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금융, 교육 분야 기업이 NFT와 메타버스 관련 계획을 언급만 해도 기업 몸값부터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등급이 달라지는 추세다. 사진 셔터스톡
게임사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금융, 교육 분야 기업이 NFT와 메타버스 관련 계획을 언급만 해도 기업 몸값부터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등급이 달라지는 추세다. 사진 셔터스톡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엄여진 쿼드자산운용 PEF운용본부 매니저
연세대 경영학, 전 신영증권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와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의 인기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NFT는 일종의 데이터 인증 기술로, 고유성과 희소성을 지닌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인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적 및 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말한다.

대략적인 설명만 들어서는 개념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NFT와 메타버스는 최근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가 됐다. 어느 종목이든 이 두 키워드만 들어가면 주가가 폭등한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월 실적 발표에서 NFT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만 했는데도 주가는 상한가로 직행했다. 그동안 ‘블레이드 앤 소울2’ 흥행 실패와 실적 부진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주가는 NFT 한 방으로 꽤 회복됐다. 심지어 NFT 내용을 발표하기 불과 2개월 전에 회사가 1800억원에 이르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때 시장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폭발적이었던 NFT 효과가 더욱 극명히 드러난 셈이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상장기업이 메타버스와 엮일 수 있다는 기대감만 있다면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한다.

이런 예만 봐도 NFT와 메타버스에 관한 시장 기대치가 매우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게임사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금융, 교육 분야 기업이 NFT와 메타버스 관련 계획을 언급만 해도 기업 몸값부터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등급이 달라지는 추세다. 가상 사업이 이제는 명실상부한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이다.


가상자산 투자도 위험 분산해야

아직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가 있다면 그들의 고민은 이제부터일 것이다. 관련 분야에 투자를 안 하자니 뒤처지는 것 같고 막상 투자하자니 불안한 좌고우면(左顧右眄)의 상황이다. 너도나도 NFT와 메타버스에 뛰어드는 요즘, 가상자산과 관련된 포트폴리오가 없는 투자자는 ‘나만 느린 것 아닌가’ 하며 불안해한다. 스스로가 소위 ‘꼰대’가 돼버린 건 아닌지 조바심까지 든다. 친구의 친구가 가상자산으로 크게 돈을 번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린다. 설마 했던 연기금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래, 투자하자’며 마음을 먹어도 리스크(위험)가 발목을 잡는다. 미래 먹거리라는 확신이 들어도 일반적인 투자 관점에서 신생 기술 단계에서의 투자는 생각보다 예상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많은 탓이다. 가령 어느 산업이든 간에 기술이 실현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게 되면 정부 규제가 생기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러있던 블록체인 산업도 규제의 칼날을 피할 수 없는 게 될 것이다.

실제로 12월 13일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돈을 벌며 게임을 하는 국내 첫 P2E(Play to Earn) 게임인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관해 등급분류 결정 취소 판정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게임 섹터의 여러 대표적인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앞으로도 규제 당국은 P2E 게임을 시장에서 퇴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장은 규제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가상자산 투자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주식만 투자하는 사람이라도 부동산과 채권 등 다른 자산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특히 가상자산이 최근과 같은 수익률을 계속 낸다고 가정한다면, 높은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가상자산을 최소한으로라도 포함해야 리스크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가상자산 펀드나 관련성 큰 기업 주식에 투자하라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상자산 투자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다. 또 일반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불확실하고 제도가 미비해 투자가 쉽지 않다. 따라서 가상자산 투자가 아직 꺼려지는 투자자라면 가상자산과 관련된 펀드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찾아보면 국내외에서 가상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이 꽤 여러 개 있다.

우선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에 돈을 넣는 방법이 있다. 아직 국내에는 가상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는 없지만 해외에는 있다. 이마저도 미국 증시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없고 비트코인 선물 ETF가 유일하다.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롤오버(차월물 재투자)에 따른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상자산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으로 가상자산 노출도가 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주식을 사는 방법이 있다. 회사 전체 자산에서 비트코인 비중이 매우 커서 시장에서 ‘사실상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들이 있다. 이 밖에도 암호화폐 채굴 및 채굴 지원 서비스 회사와 가상자산을 활용한 거래·송금·대출·중개 서비스 비중이 높은 회사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만약 기업을 고르는 것이 어렵다면 암호화폐 노출도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블록체인 ETF에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거 블록체인 투자를 내세운 ETF들은 블록체인에 필요한 반도체나 클라우드 기업 등 암호화폐와 큰 관련이 없는 디지털 금융거래 관련된 기업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출시된 블록체인 ETF는 비트코인 채굴기업과 가상자산 거래소 등 가상자산에 직접 노출된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다.

가상자산 관련 사업 비중이 아직 크지 않으나 앞으로 가상자산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큰 사업을 적극 준비하고 있는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기존 금융 관련 회사나 게임 회사가 대표적이다. 금융 관련 회사는 기존 IT(정보기술)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사업으로 가상자산 사업을 확대하기도 한다. 넓은 고객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 일환으로 자체 페이를 출시하는 등 향후 가상자산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게임과 콘텐츠 회사 중에서는 게임 운영 경험을 통해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을 초기 선점할 수 있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P2E와 메타버스, NFT 수혜주들이나 스포츠 영역의 NFT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들이 그 예다.

현시점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두고 이렇다 하는 정답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가상자산은 더 이상 기존 금융업의 경쟁 산업이 아닌, 투자 자산으로서 인식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 NFT를 통해 가상자산이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점차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회사도 가상자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산업과도 활발히 접목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투자 자산으로서의 가상자산 매력은 더 다양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