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사진 조선일보 DB
왼쪽부터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사진 조선일보 DB

국내 포털 1위 업체 네이버가 5월 말 ‘네이버통장’을 출시한다고 선포하면서 금융 플랫폼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까지 금융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간 시장 쟁탈전이 열릴 전망이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경쟁력을 앞세워 일찌감치 금융시장 공략에 나선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까지 안정적인 금융 라인업을 갖췄다. 3년 남짓한 시간에 12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며 금융시장 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올해 들어서도 이익 폭을 키우고 있다.

네이버는 애초 카카오보다 신중한 입장이었다. 금융권에서 카카오의 행보를 지켜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 채비를 갖췄다. 네이버의 금융시장 공략을 위한 선봉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맡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네이버에서 네이버페이 사업 부문이 분사돼 설립된 독립 법인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증권 업계 자기 자본 기준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네이버통장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금융시장 진출 본격화를 세 가지 관전 포인트로 정리했다.


관전 포인트 1│‘플랫폼의 힘’ 먼저 증명한 강적 카카오

가장 큰 관심사는 네이버가 선발 주자 카카오를 넘어설 수 있을지 여부다. 카카오는 온라인 및 모바일 플랫폼의 힘이 금융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출발한 카카오뱅크는 편리함을 앞세워 1200만 명의 고객을 확보,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두꺼운 주거래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던 시중 은행들도 이제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세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금융 플랫폼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사실은 실적으로 증명된다.

카카오뱅크가 5월 6일 발표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3% 급증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 첫 흑자를 달성한 바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4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익을 통해 주요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가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라고 자평했다.

카카오뱅크 고속 성장의 비결은 12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익숙한 가입자들의 예금과 대출 수요가 기존 은행에서 점차 카카오뱅크로 이동하면서 카카오뱅크의 운용 자금 규모도 급증했다.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한 2017년 4조원대를 기록했던 대출 규모는 1분기 말 현재 16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카카오뱅크의 막강한 영향력에 주목한 증권사와 카드사들은 앞다퉈 카카오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부터 카카오뱅크를 통한 주식 계좌 개설 서비스를 시작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2월부터 카카오뱅크 연계 주식 계좌 개설에 나섰다. 카드사들도 카카오뱅크와 사업 협력에 나섰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삼성카드, 씨티카드는 최근 카카오뱅크 제휴 신용카드를 각각 선보였다. 네이버로서는 강력한 선발 경쟁사를 둔 셈이다.


관전 포인트 2│데이터는 우리가 최다…경쟁력으로 증명될까

네이버는 카카오보다 한발 늦게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그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금융 사업을 주도할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은 미래에셋대우의 시장 경쟁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3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는 인터넷 검색 시장 1위 사업자로, 대다수 상품과 서비스의 인터넷 및 모바일 검색이 네이버를 통해 이뤄진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금융 상품과 서비스 역시 네이버를 통해 검색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을 통한 상품 및 서비스 연계에 있어 네이버의 경쟁력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장 먼저 선보이는 금융 상품은 네이버통장이다. 네이버통장은 미래에셋대우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형태다. CMA의 장점을 살려 예치금에 따른 수익뿐 아니라,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면 포인트 적립까지 얻을 수 있는 비대면 금융 상품이다. 네이버통장 가입자들은 네이버페이 전월 결제 실적을 기준으로 최대 연 3%(100만원 이내, 세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전월 네이버페이 결제 실적이 월 10만원 이상이면 연 3%, 월 10만원 미만이면 연 1% 수익률이 적용된다. 주목할 부분은 네이버페이와 연동이다. 네이버통장으로 페이 포인트를 충전한 후 네이버쇼핑과 예약, 디지털 콘텐츠 구매 등을 포함한 각종 결제처에서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경우, 결제 금액의 최대 3%까지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네이버페이를 자주 이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네이버통장을 이용하면, 연 3%의 수익률과 3%의 포인트 적립을 동시에 누릴 수 있게 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우선 네이버통장을 앞세워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을 강화하고, 커머스와 금융을 연결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력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4월 23일 기업설명회에서 “이용자 혜택을 강화한 네이버통장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투자 상품, 보험, 예·적금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전 포인트 3│파격적 혜택 어디까지 이어질까

네이버통장 출현에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건은 파격적인 혜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초반 마케팅을 위해 고금리 등 혜택을 제공하지만, 초저금리 상황에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10월 네이버파이낸셜 설립을 앞두고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네이버가 초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하지만,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가 적은 플랫폼 업체들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 파격적인 고금리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예대마진을 기본 수익원으로 하는 금융업의 특성상 네이버에는 대출 기능이 없어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lus Point

‘개점 휴업’ 케이뱅크도 자본 확충 길 열려

자본 확충에 실패해 1년 넘게 대출 영업을 중단하며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국내 1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는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 은행법)’ 개정안이 4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케이뱅크는 곧 KT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한 우회 증자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출시로 재도약 기회를 잡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케이뱅크는 현재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위한 막바지 테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대출은 현재 소액 대출에 치중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