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시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월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시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2월 마지막 주(2월 24~28일) 미국 증시는 굴욕의 시간을 보냈다. 다우 지수가 130년 역사상 가장 큰 폭(포인트 기준)으로 떨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3대 지수 모두 12%가량 하락했다. 글로벌 주요 지수 중 3대 지수가 나란히 낙폭 상위 1~3위를 차지했다.

공포 지수인 미국 VIX 지수는 전주보다 두 배 이상 급등해 40.11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 재정 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2015년 중국 위안화 절하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증시 하락 이유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과 IT 밸류체인 붕괴 우려감, 월가와 기업에 부정적인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대선 후보 약진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이 끊임없이 미국 증시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주식을 여기서 내려놓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지금부터 순차적으로 분할 매수해야 한다. 다우 지수가 3월 2일(현지시각) 5% 급반등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미국 증시는 저력이 있다.


미국 주식이 좋은 여섯 가지 이유

미국 증시의 첫 번째 장점은 종목 구성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대표 종목이라고 해봐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두 종목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그마저도 IT 밸류체인의 제일 하단에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은 ‘전자 산업의 쌀’이라고 하지만, 사람은 쌀만 먹고는 살 수 없다. D램을 선도 업종이라고 분류하기는 무리가 있다.

반면 미국은 이른바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만 있는 것 같으면서도 다양한 신성장 기업이 각계에 포진해 있다. 스타벅스 같은 소비재만 하더라도 한국과 달리 전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아직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 문화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는 전 세계 동심을 꽉 잡고 있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이종 산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전 세계 상당수 기업이 현상 유지에 허덕대는 사이 미국 대표 기업들은 100년, 200년 뒤를 설계하고 있다.

두 번째는 나라 자체의 성장성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훨씬 젊은 나라다. 미국은 합계 출산율(2018년 기준)이 1.77명으로 한국(0.98명)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5명)보다도 높다. 여기에다 전 세계에서 양질의 우수한 젊은 인력이 쏟아져 들어가고 있다. OECD는 미국 인구가 2050년까지 2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주민이 많다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게 된다는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규제도 비교적 덜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토양이 형성돼 있다.

세 번째는 영어다. 초연결 사회에 온 국민이 영어를 쓴다는 점은 엄청난 매력 요인이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 잘 만들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의 비영어권 독자가 매해 수십%씩 성장하는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네 번째는 전 세계인이 미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S&P500 지수는 지난 60년 동안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저점이라고 판단하면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가 미국으로 몰려간다. 외국인이 팔면 받아줄 주체가 없는 한국 증시와는 태생적으로 다른 환경이다.

다섯 번째는 미국 증시는 정치인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및 금융권 관계자 등이 애정 어린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인의 노후는 미국 주식시장에 달려 있다. 모든 퇴직연금과 공적 연금이 주식시장에 들어가 있어 정치인이 방치할 수 없는 분위기다. 비록 효과는 없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3월 3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50bp(0.5%포인트)나 인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준은 3월 18일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서 금리 인하에 나섰다.

미국 시장의 여섯 번째 장점은 달러화로 투자한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가 휘청일 때 달러화는 안전 자산 취급받으며 원화보다 가치가 상승한다. 설령 미국 증시는 하락한다고 해도 우리 손에는 달러화가 쥐어져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투자처인 셈이다.

물론 미국 증시는 비싸다. 주가이익비율(PER)이 17배로, 한국 증시의 두 배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다시 상승장이 열린다면, 미국만큼 오르는 시장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과세 방식 유념…연금 계좌로 매수 추천

최근 주요 증권사는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 캠페인을 내걸고 있다. 그런데 미국 주식의 경우 거래 수수료보다 중요한 것이 환전 수수료다. 거래 수수료는 받지 않는 대신 환전 수수료는 대폭 높인 곳이 있어 꼼꼼히 따져보고 증권사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 주식 투자의 또 다른 특징은 수익 250만원까지는 비과세이지만, 이를 넘으면 22%를 과세한다는 점이다. 또 수익금이 2000만원을 넘으면 이 수익금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으로 분류된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수익금을 계산해 이듬해 5월 종합소득세를 직접 신고해야 하는 것도 국내 주식과는 다른 특징이다.

이 때문에 추천하고 싶은 것은 개인연금 계좌나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 계좌를 통해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나 미국 증권형 펀드를 매입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해외 ETF를 매매하면 차익의 15.4%를 세금으로 떼는데, 개인연금 계좌나 IRP 계좌는 55세 이상 연금 수령 시기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만큼 과세가 이연된다. 추후 연금을 받을 때 3.3~5.5%의 연금 소득세만 납부할 뿐이다. 즉, 투자금을 당장 되찾아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연금 계좌를 통해 매수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미국 ETF나 펀드를 선택할 땐 환헤지(환율변동 회피전략)를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앞에 언급했듯 환 노출형 상품은 금융위기 시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손실을 줄여준다. 환헤지 상품은 헤지 수수료를 따로 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ETF나 펀드에 (H)가 붙은 상품은 환헤지를 하는 것이다. 환 노출형 상품을 선택해 장기 매수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최근의 미국 증시 급락장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