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폭증…무용지물 될 수도 있다

주택청약저축과 청약부금, 청약예금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가 출시 4개월 만에 800만 명을 넘어섰다. 금융 당국의 경고에 따라 은행들은 적극적인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지만, 증가세는 꾸준하다. 도대체 어떤 상품이기에 이렇게 가입자들이 몰려드는 걸까. 은행원이 권하는 대로 정말 황금알을 낳아줄 알짜 상품인 걸까. 전문가들은 새로 나온 통장이 기존 청약통장의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한 신개념 상품이라는 데에는 일단 동의한다. 하지만 가입자 수가 예상치를 뛰어 넘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앞으로의 득실(得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약종합저축은 청약저축과 청약부금, 청약예금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상품이다. 기존 청약통장들은 무주택 가구주여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가입 문턱이 높았다.

고금리·소득공제 ‘솔깃’

하지만 새로 나온 청약종합저축은 주택 소유 여부나 연령에 관계없이 1인 1계좌씩 가입할 수 있고 공공·임대·민영주택의 청약 자격이 몽땅 주어진다. 이 때문에 ‘만능 통장’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납입금액은 매월 2만~50만원이며, 5000원 단위로 자유롭게 불입액을 바꿀 수 있다. 다만 납입금 총액은 청약예금의 예치금 최대한도인 15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매월 나눠 내지 않고 한꺼번에 낼 수도 있다.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으려면 기존 청약통장처럼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한다.

금리 역시 높은 수준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재테크로만 접근해도 쏠쏠하다는 평가. 2년 이상만 가입하면 연 4.5%를 받을 수 있다. 2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가 현재 연 3~4%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단 1~2년 미만의 경우는 연 3.5%, 1년 미만은 연 2.5% 수준이다.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5개 은행에서 판매 중이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나 자녀 명의로 미리 가입해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권한다. 가족 구성원이 많은 가정이라면 기존 청약통장은 유지하면서 여러 명의 명의로 종합저축에 새로 가입하는 것도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청약종합저축의 또 다른 장점은 연말 소득공제 혜택이다. 무주택 가구주인 근로자가 국민주택 규모 이하(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에 청약하려고 할 경우에 받을 수 있다. 연간 불입금액의 40%로, 최대 48만원(납입액 120만원 한도×40%)까지가 한도다. 다른 가구원도 모두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 미성년자나 다(多)주택 가구주, 자영업자 등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성년 가입 효과 ‘글쎄’

다만 올해는 청약종합저축이 지난 5월 출시된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8개월(5~12월) 가입분에 해당하는 80만원 한도 내에서 40% 소득공제를 해줄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최대 48만원이 된다. 국민주택 규모(85㎡)를 초과하는 주택에 당첨된 경우에는 이미 감면 받은 세금을 추징당한다.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저축 가입 신청 때 은행에 무주택 가구주임을 확인하는 서류(주민등록등본과 무주택확인서 등)를 제출하고, 해당 통장에 소득공제 대상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청약종합저축 가입자들 중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해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은행의 무리한 마케팅 권유에 못 이겨 자신의 상황을 따져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가입했다가 상품이 내 몸에 맞지 않는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해지에 나선 것이다.

사실 이미 기존 청약통장에 가입해 1순위를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은 굳이 새 통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 새 통장으로 갈아타게 되면, 기존 통장의 가입 기간과 금액을 인정받지 못해 다시 3순위부터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 가입자 중 가입 기간이 2년 미만이라서 1순위가 되지 못할 경우에는 새 청약통장을 만드는 게 낫다.

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통장으로 청약할 수 없는 주택, 즉 청약예금통장으로 공공주택에 청약하고 싶다거나 혹은 청약저축통장에서 중대형 민영아파트에 청약하고 싶은 소비자라면 새 통장으로 갈아타는 편이 낫다.

청약종합저축을 내놓은 국토해양부는 가입자 수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800만 명을 넘어서자 내심 흐뭇해하고 있다. 한 마디로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가입자 입장에선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2년 뒤 주택청약 시장에는 말 그대로 무한경쟁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주택 가입자가 청약종합저축을 24개월간 매월 납입하면 1순위 자격을 얻게 된다. 이때부터는 민간 공급 주택 중 중대형(85㎡ 초과) 아파트 청약 자격이 생긴다. 추첨제로 당첨자를 결정하는 중대형 아파트에 청약할 때는 수백만 명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입지가 좋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아파트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산술적으로 수천 대 일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민간주택 시장에서 청약종합저축 1순위는 희소가치가 떨어져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성년자 가입자 수가 많은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만 15세인 미성년자 통장 가입자가 15~20년쯤 후 집을 구하려고 할 때, 지금처럼 집이 부족하면 청약통장이 쓸모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주택 부족 현상이 사라지면 청약통장을 들고 줄을 서야 할 이유가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이 실패해야 정부가 도입한 청약종합저축이 쓸모 있게 되는 모순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