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이어 펀드 선택에 앞서 참고할 만한 대표적인 지표들을 소개한다. 이번에는 알파, 베타, 감마의 정체를 알아본다.

“알파가 좋은 거야,

  베타가 좋은 거야?”

A금융 상품의 현재 수익률은 연13%, B금융 상품의 현재 수익률은 연 10%라면 과연 어느 것이 좋은 상품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A가 좋다’고 대답할 것이다.

두 번째 질문. A는 손실의 위험을 안고 있는 주식형 펀드이고, B는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는 정기예금이다. 어느 쪽을 선택할까? 이제 대답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위험을 기피하는 안정형 고객들은 물론이고, 공격적 투자 성향을 지닌 투자자라 하더라도 대부분 10%의 정기예금을 선택할 것이다.

첫 번째 질문에서는 A를 선택했는데, 두 번째 질문에서 정기예금인 B를 선택하는 것은 바로 위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A의 수익률인 13%는 원금손실 가능성이라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대가인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투자자산과 안전자산 간에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펀드도 운용사, 펀드매니저, 펀드 스타일에 따라 편입되는 주식의 종류가 다르다. 수천 개의 펀드들이 지닌 위험 또한 각각 달라질 수 있는데, 위의 질문들을 이해한 투자자라면 이미 ‘위험 조정 성과’를 반영하는 위험 조정 성과 지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 소개했던 위험 조정 지표를 간단히 복습하면, 표준편차, 베타는 펀드 수익률과 관련된 위험 자체를 의미하고, R²는 베타 지수의 신뢰도를 나타낸다. 위험을 고려한 수익률 지표는 말 그대로 위험 1단위를 감수할 경우의 초과 수익률을 나타내므로 통상 높을수록 투자성과가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젠센의 알파는 펀드매니저의 운용 능력을 나타낸다.

펀드 선택의 기초 ‘알파, 베타, 감마’

구체적으로 위험 조정 지표에 대해서 살펴보자. 위험 조정 지표를 감안하여 펀드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로 알파, 베타, 감마다. “그 펀드는 알파가 좋은 거야? 베타가 좋은 거야?” 이 질문이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내용을 조금만 알고 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알파는 위에서 말한 ‘젠센의 알파’로,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 능력을 의미한다. ‘알파가 좋은 거야?’라고 묻는 것은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잘 선택한 거야?’라고 묻는 것과 같다.

베타는 시장 민감도를 나타내는데, 펀드에서 구성한 포트폴리오가 벤치마크를 대비해서 어느 정도 반응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베타가 1.4인 펀드라면 주가가 1 상승할 때 펀드는 1.4가 상승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베타가 1보다 큰 고베타 펀드는 상승장에서는 시장 수익률보다 훨씬 큰 수익을 내지만, 하락장에서는 훨씬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베타는 펀드의 자산 배분에 따라 달라진다. 위험자산의 비중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절묘하게 섞는다거나 주식 내에서도 경기 방어주와 민감주를 섞어서, 혹은 대형주와 소형주를 섞어서 실제 코스피라는 벤치마크 대비 어느 정도 움직일지를 구성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베타다. ‘베타가 좋은 거야?’라는 질문은 “그 펀드는 자산 배분을 잘한 거야?”라는 의미다.

감마는 마켓 타이밍 능력을 나타낸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아무리 자산 배분을 잘 해놓았더라도 마켓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면 그리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본격 하락장에서 아무리 좋은 주식을 갖고 있다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감마는 마켓 타이밍 능력을 나타내며 단기적으로는 이런 마켓 타이밍 능력이 뛰어난 펀드매니저의 성과가 높다고 한다.

다시 정리하면 알파는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 성과, 베타는 펀드의 자산 배분 성과, 감마는 마켓 타이밍 성과를 나타낸다.

그럼 이 세 가지 중 무엇이 펀드의 성과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할까? 초단기적으로는 마켓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한다. 기가 막힌 순간에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는 성장형 펀드의 경우 이런 마켓 타이밍, 즉 감마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다. 그렇지만 신이 아닌 이상, 펀드매니저가 항상 정확한 마켓 타이밍을 맞춰낼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영역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의 그래프는 매월 주가가 가장 높은 날에 족집게처럼 투자하거나, 매월 주가가 가장 낮은 날만 골라 바보처럼 투자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월초, 그리고 월말에 맞춰 펀드에 자동이체하는 투자 등 네 가지의 경우를 가정하여 실제 코스피 흐름에 맞춰 수익률을 분석한 그래프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네 가지 투자 방식 간 수익률 차이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단기는 알파와 감마, 중장기는 베타 중요

미국의 연기금 펀드 수익률을 연구했던 논문에 따르면 펀드의 중장기 수익률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펀드의 자산 배분이라고 한다. 중장기로 갈수록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 능력은 대부분 희석되고 결국은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이 성과의 90% 이상을 결정지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단순히 펀드의 수익률이나 운용사의 명성에 의존해 펀드를 선택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위에서 살펴본 위험 조정 지표를 감안하여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

이제 위의 내용들을 펀드 선택에 적용해보자. 단기로 투자한다면 마켓 타이밍(감마)과 종목 선택 능력(알파)에 높은 비중을 두어서 펀드를 선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누구나 추천하는 중장기 투자라면, 그리고 중장기 적립식 투자자라면 당연히 펀드의 자산 배분(베타)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해당 펀드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자산 배분을 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펀드의 자산 배분과 관련된 성과 지표인 베타, 그리고 베타를 감안한 수익 지표인 트레이너 지수, 혹은 베타와 펀드매니저의 종목 선택 능력을 아울러 판별해볼 수 있는 IR(정보비율) 등을 고려하는 것이 중장기 펀드 투자자들이 좋은 펀드를 선정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