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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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백신 접종과 함께 끝날 줄 알았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도 여전하고, 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기도 식지 않았다. 영리해진 투자자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원자재·외환 등으로 도전의 무대를 넓혔다. 올해 남은 기간 주요 투자 분야 전망은 어떨까. ‘이코노미조선’이 각 섹터 전문가들에게 투자 조언을 구했다.


주식│중소형주·고배당주·저민감주 긍정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 “국내 증시의 투자 전략으로는 우선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를 추천한다. 경기 사이클과 수출액 증감률, 장단기 금리 차의 하락 전환, 달러화 강세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중소형주가 선전할 수 있는 환경이다. 콘택트·서비스 관련 주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이미 상당수 콘택트 관련 주가 수준이 기대감의 선반영으로 부담스러워졌다. 호텔·레저와 화장품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본다.

테이퍼링(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것) 등 대외 변수에 민감도가 낮은 업종에 대한 관심도 제안한다. 테이퍼링 이슈가 부각된 2013~2014년의 주가 흐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당시 업종별 수익률을 보면 대외 변수에 덜 민감한 업종이 강세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물가 상승기에는 상대적으로 가치 변동이 적은 자산을 선호한다. 증시에서는 고배당주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은행 업종의 배당 수익률이 5% 안팎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코스피지수 범위는 2700~3350을 제시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투자 환경을 점검할 때는 각종 이슈가 일정한 추세를 갖는 ‘상수’로서 역할을 하는지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변수’로 변동성을 만드는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1년 동안은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상황과 시장 친화적인 부양책이 상수로 자리 잡아 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 올해 하반기에는 상반기까지 변수였던 인플레이션이 상수로 자리를 옮겨 경기 확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중앙은행의 유동성 회수가 논의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성격이 ‘비용 인상(cost-push)’이냐 ‘수요 견인(demand-pull)’이냐에 따라 신경 써야 할 이슈는 달라질 수 있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구매력 저하를 조정해야 한다. 특히 원료·에너지 비용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의 세수 정책 변화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은 총수요가 증가한 경우를 뜻한다. 이때는 빠른 공급 확대가 필요하고,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려야 한다. 마켓 이슈가 교역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10년 전보다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이 가동된 만큼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는 높다고 생각한다. 2021년 하반기뿐 아니라 2022년 주식 시장은 PBR(주가순자산비율) 1.2배를 기준으로 등락하며, 경제 회복과 유사한 속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를 3050~3450으로 제시한다.”


채권│크레디트채권·장기채 긍정

김기명·허영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신용평가사들의 회사채 정기 평정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올해 회사채 정기 평정 결과를 한마디로 평가하면 ‘큰 폭의 등급 상향 우위 기조’라고 할 수 있다.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진 철강, 의외의 팬데믹 특수를 누린 PP(폴리프로필렌)·PE(폴리에틸렌) 등 일부 석유화학, 건설, 비금속 광물, 반도체, 디스플레이, 중소형 증권·캐피털 등의 업종에서 등급 내지 등급 전망 상향 기조가 나타났다. 지난해 정기 평정 결과와는 180도 바뀌어 올해 크레디트채권 투자는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고민거리가 별로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 “원화 중단기물은 7~8월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10년 이상 장기물 영역에서는 적극적인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던 미국 6월 고용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 금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율(BEI), 달러화가 모두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보다는 성장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장기물은 물론 미 장기채 수급도 우호적이다. 천문학적인 역RP(역환매조건부채권·중앙은행이 되판다는 조건을 달아 은행의 채권을 사들이는 것) 증가와 부채 한도 부활을 앞둔 단기재정증권(T bill) 공급 감소는 현금 운용자가 운용할 자산의 듀레이션(투자금의 평균 회수 기간)을 확대하도록 강제할 것이다. 즉 민간과 MMF(머니마켓펀드) 등은 자금을 묻어둘 곳을 못 찾고 불가피하게 장기 미 국채 매수로 내몰린다.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한 은행 규제 완화 움직임 또한 장기채 수요 증가 요인이다.”


원자재│구리 긍정, 금 부정, 유가 상승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 “구리는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가격 상승 요인이 존재한다. 글로벌 정련 구리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친환경 정책과 인프라 재건 등으로 선진국의 신규 정련 구리 수요가 부각되며 가격 상승에 기여할 전망이다. 공급은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광산 프로젝트들이 재가동될 전망이나 코로나19에 기인한 간헐적인 생산 차질 우려, 칠레 광산 파업과 페루 대선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가의 경우 현 수준은 다소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 유가 상승세는 유효할 것이다. 연말로 갈수록 원유 시장은 안정적인 수급 균형을 이룰 것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인 가운데 북미·유로존의 백신 공급 가속화에 힘입어 수요 개선, 순차적인 재고 감소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귀금속 투자 매력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년 동안 금 가격 강세를 견인한 매크로 요소가 약해졌고, 미국 통화 정책의 기류가 변했으며,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귀금속 자산 중에서는 글로벌 경기 흐름에 동조화될 수 있는 은을 선호한다.”


환율│달러화 강세 예상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아직 달러화 약세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도 2023년까지 1000원대 중반의 완만한 하락을 예상한다. 그러나 이는 환율 컨센서스가 미국 테이퍼링 등 최근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달러화 강세 기대감이 점차 강해질 것이다. 테이퍼링 이슈는 2013년 신흥국 투자 자금 유출에 따른 신흥국 통화 약세 심화를 야기한 바 있다.”


눈여겨볼 이슈│역대급 IPO 시장

나승두 SK증권 연구원 “하반기에 매머드급 신규 상장 기업들이 공모에 나선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 승인을 받은 기업 중에서는 PC·모바일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대기 중인 대어급 기업으로는 일진하이솔루스, 현대중공업, LG에너지솔루션, 넷마블네오 등이 있다. 올해 연간 공모 금액 규모는 사상 최대인 25조~30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