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주·하락주·방어주 함께 담아라

종합주가지수, 즉 코스피지수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투자자들은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지수의 등락보다 중요한 것은 지수가 상승할 때 주도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섹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아울러 지난 칼럼에서 얘기했던 중심가격의 위치와 일정 시점에서의 지수 위치를 비교해 시장의 순환 사이클도 살펴야 한다.

현재 주식시장은 서머랠리(펀드매니저들이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에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가가 오르는 현상) 장세의 기대감 속에 지수 1500~1600선을 기대하는 낙관론과 1200선 혹은 그 이하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수는 1350~1450의 박스권에서 지루한 횡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요즘처럼 전문가들의 전망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실전 매매에서 어떤 섹터가 상승하고 하락할지 예측이 안 될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필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증시에 영향이 큰 시가총액 상위종목들 가운데 대장주 3개를 선택해서 균등하게 매수하는 ‘균등 분할 매수’ 전략을 권한다. 손절매할 필요가 없는 안전한 코스피 200 내 종목 가운데 매매할 종목들을 찾아 실제 시장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방법이다.

안전한 ‘시총 상위주 3종 세트’ 강추

이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수 중심가격의 변화와 5일, 10일, 20일, 60일 이동평균선의 위치를 비교하면서 종목별 혹은 업종별 추세 변화를 체크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실적에 따라 주가가 차별화되는 ‘실적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본다. 실적 장세에서는 상승 종목 수가 지금보다 더욱 줄어들고, 상승 종목의 수보다 하락 종목의 수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증시에는 지수가 오를 때 상승을 주도하는 상승 선도주가 존재한다. 지수가 상승해도 이와 무관하게 떨어지는 하락 선도주도 있다. 상승 선도주들의 60일 이평선을 살펴보면 ‘하락>횡보>상승(↘_↗)’의 흐름을 보인다. 하락 선도주는 거꾸로 ‘상승>횡보>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상승 선도주와 하락 선도주들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바뀐다.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같은 IT 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주와 같은 수출 주들이 상승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의 하락 선도주들은 철강, 조선, 중공업, 에너지 관련주들이다.

한편, 지수는 그 동안 어떻게 움직였을까. 코스피 지수는 올 들어 지난 3월3일에 992에서 저점을 찍었고, 이후 반등에 나서 6월 초순 1430선 후반을 거쳐 7월 초 1443을 기록하며 이전 고점을 돌파하기도 했다. 5월25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때 코스피지수가 잠시 1315까지 급락한 적은 있었지만 바로 반등해 1430선이라는 추세가 훼손되지는 않았다. 

주목할 것은 지수가 1430~1440선에서 횡보했던 5~7월의 기간 동안 증시 변동성이 컸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의 현·선물 동반 매도와 프로그램 매도 등이 시장을 쥐락펴락했다. 상승하던 지수가 주춤거리면 그 기간 동안의 거래 물량들은 단기 매물로 쏟아지거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즉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좌우하는 현상이 심화되곤 했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변동성이 높아지는 장세에서는 조그마한 변수도 크게 증폭되어서 시장의 변동 폭을 키우기 때문이다.

이런 변동장세에서는 어떤 추세가 지속되기 어렵다. 그래서 고점 돌파 시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종목들보다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종목들이 늘어난다. 변동장세에서는 하락 선도주의 하락 폭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런 장세에서는 수급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려면 상승 선도주와 하락 선도주, 경기방어주를 구분해서 포트폴리오를 크게 셋으로 나눠본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분산된 균등 분할 매수’ 전략을 적용한다.

물론 상승 주도주에 모든 자산을 집중한다면 그 대상 종목이 추가 상승할 경우 수익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추세 전환 타이밍은 아무도 맞출 수 없다. 상승 주도주에 집중했다가 자신이 진입한 시점부터 추세가 바뀌어 하락 전환한다면 위험성은 확대된다. 마찬가지로 증시 진입 시점에는 하락 주도주였지만 마침 그 시점에 해당 종목들이 바닥을 형성한 후 상승 전환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금을 3분의 1씩 균등 분할 후 셋으로 나눈 포트폴리오에 각각 투입하는 이유는 자연스럽게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지수는 등락하지만 포트폴리오에 골라둔 업종들은 각각의 순환 사이클을 따라 움직이며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게 된다.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면, 이제 자신의 보유 주식 가치가 매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꾸준히 체크한다. 저점에서 매수했던 섹터의 경우 어느 순간 반등해 매도할 수 있을 만큼 차익을 올린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이 종목들을 매도해 현금화한 자금으로는 나머지 보유 섹터 가운데 충분히 하락해 있는 섹터의 주식들을 사들인다. 이렇게 하면 전체적으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된다.

매매 타이밍 고민 없는 속편한 투자

이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나중에 손절매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종목은 처음부터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매입 당시 상승 선도주들이라고 해서 거기에 집중해서도 안 된다. 하락 전환할 경우 고가에 더 편입한 주식들이 평균 매입 단가를 올려놓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략은 하락 선도주가 언제 상승할지 그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편하게 투자자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시간여행을 하면서 업종별 등락 사이클에 따라 대응하기만 하면 된다. 이 전략을 통해 기다리는 능력을 쌓는다면 자연히 내공을 조절하는 능력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

무극(無極)선생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재야 고수. ‘절대적인 투자기법이란 없으며, 주식투자의 성공은 시간 여행자의 몫’이라는 투자 철학을 갖고 있다. 재야 고수들이 ‘개미 투자자를 위한 분석’을 기치로 세운 새빛리서치센터의 초대 센터장을 지냈다.