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근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 한 곳이 임차인을 찾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수도권 인근에 들어선 지식산업센터 한 곳이 임차인을 찾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집값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의 인기도 입지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지식산업센터가 급매로 나오면서 분양가보다 낮게 매매되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가 이뤄지는 실정이다. 반면 서울 성수동 등 인기 지역의 지식산업센터는 매물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곳에서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수도권 외곽에선 ‘마피’여도 매도 쉽지 않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지식산업센터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경기도 수원시 T지식산업센터의 기숙사 한 곳(호실)은 최근 분양가보다 10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고 있다. 경기도 김포시의 S지식산업센터에서는 분양가보다 2000만원 낮은 값으로 급매물이 나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지식산업센터의 인기가 수도권부터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이 편리하지 않은 곳일수록 그렇다. 지하철역에서 10분 이상 떨어진 지식산업센터는 절반 정도가 공실인 경우도 있다. 평택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을 받아 지식산업센터를 산 사람의 경우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거의 매물로 내놓고 있다”면서 “공급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임대가 쉽지 않은 데다 파는 것은 더 어렵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지식산업센터가 공급과잉 상태라고 보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10년 전국 481곳에 불과했던 지식산업센터는 2022년 3월 1333곳으로 세 배가 됐다. 지식산업센터는 주택과 달리 분양가의 70~90%까지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저금리 시대 투자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고 우후죽순 들어선 것이다.

지식산업센터 매도를 희망하는 한 투자자는 “금리 3%로 대출해 지식산업센터를 사면서 임대 수익률 5%를 기대했는데, 대출금리가 5%대로 오르게 생긴 데다 임대는 안 되니 결국 매도를 결정했다”면서 “건물 공실률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이라 채워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유니콘 몰려오니 중기는 밀려나”

하지만 모든 지식산업센터의 상황이 이런 것은 아니다. 여전히 뜨거운 곳도 있다. 서울 성수동의 지식산업센터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중 3.3㎡당 가격이 가장 높은 다섯 곳은 전부 서울 성수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였다. 성수동의 생각공장 데시앙플렉스는 지난 1월 3.3㎡당 3299만원에, 서울숲 엘타워는 2월 3.3㎡당 2973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에이스하이앤드 성수타워는 작년 12월에 3.3㎡당 2900만원, 서울숲 비즈포레는 올 4월에 3.3㎡당 2897만원에 매매됐다.

성수동이 뜨는 이유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과 벤처캐피털(VC)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패션 유니콘 무신사가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고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와 동영상 후기 서비스 스타트업 인덴트코퍼레이션도 지난해 성수동 신사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니콘 쏘카나 게임사 크래프톤도 성수동에 자리 잡았다. 인재 확보 등을 위해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핫플레이스로 여겨지는 성수동에 자리 잡는 편이 낫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자금력 갖춘 유니콘이 밀려오다 보니 지식산업센터의 임대료도 올랐다. 최근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임대료는 전용면적 65㎡짜리의 경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30만~140만원 수준이다. 성수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단독주택들이 공용 오피스나 지식산업센터로 속속 바뀌고 있어 임차료가 두 배는 올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성수동을 채우고 있던 중소 무역회사 등은 경기도 외곽으로 옮겨가야 하는 처지다.

개발 업계에서는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적정 분양가로 3.3㎡당 4000만원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