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모니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이승문(58)씨는 지난해 6월 미국의 대표 배당주인 ‘글로벌 넷 리스(GNL)’에 투자했다. 1주당 22달러로 4500주를 산 그는 매달 배당금 900달러(약 100만원)를 받는다. 이 회사가 매월 주당 0.2달러의 배당금을 나눠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1000만원 이상의 배당수익을 올리는 이씨가 투자한 돈은 1억1000만원가량이다. 1년간 수익률은 10% 안팎이다. 고정된 수입이 없는 이씨에게 매달 나눠서 주는 배당금은 고마운 용돈이다.

주부 김성은(가명)씨는 지난해 7월 890만원을 투자해 LG화학 주식 32주(주당 매입가 27만원)를 샀다. 김씨가 6개월 동안(2017년 7~12월) 이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지난해 결산 배당으로 받은 배당금은 19만2000원(주당 6000원). 배당금만으로 연 이자율을 따지면 4%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1%대에 머물고 있는 은행 예금금리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LG화학의 주가가 현재 33만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주식을 팔면 주가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 김씨는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한 건데 생각지 않은 배당까지 나와 소액이지만 쏠쏠한 재미를 봤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이 한 해 동안의 이익을 결산하고 배당금 책정에 들어가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잘만 골라 투자하면 연말 배당수익과 주가상승의 일석이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씨처럼 국내 기업들보다 자주 배당하는 미국 배당주들까지 활용하면 매달 연금처럼 배당금을 받을 수도 있어 은퇴를 앞둔 직장인들의 노후대책으로도 유용하다.

지금은 국내·외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같은 투자금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할 기회다. 이 때문에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주당 배당금은 매년 큰 변동이 없기 때문에 주가가 낮으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사서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다. 유망한 국내·외 배당주는 어떤 것이고 성공적인 배당주 투자를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1│1년에 2번? 매달 배당받는 법도 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배당금을 주는 주식들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12월 결산을 하는데 결산 전에 주식을 소유한 주주들에게만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그해 주식시장의 마지막 거래일을 배당기준일로 정해서 이날을 기준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배당금을 받으려면 배당기준일 2거래일 전까지 주식을 사야 한다. 그 이유는 주식 매수 주문을 하고 거래가 체결되더라도 2거래일이 지나야 현금 결제가 이뤄지고 소유권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주식시장이 열리는 마지막 날인 12월 28일이 배당기준일이고 2거래일 전은 12월 26일이다. 올해 연말 배당금을 받으려면 12월 26일까지는 주식을 사야 하는 셈이다. 연말까지 주식을 사면 내년 상반기(보통 3월 전후)에 배당금이 지급된다. 기업이 상반기(1~6월 말) 결산에 대해 중간배당을 할 경우에는 하반기인 10~11월에 배당금이 한 번 더 지급된다. 단, 이 중간배당을 받으려면 해당 주식을 6월 말까지 보유해야만 한다.

배당금을 좀 더 자주 받을 수는 없을까? 국내 기업들은 많아야 1년에 2번(상·하반기) 배당한다. 하지만 매달 배당금을 받는 방법도 있다. 매분기나 매월 배당하는 미국 기업들의 주식으로 분산투자하면 된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1월, 4월, 7월, 10월에 배당한다. 또 통신회사 AT&T는 2월, 5월, 8월, 10월에,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3월, 6월, 9월, 12월에 배당한다. 결국 이 3개의 회사에 분산투자하면 1월부터 12월까지 11월을 제외하고 매달 배당금을 달러화로 받을 수 있다. 또 글로벌 넷 리스처럼 아예 매달 배당금을 나눠서 주는 곳도 있다.

미국 기업 배당률(주가에 대한 배당금의 비율)은 평균 4~5%, 많게는 6%가 넘는 회사들도 있다. 1만원짜리 주식은 400~600원이 배당금으로 제공된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엑손모빌의 올해 배당수익률은 4.0%, 코카콜라는 3.4%, 과학기술기업 머크(Merck)는 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분기 미국 기업들의 배당금은 전년 동기보다 4.5% 늘어난 1171억달러(약 133조3700억원)를 기록했다.

김재준 NH투자증권 WM사업부 대표는 “국내 기업보다 미국 기업의 배당 횟수와 금액이 훨씬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태”라고 했다.


2│안 쓸 수 없는 상품 파는 기업을 골라라

그렇다면 배당주에 투자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기업을 골라야 할까? 전문가들은 “경기상황과 관계없이 안 쓰고 살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이 높은 배당을 약속하는 회사들”이라고 조언한다. 휴대전화 통신서비스 회사나 정유회사가 대표적이다.

이런 회사들은 아무리 경기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소비가 줄어도 매년 일정 수준의 순이익을 낸다. 그리고 이 수익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배당금을 제공한다.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에서 최근 유망한 국내 배당주 종목 다섯 개(SK텔레콤·S-Oil·기업은행·강원랜드·GS홈쇼핑)를 제시했는데 그중 SK텔레콤과 S-Oil이 꼽힌 것도 통신과 정유가 필수 소비재에 속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서도 통신회사인 AT&T와 정유회사인 엑손모빌은 대표적 배당주로 꼽힌다.

특히 S-Oil의 배당성향(순이익에서 배당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55%에 달해 배당주들 사이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배당성향이 55%라는 것은 S-Oil이 전체 이익의 55%를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제공한다는 뜻이다. 배당성향이 20~40%대만 돼도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으로 분류된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글로벌 경기 전반에 불투명성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에 배당을 꾸준히 지급했던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국내 산업에서는 과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통신이나 정유산업을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3│종목 자신 없으면 ‘배당주 펀드’

제대로 된 배당주 선택에 자신이 없는 투자자는 지금까지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여준 배당주 펀드로 눈을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높은 배당을 하는 주식들만 모아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는 신영증권의 신영밸류고배당과 베어링자산운용의 베어링고배당펀드 등을 대표적인 배당주 펀드로 추천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60개 배당주 펀드에 최근 3개월간 432억원이 순유입됐다.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올해 들어 이달 중순까지 7788억원의 돈이 순유출됐지만 같은 기간 배당주 펀드는 743억원이 순유입됐다. 알짜 배당주들만 모아놓은 펀드에는 투자자들의 자산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