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레먼 밸류 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드레먼 회장은 최악의 위기 상황 속에서의 투자, 저가주 매입 등에서 성공적인 투자 기회를 찾아내는 역발상 투자의 대가다. 인간 심리에 대한 통찰에서 출발한 드레먼의 투자 세계를 만나보자.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저가주 투자해 수익창출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돈을 벌기 위한 ‘만고불변의 법칙’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격이 높아지면 선호하고 떨어지면 피하는 경향이 있다. 쌀 때 사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비싸졌을 때 사려고 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번번이 투자 실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데이비드 드레먼의 조언은 그래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반드시 새겨볼 만한 이야기다.

요트 이름조차 ‘Contrarian(반대론자)’이라고 붙일 만큼 역발상을 강조하는 드레먼은 ‘역발상의 제왕’, ‘투자계의 요다(Yoda)’, ‘역발상의 학장’이라고 불린다. 1936년 캐나다 위니펙에서 태어나 50년 이상 위니펙 상품거래소 회원이자 투자 전문가로 활동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주식투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1965년 캐나다에서 뉴욕 월가로 옮겨와 1977년 뉴저지 레드뱅크에 ‘드레먼 밸류 매니지먼트’를 설립해 현재 회장 겸 최고투자책임자로서 40억달러가 넘는 개인 및 기관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불과 1년 전 벌어진 금융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었다. 하지만 이후 전개 과정은 ‘위기는 큰 수익을 올릴 기회’라는 사실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아직 경제 위기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역사의 교훈만은 여전히 생생하다.

요트 이름조차 ‘Contrarian(반대론자)’

드레먼은 “위기나 공황이 한창일 때는 정상적인 가치기준이라는 게 없다”며 “주식의 진정한 값어치는 사람들의 안중에 없고 곤두박질치는 가격에만 시선이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와 주변의 이야기 때문에 가격 하락세는 더욱 심해진다고 말했다.

드레먼은 <역발상 투자>라는 그의 저서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1번의 주요 위기 상황을 분석했다. 1948년 베를린 봉쇄부터 1987년 블랙먼데이와 1990년 걸프전쟁까지 위기 이전과 이후의 다우지수를 추적한 것이다. 위기 때마다 매번 투자했다면 1년 후에 총 11번의 투자 가운데 10번은 큰돈을 번 것으로 나왔다. 위기 후에 주식을 2년 보유했을 때는 수익률이 극적으로 높았다. 11번 위기 모두에서 돈을 벌 수 있었으며 평균 37.5%, 최고 수익률은 66.5%나 됐다.

그는 정치적 위기와 금융위기는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를 부채질하는데, 위기에 매도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대응이라고 잘라 말한다. 공황일수록 사야하며 팔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의 징후는 어떻게 나타날까? 드레먼은 주요 시간대 뉴스나 큰 머리기사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1987년 주식시장 붕괴, 1973~1974년 약세장 때도 모두 그랬다. 위기의 징후를 알리는 사건은 그날의 큰 뉴스거리가 됐다.

드레먼은 “위기 대응 투자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며 “이는 바로 주가를 이끄는 사람들의 인식은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자가 발전을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위기가 왔을 때 주가 하락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주의 깊게 분석해 보면 근거 없는 이유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보다 주가가 더 많이 떨어지게 된다.

주가지수에 대한 드레먼의 지적도 귀담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드레먼은 주가지수가 실체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실체와 다르게 그려질 수도 있는 ‘그림’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드레먼의 지적이 사실이라면 요즘처럼 코스피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별 주가는 상승하기 때문에 이를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지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인덱스펀드 투자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드레먼은 자다가도 싸다면 벌떡 일어나 저가주를 매입할 정도로 저가주를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쓰레기 주식을 사들여 뜰 때까지 묵묵히 기다리는 방식의 투자를 선호했다.

저가주라면 자다가도 ‘벌떡’

드레먼은 “현재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건실한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며 “저PER(주가수익비율), 저PCR(주가현금흐름비율),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저PDR(주가배당비율) 모두 좋다”고 주장했다. 인기 주식은 시장보다 뒤처지지만 비인기 주식은 시장을 추월하는데, 이러한 재평가는 대개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드레먼은 그의 저서에서 다양한 시장 데이터를 통해 이를 입증해 보였다. 따라서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손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또 하나의 의문이 꼬리를 물 수 있다. “그렇게 효과가 있다면 왜 모두 사용하지 않을까?” 드레먼은 투자심리의 영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를 보면 그렇게 가는 것이 옳지만 감정은 우리를 다른 방향으로 강하게 끌고 간다. 화끈하고 참신한 아이디어에 투자해서 홈런을 치려는 유혹에 빠져 조심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개념에 비싼 돈을 지불하거나 인기 산업을 일관되게 과대평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망이 어두워 보이는 기업으로부터 일치감치 달아난다.

이런 행태는 오히려 가치투자 전략이 효과가 있었던 이유를 설명해준다. 역발상 투자전략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빈약한 예측 능력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인기 주식과 비인기 주식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이를 역으로 활용하는 투자전략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드레먼은 “인간의 본성이 그러하므로 이 전략의 강점은 몇 년 더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뒤안길에 꽃길이 있다”는 오랜 투자 격언과 맥을 같이 하는 드레먼의 조언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의미 있는 지적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투자 대상은 이미 가격이 충분히 오른 경우가 많다. 반면 남들이 외면하는 곳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 실패를 거듭하고 싶지 않다면 요즘 어떤 자산에 사람들이 몰리고 어떤 자산이 외면 받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