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3명을 둔 70대 A씨는 방탕한 자식들 대신 배우자에게 30억원 상당의 전 재산을 상속하고 싶다. 배우자공제는 최대 30억원까지 가능하다는데, A씨는 자신의 재산을 상속세 없이 배우자에게 다 줄 수 있을까?

상속지분 한도 초과분 세금내야

자녀 유류분도 주는게 ‘마땅’

Q  배우자와 자녀 3명이 있는 A씨는 30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본인이 거주하는 132m²대 아파트 시세가 약 10억원, 노후대비용 상가의 기준시가가 약 15억원 그리고 예금이 약 5억원 정도다. 하지만 A씨는 상속세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본인 사망 시 배우자상속공제가 최대 30억원까지 가능하다고 알고 있어 전체 재산을 배우자에게 상속하면 상속세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한 A씨는 칠순이 되자 자신의 재산을 방탕한 자녀들이 아닌 배우자에게 모두 상속한다는 내용을 담은 유언장을 작성한 뒤, 평소 거래하던 은행금고에 보관해두었다. 몇 년 후 그는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산과 유품을 정리하다가 은행에 보관된 유언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A씨는 유언대로 전 재산을 상속세 없이 배우자에게 상속할 수 있을까?

A  A결론부터 말하면 곤란하다. 피상속인(망자) 사망 시 기본적으로 5억원까지는 상속세가 없다. 사망 시 자녀가 있다면 일괄공제로 5억원이 가능하다. 또한 사망 시 배우자도 생존해 있다면 최소 5억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다. 즉, 피상속인 사망 시 자녀와 배우자가 있다면 재산이 10억원 이하일 경우 상속세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배우자공제는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A씨처럼 재산이 30억원 이하인 경우 배우자에게 전체 재산을 모두 상속하면 상속세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배우자공제에는 한도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공제는 총상속재산의 민법상 배우자상속지분을 한도로 한다.

현행 민법상 배우자는 자녀와 공동상속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상속지분은 자녀보다 1.5배 많다. A씨는 배우자와 자녀가 3명이므로 배우자의 상속지분은 33%(=1.5/1.5+1+1+1)다. A씨의 총상속재산 30억원에 대해 33%인 약 10억원까지만 배우자상속공제가 가능한 것이다. 즉, 총재산 30억원을 배우자가 모두 상속받는다고 하더라도 배우자공제는 10억원까지만 가능하다.

따라서 A씨의 경우, 총재산 30억원을 배우자에게 모두 상속한다 해도 일괄공제 5억원과 배우자상속공제 10억원 및 금융재산상속공제 2억원을 합친 17억원을 초과하는 13억원에 대해서 약 3억2000만원의 상속세가 과세된다.

상속 잘하려면 유언장 잘 써야

잘 물려주는 재산은 자녀들에게 큰 복이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복이 아니라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A씨는 자녀들이 워낙 씀씀이가 크고 방탕해 재산을 상속하는 것이 오히려 자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경우를 대비하려면 유언장을 통해 재산분배를 지정해 두는 것이 좋다. 유언장은 정확한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더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작성법을 숙지해 두어야 한다.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등 총 5가지가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날인(捺印)하는 ‘자필증서 유언’이다. 민법은 자필증서 유언 작성 시 내용·연월일·성명·주소 등 4가지를 자필하고 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내용 및 연월일·성명·주소는 자필로 써야 하며, 타인의 대필, 컴퓨터 워드프로세서 등은 모두 무효다. 날인은 인감도장, 막도장, 지장 중의 하나로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자필로 유언 내용, 성명, 주소를 작성하고 날인까지 마친 후 작성일을 ‘2009년 어느 추운 겨울날’이라고 하였다면, 이 유언장은 무효다. 연월일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원은 요건을 조금이라도 갖추지 못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라 할지라도 무효로 판단한다. 이는 세상을 떠나는 사람 역시 생애 마지막 결정을 쉽게 내리지 말고 신중하게 하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자필유언의 경우 한 가지 요건만 빠져도 고인의 유지가 무효로 돌아가거나 분쟁이 벌어지는 일이 무수히 많다. 이를 막기 위해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 변호사를 통해 2명 이상의 증인 입회하에 작성하는 ‘공정증서 유언’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반면 녹음을 통해 유언하는 ‘녹음 유언’, 유언장을 봉투에 봉한 뒤 증인이 확인하는 ‘비밀증서 유언’, 급박한 상황에서 유언하고 증인이 확인하는 ‘구수증서 유언’도 있으나, 이 세 가지는 널리 쓰이고 있지 않다.

피상속인은 유언을 통해 상속인과 각 상속인의 재산분배 비율을 지정할 수 있다. 피상속인이 유언을 통해 재산분배를 지정하지 않으면 법정상속 순서와 법정상속분에 따라 재산이 분배된다. 법정상속 순서는 1순위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순위 직계존속,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4촌 이내 방계혈족이다.

배우자는 1·2순위가 있을 때는 같은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1·2순위가 없을 때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법정상속분은 같은 순위 내 상속인들이 동등한 지분을 갖되, 배우자는 다른 상속인의 1.5배를 받도록 계산한다. 한편, 유언은 생전에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 고인이 유언을 여러 번 남겼을 때는 제일 마지막 유언을 유효한 것으로 본다.

자녀들에게 유류분 상속해야 다툼 줄어

민법은 상속과 관련하여 사망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기 위해 유언 자유의 원칙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특정인에게 모든 재산을 주는 것으로 유언을 하더라도 다른 상속인이 상속재산의 일정비율만큼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유류분제도를 두고 있다.

즉, 유족에게 유언재산에 비례한 기존 생활수준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정상속분의 일정비율만큼은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속인이 자녀이거나 배우자인 경우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이거나 형제자매인 경우에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인정한다.

위 사례의 경우 배우자에게 모든 재산을 주는 유언을 했더라도 3명의 자녀들은 각각 본인의 상속지분인 22% (=1/1.5+1+1+1)의 절반인 11%의 유류분에 해당하는 재산의 반환을 모친에게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상속으로 인하여 가족 간의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유류분만큼은 자녀들에게 배분될 수 있도록 유언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