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종종 기회”…이번에도 적중

리먼 브라더스는 무려 158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월가 4위의 투자은행이었다. 미국 금융계에서 영향력이 컸던 리먼 브라더스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1년 전인 2008년 9월15일 결국 파산했다. 그 후 여러 금융사들이 파산하거나 위기를 겪었으며, 그 여파는 이제 서서히 중반부를 넘어 가고 있다.

금융위기의 여파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홍역으로 확산되었다. 이제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1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앞으로의 증시 상황을 짚어 본다는 건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과거의 여러 사례를 되짚어 봄으로써 현재의 상황을 점검해볼 수 있으니 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경제적 위기는 글로벌 증시 역사를 되짚어 볼 때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극복 가능한 부분이었다. 이런 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종종 투자의 기회가 되곤 했다.

1929년 대공황 때가 그랬으며,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석유파동), 그리고 2001년 9·11 테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위기 역시 ‘위기가 끝없이 이어질 것’이란 생각을 하는 이들이 틀렸음을 빠른 시간 내에 확인시켜 주었다. 미국 정부 등 각국의 정부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고, 통화 공급 확대 전략을 취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처해 나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1997년에 시작됐던 외환위기는 증시에서 위기 후 기회가 되었다. 코스피 지수의 연도별 흐름을 보면 우리 증시가 불과 20여 개월 만에 회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97년 IMF 사태도 멋진 투자 기회로

정부 및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기업들은 재무구조를 개선했고, 방만한 경영에 따른 부실을 과감히 정리해 필수 부문에 역량을 집중했다. 정부는 국가적인 위기에 발 빠르게 대응해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조기 졸업이라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IMF 사태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경우 크나큰 성과를 볼 수 있었던 흔치 않은 투자 기회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위기를 살펴보면, 과거 1970년대 초반에서 1980년대 말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경기 침체 시기도 투자의 기회였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간은 길게는 33개월, 짧게는 12개월이 소요됐으며,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전에 주가는 상승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1년 전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상기해 보면 이번 위기도 역시 투자자에게는 기회였다. 이런 위기 뒤의 기회는 ‘주가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났고 현재도 그 결과가 진행 중이다.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국가들이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에 열심이었다. 이런 대응책은 과거보다 좀 더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결과 또한 빨리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가 현재 글로벌 증시에서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 경제 흐름에 발맞춰 현재 코스피 지수는 바닥을 확인하고 반등 후 1600선 중반에서 횡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미국 경제 대공황, 오일쇼크 그리고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등을 살펴보면 경제위기 후 통상적으로 약 9개월 뒤 주식시장은 반등했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적절한 투자 시기라 생각한다. 특별한 돌발 변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주가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조정이 와도 깊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거품과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시기다.

지금의 주식시장은 유동성 장세 초기 양상이다. 800조원이나 되는 시중 부동자금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도 전 세계적 경기 부양책에 따라 재정지출을 확대했는데, 그로 인한 유동성 장세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협의의 통화 M1(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과 광의의 통화 M2(M1, 정기예금 적금, 금융채, 시장형 상품 등)의 관계를 보더라도 현재의 증시 상황은 유동성 장세의 초기단계로 보인다. 현재 M1은 증가하고 있으나 M2의 증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는 이제 시작

돈을 먼저 푼 중국의 경우 소비심리와 경제지표가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천천히 재정을 집행한 우리나라는 아직 M2는 증가하지 않아 유동성 장세 초기라는 것이다. 결국 M2가 증가하면서 돈의 위력이 보이는 본격적인 유동성 장세가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에서 출구전략에 대한 얘기가 조금씩 거론되고 있지만 지금 같은 초기 유동성 장세에는 출구전략은 천천히 진행해도 괜찮을 거라 본다.

환율 효과를 감안한다면 우리 증시가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이라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지금처럼 환율이 높은 시기는 외국인들이 달러 대비해 싼 가격으로 한국의 우량 가치주에 투자하기에 제격이니 말이다. 그래서 근래에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인플레이션 변수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우려로 금리를 높일 경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리먼 사태 이후 투자 환경에 많은 변화가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은 투자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월가의 탐욕으로 그리고 자유방임으로 말미암아 시장이 왜곡된 결과 리먼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끝없이 추락할 것 같았던 전 세계 경제는 국제적인 공조에 힘입어 다시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런 흐름을 타고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