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그린 경영’ 박차… 관련 상품 출시 봇물

지난 7월 시내 곳곳에 녹색 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단순히 같은 계열의 옷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유니폼인 이 녹색 셔츠의 주인공들은 KB금융그룹의 직원들이었다. 여름철 ‘쿨 비즈니스’의 일환이기도 하고 KB금융그룹의 ‘녹색 경영, 녹색 금융’ 방침도 알리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 KB금융그룹의 설명이다.

녹색 금융이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녹색 금융이란 녹색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금융을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거나 자본시장을 통해 이들에게 투자하는 형태가 모두 녹색 금융에 해당한다. 전 세계적으로 녹색 성장이 경제정책의 화두로 대두되면서 녹색 금융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의 지원 없이는 녹색 기업의 성장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한창

‘저탄소 녹색 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다. 지난 7월15일 국무회의 의결을 마친 ‘녹색 성장 국가전략과 5개년 계획안’에 따르면 2013년까지 107조원을 투자해 202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81만 명의 취업유발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에는 세계 7대 녹색 강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지난 2월에 ‘저탄소 녹색 성장 기본법(안)’도 확정한 상태다.

정부의 정책 행보가 빨라지면서 금융권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종전에도 금융권은 녹색 금융 상품을 내놓는 등 정부의 방침에 호응해왔으나 일각에선 단순한 ‘코드 맞추기’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시늉만 할 뿐 실속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과거의 그것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를 밝히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중에서도 은행이 녹색 금융에 앞장서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녹색 금융’을 아예 경영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 ‘녹색 금융 추진단’을 구성해 녹색 금융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녹색 자전거 보험’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 상품을 내놓아 화제를 낳기도 했다. ‘에코 트리 캠페인’, ‘KB 환경 자각을 통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 환경 관련 캠페인도 벌였고 예금 이자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기업은행의 윤용로 행장은 녹색 성장산업 중소기업 대표들과 ‘타운 미팅’을 가지고 녹색 기업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행장은 460억원을 녹색 성장 펀드에 출연해 1500억~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그린카(green car)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하이브리드 금융과 메자닌 펀드(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 등 신종 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기업 자금 조달에 기여한다)도 도입한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도 녹색 금융 발전을 위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는 녹색 기업에 대한 신용보증액을 올해 2조8000억원에서 2013년 7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산업은행 등을 중심으로 녹색 기업이 발행한 증권 등에 투자하는 녹색 펀드를 설립하고 녹색 장기예금과 녹색 채권을 개발해 개인 투자자들을 유치, 장기 투자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녹색 금융이 꼭 정부, 기업, 금융기업의 일만은 아니다. 일반 금융 소비자들에게도 녹색 금융은 곱씹어봐야 할 화두다. 먼저 투자와 관련된 이슈를 뽑아낼 수 있다. 증권가의 전문가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녹색 기업, 녹색 테마’에 투자하라고 입을 모은다. 이것만큼 확실한 투자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 지키면 금리 우대 ‘일석이조’

녹색 테마가 특별한 첫 번째 이유는 이것이 전 세계적인 테마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의 선진국들도 한결같이 ‘녹색 ’을 통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녹색 산업 시장이 한 지역, 한 경제권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를 포괄할 정도로 광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의 확고한 정책 의지와 광대한 시장은 녹색 산업에 대한 투자 매력을 한껏 높이는 요인들이다.

녹색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가 자신 없다면 펀드 투자를 고려해봄직 하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녹색 펀드’는 약 30종으로 대개 주식형 적립식 펀드들이다. 투자 대상은 주로 정부의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3000만원까지 배당소득세가 면제된다.

녹색 펀드를 고를 때는 편입 종목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녹색 펀드들은 규모가 작고 운용 기간이 짧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선택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소 녹색 기업들이 많을 경우 펀드의 안정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대형사 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를 골라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중소형주 편입 비중이 많은 상품을 고르면 된다.

펀드보다 안전한 상품을 선호한다면 은행권 상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녹색 관련 예금, 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조건이 꽤 솔깃하다. 특히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면 수혜를 볼 수 있는 상품들이 적잖다.

신한은행의 ‘신한 희망愛너지 적금’은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등을 실천하겠다는 서약을 쓰면 우대금리를 준다. 우리은행은 금융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저탄소 녹색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0.3도 대출’은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보호 운동에 참여하는 고객들에게 해당 사유별로 대출 금리를 0.1%P씩 깎아준다.

카드 사용자들에게 녹색 테마는 알뜰한 소비 기회를 제공한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면 외환은행의 ‘넘버원 이패스 카드’가 제격이다. 하루 300원, 주말에는 600원의 대중교통 사용액을 돌려준다. 기업은행의 ‘상쾌한 공기 로하스’도 대중교통 요금의 일부를 할인 또는 캐쉬백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