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실용성으로‘불티’“보험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종신보험, 암보험, 어린이보험, CI보험, 실손의료보험’

주부 김희경씨가 현재 갖고 있는 보험증권은 모두 5개. 설상가상 가입한 보험사가 전부 달라서 보험금 청구, 만기, 갱신 등 보험계약 관리를 할 때마다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얼마 전 아이가 응급실에 다녀와야 했을 땐, 어떤 보험으로 얼마나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잘 몰라 보험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다.

김씨처럼 여러 종류의 보험에 가입해 불편을 느끼는 고객을 겨냥한 ‘통합보험’이 보험업계의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4인 가족의 경우 평균 4~5건의 보험에 가입한다. 보통 종신보험, 암보험, 실손의료보험, 어린이보험 등을 든다고 한다.

그런데 통합보험은 한 번만 가입하면 가장의 사망 보장뿐만 아니라, 온 가족의 상해나 질병 보장 등에 이르기까지 수십여 개 위험을 한꺼번에 보장받을 수 있다. 일종의 ‘보험 종합선물세트’인 셈. 일본 손해보험사들이 내놔 관심을 끌었던 초보험(超保險)을 벤치마킹했다. 보험금을 한 번만 청구하면 모든 담보에 대해 한 번에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서 고객 입장에선 보험금을 일일이 청구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난 2003년 손해보험사들이 통합보험 상품을 가장 먼저 내놓았는데 최근에는 생명보험사들도 경쟁에 가세하며 통합보험 신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 상품은 미래의 위험을 보장해 준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손해보험사들은 주로 상해·질병·자동차 사고 위주로 보장해주는 데 반해, 생명보험사들은 사망·중대 질병·연금보장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상품으로 여러 개의 보험 효과

통합보험의 최대 강점은 하나의 보험으로 2~4개 보험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데다, 보험료도 각각의 보험에 개별적으로 가입할 때보다 20~30% 저렴하다는 데에 있다. 햄버거도 단품보다 세트로 묶여 있는 걸 먹을 때 가격이 더 싼 것과 같은 이치. 물론 한 번에 보험을 여러 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약간 부담스러워질 수는 있다. 개별 보험은 월 3만~4만원이면 들 수 있는 반면, 통합보험은 보험료가 월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통합보험은 불필요한 거품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에 온가족 보험료로 환산하면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특히 결혼과 출산 등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가족을 추가할 수 있으며 보장 내용도 가계 형편에 맞게 바꿀 수 있다. 요즘처럼 한 푼이 아쉬울 때 과다한 보험료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대표 상품으로 떠올랐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9월 생보업계 최초로 내놓은 ‘퍼펙트통합보장보험’은 10개월 만에 50만 건의 가입 실적을 올렸다. 이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은 월 평균 12만3000원을 보험료로 내고 있고, 가입자의 74%가 실제 지출한 병원비에 따라 보험금을 주는 의료실손 특약을 선택했다고 한다.

대한생명이 지난 7월 초에 내놓은 ‘대한트리플케어통합종신보험’은 암 등 치명적 질병(CI)과 치매 등 장기 간병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한 보장과 실손의료보장 등을 하나로 묶었다. 암, 뇌졸중, 급성심근경색 등이 발병하면 사망보험금의 50~80%를 지급한다. 장기간병자금은 최대 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가입 후 2년 내 보험료는 여유자금이 있을 때 미리 선납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지난달 선보인 ‘우리가족안심통합보험’은 가장의 사망은 물론, CI, 실손의료비, 질병과 재해 등을 한 개의 상품으로 통합 보장해 준다. 보험 계약 하나로 계약자 본인은 물론, 배우자와 자녀 3명까지 함께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 보험에 가입한 이후에도 특약을 마음대로 덧붙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필요에 따라 총 21가지 특약을 추가할 수 있다.

교보생명도 사망, CI, 치매·장기간병 등을 1개 상품으로 묶어 평생 보장하는 ‘교보가족사랑통합보험’을 판매 중이다. 32개 특약으로 가족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보장을 총망라했다. 가입 금액에 따라 최고 5%까지 보험료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삼성화재의 ‘올라이프 슈퍼보험’은 2003년 12월 국내 보험업계 처음으로 출시된 통합보험이다. 상해·질병·배상책임·운전 등 총 81종의 위험에 대해 보장해 준다. 2004년 한 해 10만 건 이상 판매된 이후, 매년 20만~40만 건의 신규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베스트셀러다.

기존 보험 해약할 때는 신중해야

통합보험에 가입할 땐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이미 가입해 있는 보험 상품의 보장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통합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질병이나 상해 관련 보장을 받을 수 있는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했는데 통합보험에 가입하면서 의료실손 특약을 추가하더라도 의료비를 중복해서 보장받진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합보험은 여러 가지 보장 내용이 한꺼번에 적용되기 때문에 일반보험 상품에 비해 내용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따라서 가입할 때 보험설계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받고 가입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또 통합보험이 좋아 보인다고 해서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보험은 중간에 해약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인이 든 보험의 보장 내용을 정리해보고 허점이 있으면 추가로 새로 개별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낫다. 보험 가입기간 중 조건이 바뀌면 애초 안내받은 만기환급금도 달라질 수 있다.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통합보험은 적립 보험료에 적용되는 이율이 계속 달라져 만기환급금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통합보험 중에 실손의료비와 관련된 특약은 3~5년 만기로 해서 갱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약은 자동으로 재가입이 되긴 하지만 위험률 변동이나 연령 증가 등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