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한도·보험금 ‘축소’…
보험료도 싸질 듯

환자가 내야 하는 치료비를 100% 보장해주는 손해보험사(손보사)의 민영의료보험(민영의보)이 지난 7월까지만 판매되고 없어졌다. 민영의보는 개인이 실제로 지출하는 비용 전액을 부담한다는 의미에서 ‘실손보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10월부터 판매되는 민영의보는 본인 부담 치료비를 100%가 아니라 90%까지만 보장해 준다. 8~9월은 일종의 유예기간으로 첫 3년 동안은 100%를 보장해 주지만, 이후 갱신 시점부터는 90%로 보상 비율이 낮아진다.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예전에 비해 민영의보 가입에 따른 혜택이 줄어드는 셈이다. 보장 한도가 축소되기 전에 서둘러 가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지난 7월 손보사들의 월납 초회 보험료(1380억원)가 생명보험업계(1140억원)를 웃도는 등 절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기 전인 7월까지 민영의보에 가입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입 시기를 놓쳤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상황에 따라 뒤늦게 가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100% 보장에서 90%로 하향 조정

오는 10월부터 판매되는 손보사의 민영의보는 크게 네 가지 점에서 기존 상품과 차이가 난다. 우선 10월부터 민영의보에 새로 가입하는 소비자는 국민건강보험 부담금을 제외하고 본인이 낸 입원비의 90%까지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10%는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본인이 낸 입원비가 1000만원인 경우, 현재는 전액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지만 10월부터는 이 중 10%인 100만원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본인이 낸 입원비가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초과분 전액을 보상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할 자기부담금(공제 금액) 변경이다. 기존에는 병원비로 낸 돈이 5000원이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보험사가 무조건 보상해 줬다. 하지만 10월부터는 초과분 기준이 의원·한의원 1만원, 병원 1만5000원, 종합전문병원 2만원 등으로 차별화된다. 이에 따라 동네 의원에서 본인 부담 진료비로 8000원을 냈다면, 기존에는 본인부담금 5000원을 뺀 3000원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보상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만원이 넘지 않기 때문에 보상 받지 못하게 된다.

세 번째는 전체 지급 한도의 축소다. 입원비 최대 1억원, 통원비 하루당 최대 50만원 선이던 지급 한도가 입원비 5000만원, 통원비 하루 20만원으로 절반씩 줄어든다. 가령 통원으로 인한 본인 부담 하루 치료비가 50만원 나왔다면 기존에는 5000원을 넘는 49만5000원을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20만원을 넘어선 29만5000원은 본인이 내야 한다. 현재 상해입원비, 질병통원비, 일반상해의료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실손특약도 전부 ‘표준화된 실손의료비’란 용어로 통합된다.

마지막으로 의료비 특약 갱신주기도 현재 최장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민영의보의 갱신주기는 1년,3년,5년 등 3가지다. 보험사들은 이 기준에 맞춰 과거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조정해왔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이 매년 보장 내용을 변경하는 만큼, 이를 보완하는 민영의보의 갱신주기가 5년이나 된다면 변경 내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같은 상품 변경 내용이 당장 적용되는 건 아니다. 8월1일부터 9월30일까지는 유예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 민영의보에 가입하면 최초 3년간은 제도 변경 전 기준대로 보장 받을 수 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면 새로 바뀐 기준이 적용된다. 보장 한도가 100%에서 90%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따라서 9월 전에 가입하든, 10월에 가입하든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 질병이 염려될 정도로 건강에 자신이 없거나 일시적으로 위험한 일을 해야 해서 사고 위험이 높다고 걱정되는 소비자라면 미리 가입해 두는 것이 좋을 수 있다.

보험료 미납 등으로 실손보험이 실효된 상태라면 9월 말까지 미납 보험료와 이자를 납부해 되살리는 것도 방법이다. 실효 보험을 부활시키는 경우엔 기존 100% 보장한도를 예외적으로 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손보사들은 관련 내용을 적극 알리는 등 실효계약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해외여행보험과 유학보험 등 해외에서 적용되는 실손보험의 보장한도는 최대 100%가 유지된다. 금융위원회는 건강보험 재정과 무관한 해외 소재 병원 의료비는 해외 여행자와 유학생의 편의를 고려해 실손보험 보장한도 축소의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장기 치료에는 생보사 상품 유리

생명보험사(생보사)들은 원래 질병에 걸리면 일정 금액의 보험금을 정액으로 지급해 주는 정액형 상품만 판매하다가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실손보험을 만들어 시장에 뛰어 들면서 경쟁에 가세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위험률 통계 등 자료가 축적되지 않아 지난 30년간 실손보험을 판매해 온 손보사들이 100% 보장해 주는 것을 80% 보장으로 낮춰 팔았다. 손보사 상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에 고객몰이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10월부터는 90% 보장이라는 동등한 조건 위에서 손보사 상품과 치열한 고객 쟁탈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생보사 실손보험은 장기 치료를 요하는 경우에 매우 요긴하다. 손보사 실손보험은 사고 1건당 1년 한도로 입원 치료비를 보상하고 퇴원한 뒤 180일 이후 새로 입원했을 때에 한해 보상한다. 그러나 생보사 상품은 이런 제한이 없다.

100% 보장 상품이 유리한지, 90% 보장 상품이 좋은 지는 어느 누구도 단언하기가 어렵다. 새 상품이 아직 나오지 않아 비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10월1일 이후부터 판매되는 상품은 큰 폭의 보험료 인하가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선 기존 실손보험보다 약 10~15% 정도 보험료가 싸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90% 보장 상품은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100% 보장 상품은 고객들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로 지급 보험금을 충분히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향후 갱신 시점 때마다 보험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큰 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100% 보장 상품과 90% 보장 상품 간 보험료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길게 보면 90% 보장 상품은 보험료 부담이 적을 가능성이 큰 만큼, 100% 보장 상품 가입 시기를 놓쳤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는 셈이다.

이경은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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