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기부’를 아시나요
현대카드, 서울에 디자인을 선물하다 …

서울의 어느 버스 정류소. 정차하는 버스의 번호와 노선만 간략하게 적힌 철제 푯말이 덩그러니 서 있다.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언제 올 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린다.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흐르지만, 뜨거운 햇볕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시내에만 6100여 개에 이른다는 시내버스 정류소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버스를 정차시키고, 승객이 탈 장소를 지정하는 기본적인 이정표 역할만을 힘겹게(?)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새로운 개념의 버스정류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다.

시내버스 환승센터, 미디어로 변신

7월25일 새롭게 문을 연 서울역 시내버스 환승센터는 말 그대로 시내버스를 갈아타는 곳이다. 

그동안 서울역 주변 버스 승강장은 편의성은 차치하고, 그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서울역 주변의 교통 체증을 해소하고, 이용자들의 빠르고 효율적인 버스 환승을 위해 새로운 시내버스 환승센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문을 연 서울역 시내버스 환승센터는 기존 환승센터와 다른 특별함이 엿보인다. 특별함의 비밀은 디자인. 버스노선도들이 붙어 있는 외벽과 지붕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는 기존 환승센터와 달리, 서울역 환승센터는 20여 개의 승차대 중 12개 승차대가 첨단 IT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미디어 승차대로 구성됐다.

우선 이 승차대들은 불가피한 구조물들을 제외하고는 천장을 포함해 모든 면을 복층유리와 투명한 천연수지(Resin)로 구성해 외부경관을 최대한 확보했다. 이용자들이 주변 교통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하고, 시야를 가로막는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투명한 외벽은 내부에 발광다이오드(LED) 장치를 품고 있다. 이를 통해 승차대의 외벽은 어두워지면 뉴스나 기상예보 등 다양한 정보와 비디오 아트작품 같은 비주얼 콘텐츠를 상영하는 대형 스크린으로 변신한다. 승차대는 내부에 설치된 초음파 센서로 이용자들의 움직임이나 버스의 도착 등을 감지해 반응도 한다.

시내버스 환승센터가 버스를 갈아타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장소에 기반을 둔 미디어이자, 시민과 시민, 시민과 도시가 상호 복합적으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내버스 환승센터의 탄생에는 서울시와 함께 버스 승차대의 디자인과 제작을 전담한 후, 이를 서울시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민간기업의 노력이 있었다. 바로 현대카드다.

현대카드가 시내버스 환승센터를 디자인한 이유는?

현대카드는 금융회사다. 사실 카드회사가 아무런 수익도 없는 시내버스 환승센터를 디자인하고 제작에 나설 이유나 의무는 없다. 현대카드가 이 같은 일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카드는 이것이 현대카드만이 할 수 있는 ‘재능 기부’의 일환이라고 믿는다. ‘재능 기부’는 단순한 금전적 기부가 아니라 자신만이, 혹은 그 기업만이 특화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전문성을 기부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잘하는 것을 사회와 나누는 것’이다.

‘재능 기부’는 서구사회에 뿌리내린 ‘프로 보노(Pro bono)’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프로 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에서 따온 말이다. 변호인을 선임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무보수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의료 사각지대에서 의료 봉사를 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금전 기부를 세금 감면을 위한 편법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유행처럼 번진 임직원 자원봉사 역시 일회성인 경우가 빈번해 기존 사회 환원 방식들의 역기능과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다.

특히 개인보다 큰 규모와 실행력을 갖춘 기업이 ‘재능 기부’의 주체가 된다면 사회적 파급효과가 더욱 커진다. 특화된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기업이 ‘그들만의 재능’으로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그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국내에서 이미 정평이 난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현대카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특별한 재능 기부를 시행했다. 이것이 현대카드가 서울시와 함께 시내버스 환승센터를 바꾸는 공공디자인 사업에 참가한 이유다.

현대카드의 남다른

문화 DNA

현대카드의 근간에는 ‘자유와 혁신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직급에 상관없이 치열한 논쟁을 펼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직원들 스스로 자신을 사내 인력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반면 불합리한 권위나 관습 등은 단호하게 거절된다.

현대카드의 사회공헌활동 역시 이러한 기업문화의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히 ‘얼마나 많이’보다는, ‘무엇을’과 ‘어떻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사회공헌 역시 그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부문에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지원한다. 물론 유사한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어 그 과정은 힘들지만, 파급력은 훨씬 크다.

현대카드는 이미 올해 초 현대미술의 요람이라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인 ‘데스티네이션: 서울(Destination: Seoul)’의 실무업무를 총괄한 바 있다. 경제적 후원을 하는 기업들은 많았지만, 실무 업무까지 담당한 기업은 현대카드가 처음이었다.

현대카드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작품 공모와 배송은 물론 뉴욕 전시 등 실무 전 부분을 담당했다. 심지어 서울을 방문한 뉴욕현대미술관 큐레이터들에게 국내 유망 디자이너들을 직접 소개하고, 해외 진출 경험이 없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세부 계약을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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