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상권에도 옥석 존재…“조목조목 따져라”

‘장사는 목이 최고’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아이템이 좋고 시설 경쟁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점포목이 안 좋은 곳에 들어가면 성과 창출이 쉽지 않다는 얘기일 게다. 창업 예정자 및 기존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해보면 열 명 중 예닐곱은 점포를 구하는 일이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창업 성공을 위한 점포 입지 개발에서 무엇부터 따져보는 것이 바람직할까.

신규 아파트 상권 입주 ‘조심’

먼저 상권에 대한 이해부터 해야 한다. 상권은 수많은 점포들의 숲이다. 흔히 ‘상권’하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부동산전문대학원 과정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단어였다. 하지만 이제는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상권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상권 입지 분석을 잘해야 성공한다고 얘기한다. 창업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점포목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다.

학문적 측면에서 상권(Market Area)을 정의하라면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공간적 범위’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상권은 지역 상권, 지구 상권, 점포 상권으로 나뉜다. 지역 상권(서울, 부산, 대전 등)은 행정구역과 일치하며, 하나의 지역 상권 안에는 여러 개의 지구 상권(신촌, 강남역, 영등포 등)이 있다. 점포 상권은 총 고객의 60~70%를 차지하는 1차 상권과 2차 상권, 3차 상권으로 분류된다.

소비 주체 및 특성별로는 오피스 상권, 주택가 상권, 대학가 상권, 신세대 상권, 역세 상권, 유흥가 상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주택가 상권은 다시 아파트 상권, 재래식 주택가 상권, 오피스텔 상권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최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상권에 대한 수식어를 보면 ‘뜨는 상권, 지는 상권, 유망 상권, 전망 좋은 상권’등이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어떤 상권이 유망한 상권이고, 어떤 상권은 피해야 할 상권인지 늘 궁금하기 마련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창업형 상권인지, 투자형 상권인지에 대한 판단부터 해야 한다.

투자형 상권은 부동산 재테크와 연결되는 문제다. 투자 및 부동산 재테크 측면에서 상권 선택의 기준이라면 해당 상권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중요해진다. 당장의 상권 가치보다는 향후 개발변수로 인한 상권 전망을 우선시해야 한다. 토지나 건물, 상가, 주택 등을 매입할 때는 투자형 상권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창업형 상권을 선택하는 기준은 투자형 상권을 선택하는 기준과 엄연히 다르다. 창업형 상권에서는 미래에 대한 전망보다는 당장의 상세력이 중요하다. 3년 후, 5년 후, 10년 후 장밋빛 전망보다는 오픈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는 상권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창업형 상권의 조건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신흥 택지개발지구 상권이 새롭게 선을 보이고 있다. 개발의 주체 입장에서는 미래의 황홀한 상권 전망을 내밀면서 투자자 및 창업자들을 손짓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새롭게 형성되는 상권에서 권리금이 없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만 생각하고 덥석 점포 계약을 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흔히 발생한다.

최근 수도권 신규 아파트 상권의 경우 아파트가 입주한 지는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근의 상권은 제 궤도를 찾지 못하고 표류하는 상권이 많다. 아파트 입주 초기 1층에 33㎡ 규모의 점포가 보증금 5000만원에 월 임대료 200만원 남짓이던 점포시세도 곤두박질했다. 현재는 같은 규모의 매장이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150만원 이하로 하락했다.

아이템에 어울리는 ‘층’은 따로 있다

주택 입주 시에 점포를 선택했던 창업자들은 권리금이 없는 점포를 구할 수 있는 데다 주변의 향후 전망에 대한 벅찬 기대를 갖고 점포계약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신도시 상권이 완성되기까지는 주택 입주 후 최소한 5년에서 길게는 10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수도권 5대 신도시 상권 역시 입주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정상적인 상권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때문에 창업자 입장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자 및 분양대행 업체의 말만 믿고 신흥 상권에서 매장을 임대해서 오픈할 때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신흥 상권이라도 오픈 초기부터 장사가 잘 되는 아이템이 있다. 예컨대 각종 배달 아이템, 세탁소 등의 편의형 아이템이나 아파트 상가의 슈퍼마켓 등의 생필품형 아이템들은 오픈 초기부터 정상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 외식업이라든지, 임대료가 비싼 매장에서 오픈할 때는 상권 형성 초기의 위험인자를 잘 파악한 다음 액션을 취해야 한다. 자칫 시행착오의 주인공, 상권 형성 초기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상권을 선택한 후에도 고민은 이어진다. 좋은 상권이라도 어떤 골목이냐에 따라 명암이 갈리기 때문이다. 골목에도 ‘뜨는 골목’과 ‘지는 골목’이 있는 것이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뜨는 골목에 출점해야만 초기 안정적인 수익성 창출이 원활할 수 있다.

뜨는 골목을 찾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근 오래된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하는 것이다. 여기저기 점포 임대물건이 많이 나와 있는 골목은 비교적 장사가 안 되는 골목이라는 얘기다. 반면 살아있는 골목에는 점포 임대 물건 찾기가 쉽지 않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점포 임대 물건이 비교적 찾기 힘든 골목에서 점포를 계약한다면 흙 속의 진주를 구할 수 있다.

골목까지 선택했다면 다음은 어떤 점포를 구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먼저 몇 층 점포를 구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이템 특성에 맞는 층별 점포 입지 선택이 중요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2층과 지하층 점포에는 ‘커피&레스토랑’류의 아이템이 대세였다. 하지만 지금 이들 아이템은 1층으로 왔다. 요즘엔 2층에 은행 점포가 주로 출점하고 있다. 꼭대기 층 점포 또한 라이브레스토랑이 주로 출점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엔 해물샤브샤브류의 아이템이 꼭대기 층을 선점하더니 그것 또한 현재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리하자면 점포를 선택하는 네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가시성의 문제다. 고객의 입장에서 눈에 잘 띄어야 한다. 이를 충족시키는 매장은 당연 점포 전면이 넓은 가게가 유리하다. 둘째,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은 점포는 점포 앞에 계단 없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편의성의 문제를 체크해야 한다. 주차 편의성, 화장실 사용 여부 등을 따져보고 고객들의 편의성 제고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점포 선택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역시 경제성 문제다. 아무리 가시성, 접근성, 편의성이 좋아도 점포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면 수익성 창출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