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에서 웅크리고 있던 단기자금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08년 상반기를 지나며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책금리는 벌써 6개월째 동결인데, 단기자금을 얌전히 묵혀 두기에는 연일 상승세인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유혹이 만만치 않다.

돈, 증시·부동산으로 “GO!” …

한은 “지켜 보겠어!”

갈곳을 몰라 헤매던 시중 부동자금들이 고금리 금융 상품과 증시·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향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단기자금의 대표적인 피난처 MMF의 설정잔액과 은행 요구불예금은 감소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금융 상품의 잔고, 증시 거래대금, 부동산 거래 건수는 증가하고 있다.

MMF 잔고, 100조원 밑돌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MMF(머니마켓펀드) 설정 잔액은 101조5291억원을 기록하며 전월 말에 비해 2조4657억원이 감소했다. 사상 최고치였던 126조6242억원(3월16일 기록)과 비교하면 25조951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MMF 잔고는 8월18일 기준으로 99조1968억원으로 나타나면서, 지난 1월7일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지 7개월 만에 다시 100조원 밑으로 내려섰다. 

삼성증권의 조완제 펀드 애널리스트는 “MMF 설정 잔액은 금리 수준과 주식시장 상황의 영향을 받는데, MMF보다 금리가 높은 RP(환매조건부채권), CMA(자산관리계좌) 등이 속속 등장하며 MMF에 들어있던 자금들이 고금리 금융 상품들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증시의 조정이 더 나타나면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단기자금도 하향 곡선

은행권의 단기자금도 감소 중이다. 5월과 6월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가던 예금은행의 실제 총예금은 7월 말 현재 661조1967억원을 기록해 전월 말보다 4조4752억원이 줄어들었다(한국은행 자료).

이는 요구불예금이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요구불예금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MMF와 더불어 대표적인 단기 부동자금으로 분류된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은행·농협 등 7개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163조9083억원으로, 전월 말과 비교해 10조2260억원이 감소했다.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6월에 8조6335억원이 늘었으나 7월에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시중금리가 올라가면서 매력이 높아진 정기예금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7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월 말 현재 354조5344억원으로, 전월 말과 비교해 10조2720억원이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는 3.35%(5월 말), 3.5%(6월 말), 3.6%(7월말)로 상승하고 있다. 고금리 특판예금의 인기도 높다. 한국씨티은행은 8월19일 우대금리를 적용한 개인고객용 2, 3년제 고금리 특판예금이 내놓은 지 6영업일 만에 1000억원이 넘게 팔려 이례적으로 높은 판매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해당 상품의 금리는 3년 만기일 경우 연 5.5%(세전), 2년 만기일 경우 연 5.0%(세전)였다.

증시대금·주택 거래량도 ‘쑥쑥’

7월 초 5조8000억원대였던 증시거래대금은 7월 말에 9조원대로 불어난 데 이어 8월18일 현재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증가세다. 고객예탁금은 7월 말 현재 14조3861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조6635억원 증가했고, 8월18일 기준으로 15조2460억원을 보이며 7월 말보다 늘어났다.

주택 거래도 올 들어 크게 늘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 건수는 올 1월 바닥을 찍고 반등, 지난 6월까지 상반기 내내 상승세를 이어갔다. 8월19일 발표된 7월 아파트 거래 건수의 경우 6월에 비해 소폭 하락했으나 이는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많이 오르면서 일시적으로 거래가 주춤한 것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단기자금들이 자산시장으로 밀려들면서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8월14일 1591.41을 기록하며 16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수는 1600선을 앞두고 등락을 거듭하며 8월19일 1545.95로 마감, 숨을 고르고 있다. 

들썩이는 자산 시장, 과열 우려도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도한 낙관론은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며 “글로벌 증시는 이미 글로벌 경기 회복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고, 추가적인 상승 폭은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에 달려있다”는 시각이다. 마 팀장은 그러나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 소비지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데다 중국의 긴축 가능성 등도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도 연일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114가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집계한 결과에 의하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0.03%(3월), 0.70%(4월), 0.33%(5월), 0.68%(6월), 0.79%(7월) 등으로 상승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자산 시장의 과열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의 영향이 크다. 금리, 즉 돈의 가격이 저렴하면 낮은 금리의 돈을 빌려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한국은행은 8월11일에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0%로 6개월째 동결했다. 아직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경기 회복의 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판단인 것이다.

그러나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을 밝힌 자리에서 “3분기 몇 달 간 경제 상황이 어떻게 움직일지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한 “전체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 압력이 있는 것 같다”며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을 상당히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발언도 했다. 향후 주택 가격 추이에 따라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구두경고인 셈이다.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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