가 뜨겁다. 10대와 20대는 물론이고 60대 이상 고령자의 관심도 높다. 직장인도 자영업자도 수시로 주식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 투자자가 외국인의 거센 매도를 막아내며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올해 들어 3월 26일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9조811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2조885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매입 규모는 9조1100억원으로, 전체 유가증권시장 매입금액의 45%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는 3월 6일 기준으로 활동계좌 수가 3000만 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일부 증권사는 최근 하루에 개설되는 신규 계좌 수가 지난해 한 달 평균 개설 수와 똑같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는 안 좋은 징후로 통한다. 고점이거나 아직 바닥이 멀었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자금이 끊이지 않고 쏟아져 들어오면서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3월 24~26일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이미 개인의 승리로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개인의 주식 투자가 매번 실패였던 것은 사실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하락장은 총 3번 있었다.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유럽 재정위기, 2018년 10월 미국 국채 2년물·10년물 금리 역전 가능성에 따른 리세션(경기침체) 우려감, 그리고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다.

앞서 있었던 두 번의 사례를 보자. 2011년 당시 코스피지수는 2200에서 1600선까지 밀렸다. 당시 개인은 1800선이 될 때까지는 꾸역꾸역 매수 기조를 이어 갔다. 그러다가 9월 16일 1조1035억원을 팔았고, 이후로도 20~21일 6000억원, 26~30일 1조3000억원을 더 판 이후 지수는 바닥을 찍었다. 3차 투매가 있었던 9월 26일이 당시 최저점(1644.11)을 기록했던 날이다.

2018년 10월에도 개인은 코스피지수가 2355에서 2100선까지 무너질 때는 매일 사더니, 2060선까지 밀린 10월 24일 처음 팔기 시작해 2000선이 붕괴된 10월 마지막 주에는 일주일 누적 매도 금액이 1조원을 넘었다. 이후 지수는 서서히 상승으로 돌아섰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2019년에는 상승장을 맞이했다.

개인이 바닥에서 대량으로 파는 것은 반대매매 때문이다. 빚을 내면서 겨우 버티다가 막판에 허물어지고, 외국인이 이 매물을 고스란히 소화한 이후에야 상승하는 것이다. 당시 한 증권사는 대표이사가 긴급회의를 소집했는데, 회의 주제가 ‘개인이 계속 당하면 주식시장을 떠날 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 또한 위기다. 개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고 한다.


“그래도 이번엔 다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자금 규모가 다르다. 코스닥시장만 놓고 보면 3월 19~20일 개인 매매 패턴이 순매도로 돌아서는 등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가증권시장에는 돈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개인 예탁금이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예치금액도 상당하다. 3월 25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41조4359억원, CMA 잔고는 51조9359억원으로 총합이 93조원 이상이다. 올해 들어 그렇게 많이 샀는데, 최근 5년간 평균 잔고보다 24조원 이상 많다.

사는 종목도 달라졌다. 테마주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사고 있다. 최근 5년간 개인이 조 단위로 주식을 신규 매수했던 것은 2015년 바이오주 투자 열기와 2018년 6월 대북주 투자 열기 때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당시와 달리 실적이 확실히 뒷받침되는 우량주 위주로 매집하고 있다. 최근 우량주는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스마트한 투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당시인 1997년 하반기, 급락장에서 개인이 2조5858억원 순매수했다가 이듬해 지수가 더블이 된 이후 수익을 내고 빠져나간 적이 있다”면서 “개미가 필패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어렵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 유입된 신규 개미들이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견딜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일단 개인 순매수는 절대로 증시 상승의 동력이 되지 못한다. 개미를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개인 투자자는 호가를 끌어올리면서 매수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자금 규모가 큰 외국인이나 기관만 호가를 2~3단계씩 뛰어넘기는 식으로 대량 순매수한다. 이러다 보니 개인 순매수가 잡히는 시점은 증시에 상승 동력이 부족한 때라고 봐도 된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지수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개인이 버텨야 한다. 순매수해놓은 주식을 저가에 팔지 않고 쥐고 있어야 외국인이 어쩔 수 없이 비싸게 매수하고, 그래야만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그런데 투자 경험이 적은, 최근에 유입된 초짜 개인이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주식투자 ETF로 시작하라’ ‘주식투자 리스타트’ 등을 쓴 의사 출신 개인 투자자 systrader79는 자신의 블로그에 “과거 하락장 때 데이터를 모두 취합해보면, 하락이 진행되는 와중에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순매수한 뒤 1년 보유한 경우에도 연 환산 평균 수익률이 1.96%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사지 말라는 건 아니고, 폭락했다고 해서 매수한 뒤 버티면 무조건 수익이 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