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용 ‘하하’… 임대용 ‘호호’… 상권 철저 분석한 뒤 입찰 나서야

장면 1   가정주부 L씨는 지난달 동부지법에서 입찰한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O아파트 내 2층 실면적 11.5㎡(대지 17㎡)의 주출입구 상가를 낙찰 받았다. 감정가 1억5000만원에서 2회 유찰 후 9600만원에서 입찰에 붙여졌다가 9601만원에 낙찰 받은 것. 3층 상가 중 2층으로 현재 세탁소로 운영 중이다. 고층 아파트 122개동 5369세대의 대단지 내 세탁소이어서 충분한 영업력이 예상되는 알짜 상가다.

장면 2  자영업자 O씨는 올해 초 서울지법에서 입찰에 붙여진 동작구 사당동 S아파트 상가 내 1층 19㎡를 감정가 8000만원의 30%선인 2410만원에 낙찰 받았다. 3층 건물의 1층인 이 상가는 아파트 주 출입구변에 위치해 단지 내 고객은 물론 주변 주택가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는 목 좋은 상가다. 낙찰 후 1달 만에 보증금 1000만원에 매월 40만원의 월세를 받고 있다.

생계형 창업을 하거나 임대 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부동산 상품을 선택하라면 단연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꼽힌다. 요즘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쇼핑센터의 등장으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독립적인 상권을 유지하고 있거나 대형쇼핑센터와 중복 업종을 피한다면 여전히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단지 내 상가는 그동안 경매 시장에서 외면당한 것이 사실이지만 실업인구가 늘어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대단지 상가, 낙찰가율 80%로 인기

단지 내 상가 경매물건은 1억~2억원 안팎의 적은 금액으로 낙찰 받을 수 있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 경매보다 입찰 경쟁률이 낮고 낙찰가율도 60~70%에 불과해 경매 시장의 틈새상품으로 꼽힌다. 서울·수도권에서 매월 100∼150여 건 정도의 단지 내 상가가 경매에 붙여진다. 보통 2회 이상 유찰된 후 2∼3명만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입찰 경쟁률이 낮은 편이다.

아직은 경매 시장이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 상품 위주로 형성되고 있으나 실업자가 늘고 신규 창업 바람이 불면서 단지 내 상가에 대한 호응이 많아지고 있다. 단지 내 상가의 업종 규제가 대폭 완화돼 입점 가능 업종이 다양해졌다. 주거환경을 해치는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등 일부 업종만 제외될 뿐 노래방, PC방 등 대부분의 근린생활 시설까지로 확대돼 몇 천만원대로 경매 투자가 가능하다.

임대 사업용으로도 적합하다. 대단지의 1층 상가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고 투자성이 커 낙찰 후 시세 차익도 남길 수 있다. 1000가구가 넘는 단지 내 1층, 33~66㎡ 규모 상가의 인기가 높다. 2층 이상 상가는 30∼40%대의 낙찰가율을 보여 최초 분양가 대비 30% 이하 가격대에 낙찰되고 있다. 기존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한 상가 임차인은 주로 소액 임차인이 많아 낙찰 후 명도가 손쉬운 게 일반적이다. 낙찰 후 보증금 전액이나 일부를 변제받으므로 권리 관계도 투명하고, 단순명료한 편이다. 

단지 내 상가 경매 투자의 핵심은 배후 세대 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소한 500가구 이상의 배후 가구가 있어야 영업이 안정될 뿐 아니라 투자성도 있다. 1000가구가 넘는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1∼2층의 저층 상가라야 투자 대상으로 안전하다. 상층부 상가일수록 임대는 물론 고객 확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2∼3층 상가는 학원, 클리닉 등의 업종이 유리하다.

따라서 여러 물건을 비교해 본 후 입찰 물건을 정하는 게 좋다. 분산상가인 경우 되도록 주출입구 쪽에 있는 상가가 훨씬 영업력이 뛰어나 임대료가 높게 책정되는 게 통례다. 부출입구 쪽 상가는 고객 흡인력이 약해 미니슈퍼, 세탁소 등 근린 업종 외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최소 5개 물건 비교 후 입찰 바람직

경매에 붙여지는 상가 공급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이므로 입찰 전 매물의 비교 분석에 치중하고 최소 5개 이상 상가를 검토, 비교 분석해 우량 물건을 고르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외관상 아무리 괜찮은 상가라도 최소 1~2회 유찰해 가격의 거품이 충분히 빠진 매물을 중심으로 입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

아파트 외에 주택을 끼고 있어 영업력이 양호한 상가의 경우 입찰 경쟁률이 높아 낙찰가가 치솟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도권, 택지지구 내 상가, 비인기 지역의 경우 입찰 경쟁률이 덜 치열해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다. 경매 물건을 되도록 외곽지역까지 넓게 검색하여 입찰 전에 다양한 매물을 살필 필요가 있다.

경매에 나온 단지 내 상가 중에는 배후 가구 수에 비해 상가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가 있다. 배후 단지 규모와 비교하여 상가면적이 적정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통상 상가 전체 면적을 배후 아파트 가구 수로 나눈 면적이 약 1.7㎡(0.5평) 정도면 적정수준이다. 상가 세입자 중 고액의 시설비를 들여 입주한 경우 명도 저항이 심해 낙찰 후에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입찰 전 반드시 세입자를 만나 재계약 또는 이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지 내 상가는 몇 년 전부터 분양성 하락 등으로 인기가 크게 떨어져 쉽사리 팔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매에 붙여진 물건 중 수차례 유찰된 물건도 많다. 무조건 싼 가격에 나온 물건을 잡기보다는 적정한 가격을 써내고 낙찰 받는 물건이 투자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직접 창업할 생각으로 낙찰 받는 경우에는 상가 관리사무실을 찾아 업종 규제와 관리비 부담 여부, 상가조합 규약에 제한 사항이 없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혹 경매에 붙여진 상가 중에는 영업력이 떨어지거나, 그 지역이 슬럼화 되거나, 업종변경 등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입찰 전 충분한 상권 및 입지조사를 통해 상가의 미래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건축된 지 오래된 상가 중에는 고객 유출로 슬럼화가 진행돼 영업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가가 많다. 주변에 대형 상가가 많이 생겨 상가 이용 고객이 줄어들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투자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겉이 번듯한 상가이고 수회 유찰돼 경매 시장에 값싸게 나왔다 하더라도 최대한 싸게 낙찰 받아야 투자성을 높일 수 있다. 건축된 지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있는 경매 물건은 고객 유출로 상권이 슬럼화 된 경우가 많다. 대형유통센터가 많이 생겨 단지 내 상가 이용 고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되도록 안정적 수요가 있는 상가를 골라야 투자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