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장세 지금부터” 내년 큰 장 선다

올해 초 대부분의 국내외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률은 기정사실이고, 그 폭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 대상이었다. 개중에는 마이너스 5% 이하로 예측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전문가도 있었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V’자 반등을 주장한 필자는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지금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이고, 제2의 IMF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나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묵살 당했다.

그러나 연말을 코앞에 둔 지금,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가 아닌 플러스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월 초 영국계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 캐피털은 2009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1%로 전망하며 최초로 플러스 전망을 내놓았다. 이 글을 쓰는 때가 11월 중순이니, 이 칼럼이 게재되고 나면 과연 또 얼마나 올라갈지, 실제 2009년 경제성장률은 얼마가 될지 몹시 궁금하다.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좋은 지표들

경제성장률만이 아니다. 도대체 안 좋은 지표를 찾아내기 힘들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좋은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버겁다. 올해 6월과 7월, 앞으로의 경기를 암시하는 경기선행지표 10개가 2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강한 경기 회복을 암시했다. 경기선행지표 10개가 모두 2개월 연속 상승하기는 7년 만의 일이다. 경기선행지수는 9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9개월 연속 상승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역시 9월까지 전월 대비 7개월 연속 상승했다. 9월에는 생산, 소비, 투자 산업 활동 지표가 모두 전월 대비 및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2007년 12월 이후 21개월 만의 일이다.

경기가 회복되니 사업하려는 사람들도 늘었다. 9월 중 신설된 법인은 5193개로, 작년 대비 41.5% 증가했고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실질적인 소비 동향을 알려주는 백화점과 마트의 소비도 상승했다. 2009년 10월 국내 5대 백화점들은 모두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보이며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9년 성장세가 더뎠던 대형마트도 1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서민들의 소비 회복을 알렸다.

2009년 하반기 세계 경제 초미의 관심인 실업률을 보자. 미국이 3분기 3.9%라는 깜짝 실적에도 불구하고 고용 불안으로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26년 만에 10% 넘게 치솟았지만 우리나라는 3%대로 안정적이다.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실업률이 4%를 넘은 적이 없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 8.5%(2009년 7월 기준)와 비교해도 매우 양호하다.

2009년 10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도 6만7000명으로 2009년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고용 사정도 좋아지고 있다. 10월 신규 구인인원은 12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3%가 늘었고, 2009년 들어 1월을 바닥으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가 채무도 그리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한국의 국가 채무 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35.6%로 OECD 평균 75.7%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경기지표들만 좋아진 게 아니다. 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가 아니라 까무러칠 정도로 좋다.

삼성전자는 2009년 3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인 35조8700억원의 매출과 4조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인텔을 추월했고, 세계 휴대전화 가운데 5분의 1은 삼성전자 제품이다. 삼성전기와 삼성테크윈 등 기타 삼성 계열사들의 실적도 모두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LG그룹은 3분기 LG디스플레이의 매출 5조9590억원, 영업이익 9450억원, 순이익 5680억원을 비롯해 LG화학과 LG생활건강 등 3개 사가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에서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차도 3분기에 각각 분기 기준 최대인 9792억원과 402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포스코는 3분기 영업이익이 1조180억원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했다. D램 치킨게임에서도 한국은 완승을 거두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만 흑자를 기록하고 대만 업체들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말까지 발표된 상장사들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 폭은 모두 1~2분기보다 높다. 매출액이 증가한 기업의 비율을 보면 1분기(57.1%)와 2분기(60.8%)에 이어 3분기는 66.1%로 더욱 증가했다. 이익의 질도 개선됐다. 상반기까지는 매출이 높아서라기보다 비용을 줄이고 환율의 덕을 본 영향이 컸다. 그러나 3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이 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기업들의 뛰어난 성과 덕분에 올해 경상수지는 400억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외환보유고 역시 2600억달러가 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

그러나 이 모두는 시작에 불과하다. 일부 기업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 보면 이제 겨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조금 웃도는 정도다.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다. 이제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고 진짜 성장은 이제부터다. 아직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는 오지 않았고, 실적 장세도 이제부터다.

최근 필자는 <2010 주식 대상승의 시작>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렇다. 필자는 책의 제목처럼 대상승장이 시작될 거라 보고 있다. 그것도 무서운 상승장이 시작될 것이라 판단한다.

선진국들은 여전히 금융위기의 공포에서 해방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위기 극복을 실현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전 세계에는 사상 유례가 없는 막대한 유동성이 풀려 투자처를 찾고 있다. 과연 이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가겠는가?

2008년에 34조원어치를 팔아치우며 대한민국 주식을 다 팔고 완전히 떠나갈 것만 같던 외국인들이 왜 2009년에 다시 30조원 넘게 사들이고 있는 것일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주식 값이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지자 6년여에 걸쳐 헐값에 사들인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금 그와 같은 상황이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2009년 외국인들의 장기 매수 패턴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들은 사상 최대의 유동성 파티의 가장 큰 수혜국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상승장을 전망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10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