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다 단기 상품…‘서두르지 마라’

시중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9월18일 3개월 물 CD 금리는 8월3일 2.41%에서 2.65%로 0.24%포인트 올랐다. 이는 2월11일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CD 금리 상승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택대출 금리가 오르막 행진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70% 정도가 CD에 연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택대출 이용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상 임박 소식으로 ‘쭉쭉’

CD 금리의 급상승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시중금리가 선제적으로 반응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회복의 시그널이 지표로 확인되면서 출구전략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출구전략은 유동성을 회수하는 것이며 이는 금리 인상으로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환수되면 시중에 돈이 마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은행의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금을 미리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CD 발행을 늘렸다. 그 결과 CD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해석을 낳게 해 시중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이 총재는 지난 9월1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현재 금융 완화는 경제 상황에 비춰 상당히 강하다”며 “기준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완화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칠 정도로 돈이 풀렸으니 이제 거둬들여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이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시중금리가 숨 가쁘게 오르기 시작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CD 금리가 들썩이기 시작했고 은행들은 3개월마다 한 번씩 조정하게 돼 있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렸다. 기존의 대출 금리를 조정하려면 기다려야 하지만 신규 대출 금리는 주간 단위로 조정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출구전략은 아직 시기상조이므로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고도 했고 정부와 한국은행의 견해는 차이가 없으므로 혼선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한번 흐르기 시작한 시장의 물결은 멈추지 않았다. CD 금리가 7일 연속 내리 올라간 것이다.

예금 금리도 오르고 있다. 은행들이 7월 이후 고금리 특판예금을 대거 출시했기 때문이다. 유동성 환수에 대비해 수신을 채우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해 자금난을 돌파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판매했던 특판예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이들 고객이 예금을 유지하도록 높은 금리를 제시한 것도 예금 금리 상승에 일조했다.

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4분기 무렵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매주 회사채 발행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회사채를 발행해 미리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산이다.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금리도 올라 회사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은행이 CD 발행을 늘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예금 중엔 CD연동예금 ‘유리’

전문가들은 기준금리의 인상이 없는 시중금리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설사 금리가 오른다 해도 소폭에 그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금리가 더 이상 하락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점, 경기 회복과 함께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속도의 문제일 뿐 금리 상승에 대비한 재테크 전략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먼저 금리 상승기의 대전제는 장기상품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입 당시 높다고 생각됐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보면 그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상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윳돈이 있다면 단기적으로 굴릴 수 있는 상품을 고려하는 것이 유리하다.

먼저 CD예금을 고려해볼 수 있다. CD예금은 CD 금리보다 0.5%포인트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CD 금리가 높아지면 높아지는 대로 예금 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적절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6개월, 1년, 2년 등 다양한 만기를 적용한다. 금리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한다면 만기를 길게 가져가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짧은 것이 유리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만기가 길수록 추가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무작정 만기를 정하기보다 만기에 따른 추가 금리의 차이를 잘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회전식 정기예금도 추천할 만하다. 보통 정기예금은 고정금리를 적용한다. 하지만 이 상품은 변동금리다. 정해진 기간마다 금리를 조정하기 때문에 상승하는 금리의 혜택을 상당부분 누릴 수 있다.

고정금리를 제시하는 예금 상품은 가입을 미루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예금 금리도 오르기 마련이다. 서둘러 가입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받느니 금리 상승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단기 운용하다가 나중에 고정금리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일단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출을 한 경우에는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 금리도 올라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두를 일은 아니다. 보통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는 1%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있다. 이 차이가 갈아탈지 말지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전문가들은 1.5%포인트 이상 벌어진다면 고정금리로 옮겨도 좋다고 말한다. 차이가 1.5%포인트보다 적고 단기대출이라면 그대로 있는 편이 바람직하다.

주식시장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줄기는 하지만 급격하게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대로 볼 수도 있다. 금리 인상은 결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반증이며 경기가 회복된다면 주가가 대세 상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